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단에 선 채 저명한 지휘자 마린 알솝이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무대 위에서 마지막으로 울었던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자기만 임윤찬의 예술성에 감동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 피아노 애호가들에게 잘 알려진 "Rach 3"에 대한 임윤찬의 매혹적인 해석의 비디오는 YouTube에서 5백만 번 이상 조회되었다. [현재는 6,682,690회]
일부 클래식 음악가와 애호가들은 예술가들이 후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든 라흐 3번이든 정서적 성숙을 요구하는 작품을 연주하려면 그 이전에 인생을 많이 경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다닐 트리포노프는 경력 초창기에 자신이 아직 강렬한 감정의 열정적인 분출을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 협주곡을 연주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알솝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Mr. Lim이 “노년의 영혼”을 지녔다고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기 힘든 타고난 음악성'에 '입이 떡 벌어지는 테크닉'과 '놀라운 재능'까지 겸비했다고 평했다. 게다가 그는 무서운 직업 윤리마저 가지고 있다. Mr. Lim은 자신의 일상적인 연습이 오후 1시경부터 다음 새벽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이자 작곡가였던 라흐마니노프는 1909년에 이 40분짜리 협주곡을 썼고 같은 해 성공적인 미국 콘서트 투어에서 초연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긴 항해를 하는 동안 판지 키보드로 연습했다. 그의 세대의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Rach 3에 겁을 먹었고, 키예프 태생의 피아니스트 Vladimir Horowitz(Mr. Lim은 그의 녹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가 1930년대에 이 작품을 옹호할 때까지 대부분 무시했다. 현재 93세인 미국의 피아니스트인 Gary Graffman은 "아직 너무 어려서 두려움을 몰랐을 때" 그 협주곡을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Rach 3의 막강한 평판은 1996년 영화 "Shine"으로 더 강화되었다. 이 영화는 David Helfgott이라는, 문제를 지녔던 호주 출신 피아니스트를 소재로 다뤘는데, Geoffrey Rush가 주연했다(그는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Helfgott은 협주곡 후반부에 신경 쇠약으로 쓰러진다. 이 협주곡은 러시아의 낭만적인 전통을 반영하는 감정적이고 서정적인 곡인데, 라흐마니노프는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이 아방가르드 사운드 실험을 계속했었다(스트라빈스키는 1911년에 획기적인 불협화음곡 "봄의 제전"을 시작했다). 일부 학자들은 라흐 3을 시작하며 작품에 전체적으로 다시 등장하는 우울한 d-단조 멜로디에서 민속 음악과 전례 음악(liturgical music)의 메아리를 주목했다. 작곡가 자신은 그와 같은 영향을 부인하며 선율이 저절로 써졌다고 주장했다.
Mr. Lim은 애절한 위엄으로 이 멜로디를 연주한다. 비디오가 시작될 때 그는 거의 완전히 고요하게 앉아 있으며, 손은 건반 위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이 도입부에서의 억제는, 그가 원기 넘치는 속도와 힘으로 3악장의 불타오르는 클라이맥스를 연주할 때까지 음악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면서 천천히 긴장을 조성하게 해 준다. 미숙한 연주자가 연주할 경우, 라흐마니노프의 다단계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표는 흔히 흐릿해 지기 일쑤지만, Mr. Lim은 각 음표를 수정처럼 명확하고 합목적적이며 자주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만든다. 단 두 번의 리허설만으로도 그와 포트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래 협연해 온 연주자들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서로 직관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복잡한 악보에 점점 더 박진감 넘치는 맥박을 불어넣는다.
그는 Cliburn 결승전에서 이 곡을 선택했던 세 명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다. Cliburn 대회는 현 정세를 아랑곳하지 않고 벨라루스와 러시아로부터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경연에 초대했다. 전란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에 연대를 표명한 러시아인 Anna Geniushene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우크라이나의 Dmytro Choni에게는 동메달이 돌아갔다. (경연 대회의 이름은 냉전이 한창일 때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그러나 헤드라인 뉴스는 음악 그 자체였다. Doomscrolling[나쁜 뉴스만을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행위]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사람은 Mr. Lim의 Rach 3에 매료된 수백만 명의 청취자에 합류해 보기를 권한다.
The Economist, Jul 21, 2022 중에서
https://www.economist.com/culture/2022/07/21/the-wonder-of-lim-yun-chans-performance-of-rac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