Philosophical

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Kant 2025. 5. 8. 17:25

"Paucis opus est literis ad mentem bonam." (Little learning is needed to form a sound mind.) — Seneca, Ep., 106.

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학식(박학함)은 칠칠치 못한 하인이 공연한 흥분 상태이듯, 우리를 섬겨야 할 정신이 과도하게 열에 들떠 있는 상태다.

 

마음을 집중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당신 자신 안에서 죽음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논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가 다가오면 당신에게 가장 적절하게 소용될 진실한 것들이다. 이 논거를 빌려 농부도, 또 어떤 민족들은 그 전체가, 철학자만큼이나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다.

만약 내가 키케로의 『투스쿨룸 대화』를 다 읽지 못했다면 나는 덜 담담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걸까? 난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그 책을 읽고 나서 기껏해야 나의 혀는 실제로 더 풍요로와졌지만 내 용기는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고 난 느낀다. 내 용기는 천성이 만들어준 그대로이며, 이를 통해 나는 평민들처럼 오로지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방식으로 죽음에 맞설 채비를 하고 있다. 책들은 내게 연습을 시켰을지언정 가르침을 주진 않았다. 만약 지식이라는 것이 자연의 불편함이나 고통에 맞서는 방비책을 우리에게 갖추어주려 하다가 도리어 그것들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이성적 설명이나 미묘한 논리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상상력 안에 그  불편함이나 고통의 무게만 더 확실하게 각인시켜 놓았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아닌게 아니라 지식은 실제로 바로 그 미묘함으로 번번히 우리를 헛수고하게 만든다. ...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학문의 갑옷으로 스스로를 무장하는 걸까? 땅 위에 흩어져 살아가는 저 가난한 사람들을 보라. 땅에 엎드려 머리를 숙인 채 땀 흘려 일하는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도, 카토도, 어떤 본보기나 교훈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연은 그들에게서 매일같이 우리가 학교에서 애써 배우려 애쓰는 것보다 더 순수하고, 더 남자다운 인내와 끈기의 모습을 끌어낸다. 내가 늘상 만나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난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을 오히려 열망하며, 혹은 겁에 질리지도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으면서 아무런 후회 없이 죽음을 통과하는 것인가? 지금 내 정원을 갈고 있는 저 사람은 오늘 아침 자신의 아버지나 아들을 묻고 온 길이다.

그들은 질병의 이름조차도 순하고 부드럽게 불러, 그 격렬한 고통을 덜어낸다. 그들에게 폐결핵은 그냥 기침일 뿐이고, 이질은 배탈일 뿐이며, 늑막염도 그냥 옆구리가 찌르는 정도다. 이렇게 부드럽게 부르면서, 그들은 병을 묵묵히 더 잘 견뎌낸다. 일상적인 노동을 방해할 만큼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그것이 아무리 큰 병이라 해도 그리 괴로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침대에 눕는 건, 죽을 때뿐이다.

 

“Simplex illa et aperta virtus in obscuram et solertem scientiam versa est.”   Seneca, Ep., 95

"저 단순하고 명료하던 미덕이 이제는 모호하고 교활한 지식으로 바뀌어버렸구나."

 

 

미셸 드 몽테뉴, 에세 3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