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종양학과 치료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환우들의 모습은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다.첫째 그룹은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케이스로, 어두운 안색에 누가 봐도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의 존재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몸짓으로 대충 환자복이나 사복을 뚝딱 갈아 입고 나가버리는 경우다. 난 처음에 조금 어색하고 뻘쭘했던 게, 그래도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이니 다른 건 몰라도 뭔가 병력이나 치료 또는 병원, 의사 등에 관한 짤막한 정보 정도는 예의상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목례 같은 간단한 인사조차 교환할 틈도 주지 않고 대부분 밖으로 휙~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해 못할 현상은 아니다. Krebs 진단 받고 방사선 치료 때문에 온 사람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