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 245

오월의 올림픽 & 오금 공원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는 Iceberg Rose올공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 중 내가 최고로 픽한 작품볼리비아 출신 작가라고 하니, 유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카를로스"가 생각난다. 우리의 북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디서든 잘 살고 있기를 ...기괴한 형태의 나무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작품이라 한다. 근데 작품명이...작가가 칸트의 Kritik der Urteilskraft를 조금 공부했었더라면, "무제" 같은 상투적인 이름 대신 "Technik der Natur"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이 이름도 상투적?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너구리

Miscellaneous/Image 2025.05.12

Krebs 3 (2024.12.9~10 & 2025.5.10)

2024.12.9피터 씨,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은 어떠하신가요? 당신의 한국어 번역서는 이미 아시다시피 기대에 비해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서의 철학상담에 대한 관심도 10여년 전만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닐 거 같지만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군요. 진중한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나도 이제 정년까지 한 학기만 남겨놓았는데, 최근에 암진단을 받고 보니 당신이 2016년에 항암치료 받았던 게 기억이 나서 안부 확인 겸 메일을 보냅니다. 지금은 완치된 상태인가요? 그 당시 “a foggy brain”이라는 표현을 쓰셨었는데, 이제 나 자신이 그런 치료를 앞두고 있다 보니 새삼 ..

Miscellaneous/etc. 2025.05.10

Krebs 9 (2025.4.29)

방사선 종양학과 치료를 위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환우들의 모습은 크게 두 카테고리로 나눠볼 수 있다.첫째 그룹은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케이스로, 어두운 안색에 누가 봐도 화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의 존재는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몸짓으로 대충 환자복이나 사복을 뚝딱 갈아 입고 나가버리는 경우다. 난 처음에 조금 어색하고 뻘쭘했던 게, 그래도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이니 다른 건 몰라도 뭔가 병력이나 치료 또는 병원, 의사 등에 관한 짤막한 정보 정도는 예의상 서로 주고받을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목례 같은 간단한 인사조차 교환할 틈도 주지 않고 대부분 밖으로 휙~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이해 못할 현상은 아니다. Krebs 진단 받고 방사선 치료 때문에 온 사람..

Miscellaneous/etc. 2025.04.29

Krebs 8 (2025.4.27)

세상에서 가장 흔한 조언을 꼽으라면 단연 건강에 관한 것이리라. "질병에 걸리는 것은 갑자기 산이 무너져 내리듯이 오지만, 병이 낫는 것은 가는 실을 뽑는 것처럼 조금씩 나아간다." 몇몇 블로거의 글이 출처 언급 없이 인용하고 있는데 나름 인생 경험을 반영한 말 같다. "건강은 유일무이의 보배이며, 이것을 얻기 위해 인간은 생명 자체까지 내던진다." 이건 몽테뉴가 한 말이라는데 에세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내 독서 시력이 나빠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모든 인간은 행복하기를 추구한다. 예외란 없다. 그들이 어떤 다른 방법을 쓰든 [심지어 자신의 목을 매달려는 자도] 모두 이 목표를 향한다"라는 파스칼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기이하다면 기이하다고 할 수 있는 사실은 그렇게나 많은 건..

Miscellaneous/etc. 2025.04.27

허세 빼기 전문가 몽테뉴의 노년에 대한 경고

[노화와] 병 덕택에 갖게 되는 영혼의 건강이라니, 치사한 치료법 아닌가! ... 기쁨을 맛볼 때보다는 고통을 소화시켜야 할 때 나의 이성은 더 산만해지고 힘들어 한다. 맑은 날 나는 더 또렷하게 세상을 본다. 건강은 질병보다 나를 더 유쾌하게, 그러므로 더 유익하게 깨우쳐 준다. 즐길 수 있는 건강이 있을 때야말로 나는 가장 많이 개선과 절제 쪽으로 나아갔다. 건강하고 발랄하며 활력 넘치던 시절보다 노쇠의 비참과 역경이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생각할 때 그 동안의 [즉, 젊고 건강하던 시절의] 내 모습이 아니라 그 상태가 멈춘 모습으로 기억한다면, 나는 부끄럽고 분할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인간의 행복을 만드는 것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견유학파의 창시자] 안티스..

Miscellaneous/etc. 2025.04.16

맥아더와 아이크

"맥아더와 식사를 할 때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를 알게 되지요. 그러나 아이크(아이젠하우어)와 식사를 같이 하면 제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게 된답니다."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던 뉴욕 타임즈 기자가 한 말이란다.모르긴 해도 어설픈 리더십 강의의 단골 소재 정도는 될만도 하긋다.그런 강의를 통해서라도 - 대개는 인맥쌓기가 목적이겠다마는 - 꼭 리더가 되겠다는 또는 리더의 눈에 띄어보겠다는 욕망을 지닌 사람이라면 난 되려 아이크 류의 인간과는 조금(!) 거리를 두라고 조언하겠다. 아이크 같은 사람은 내 이익과 무관하게 내게서 어쨌든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가고야 말테니까.

Miscellaneous/etc. 2025.04.01

어른을 위한 영화

https://youtu.be/cfW-IvOzka0?si=Q1JNuxiFPXtWO5KE자막이 없어 ... ㅠ끝부분으로 갈수록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영화.내가 보기엔 그저 평범한 (그래서 조금 비겁한?) 아버지와 극단에 가까운 이상주의적 윤리주의자 어머니 그리고 순수하지만 아주 용기있는 아들의 이야기 같다. 이런 아들을 둔 부모의 삶은 마냥 행복하지는 못 할지라도 나름 성공한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