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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s 11

대학 병원 진료 대기실은 언제나 만원.아픈 사람들 대부분은 노령 인구다.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환자 본인뿐 아니라 보호자도 태반이 노인이다. 환자나 보호자나 상태가 영 ~ . 그러다 보니 진료 이후 일정이나 다음 진료 예약 사항을 제대로 알아듣고 환자를 이끌고 다녀야 할 보호자 자신이 환자 못지않게 청각이나 기억력이 거의 장애급인 경우를 정말 자주 보게 된다. 진료실 밖에서 간호사 설명을 들으면 뭐하나, 두세 걸음 가다가 다시 돌아와 묻고 또 묻고 … 나의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이라 생각하니 착잡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채혈실 들러 피 뽑히고 늦은 아침 떼우고, 그래도 통상 내 진료 시간까진 두어 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이 병원 1 층 한 구석엔 미니 화랑 같은 공간도 있으니 사정이 ..

Miscellaneous/etc. 2025.07.18

法과 劍, 그 어그러진 影 von ChatGPT

Homunculus에 관한 학술적인 질문엔 계속 거짓말로 뻔뻔하게 응대하던 챗지피티와 Perplexity.원서 해당 페이지를 캡쳐해 들이미니 그제서야 오류를 인정하고 "죄송"하다고."번역서나 2차 해설에서 개념을 정리하며 추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착오가 생겼단다.결국 AI 헛소리의 뿌리는 칠칠치 못한 빙구리 인간의 허접쓰레기(글)라는 얘기.내가 다시, "너를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하니까 반응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정확성에 오류가 있었던 부분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당신이 신뢰를 보낼 만한 정보를 원하셨고, 저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한다. 혹시 너 시도 쓸 수 있겠냐 하니, 반색이다. "물론이죠! 어떤 주제나 분위기의 시를 원하시나요? 예..

Miscellaneous/etc. 2025.07.11

태기산 비박길

친절한 버스 기사님 착오로 42분이나 되는 거리를 남겨 놓고 미리 하차(ㅠㅠ), 출발부터 난관이 ㅎ등산로가 맞긴 한가보다 로프가 보이니정상으로 가는 길가의 풍력 발전기강원도민의 Witz?실물로 만난 친구들은 이런 애들. 조금 날렵해 보이네.다행히 정상 부근에 호랑이가 동초 근무까지 해 주는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은하수는 고사하고 바람과 운무와 이슬비, 발전기 소리, 동물 소리에 단 일 분도 잠을 못 이룬 곳.60-70년대까지도 화전민 애들이 다니던 학교 터. “화전민” 뜻을 아는 세대들이 이제 얼마나 될지.하산길, 잣나무 숲의 운무가 오래 기억될 거 같다.

Miscellaneous/Image 2025.07.09

심리학 - 학문인가, 지적 사기인가?

https://youtu.be/FXIFtWH0GQM?si=HYixMDaOeEJc50fL 1. 무엇이 문제인가? 심리학의 많은 실험 결과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재현되지 않는다즉, “다시 해보면 똑같이 나오지 않는” 연구들이 많다2. 충격적 통계Reproducibility Project: 저명 학술지에 실린 100개 연구 중오직 39%만 재현효과 크기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 3. 왜 이런 일이 생겼나?낮은 검정력(statistical power): 작은 표본, 큰 효과 찾기 어려움p-hacking*등 부정확한 연구 관행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눈에 띄는 결과만 발표 → 잘못된 이미지 확산* p-hackingp-value(유의확률)를 0.05 이하로 만들기 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

Krebs 10 (2025.6.19)

에세를 읽다 보니 새삼 병을 대하는 몽테뉴의 태도가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너는 아픈 것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병의 도움 없이도 죽음은 너를 능히 처분한다. 어떤 이들은 병이 죽음을 멀리 떼어 놓기도 하는데, 자기들은 이제 다 끝나 죽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에 더 오래 살았던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떤 상처들이 그렇듯 치료해 주고 건강을 돌려주는 병들도 있다. 결석은 흔히 당신 자신보다 더 싱싱하게 살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극도의 노년기까지 줄곧 이 병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게 되지만, 자기들이 먼저 이 병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이 병은 훨씬 더 오래 그들과 동행할 참이었다. 병이 당신을 죽이는 것보다 당신이 병을 죽이는 경우가 훨씬 흔하며 [병이 치료되었다는..

Miscellaneous/etc. 2025.06.19

"폭싹 ... "와 "sub specie aeternitatis"

작년 여름 서귀포 보름 살기 중에 담은 한 컷 속 제주 방언을 모처럼 드라마 제목으로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주변의 추천으로 보았다가 정말 민망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 드라마의 전개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면서 동일한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본다. 그때마다 주인공들과 보는 이들은 동일한 사태를 상당히 다른 이해의 깊이와 지평의 변화로 마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이 지나고 과거를 다시 회상할 때면 으레 당시엔 이해가 불가능했던 일들과 그것들의 의미를 비로소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끔 스토리를 전개한다.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이해의 깊이나 폭이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처럼 fake로 살지 않고 나름 치열하게 산다면 ..

Miscellaneous/etc. 2025.05.24

오월의 올림픽 & 오금 공원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는 Iceberg Rose올공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 중 내가 최고로 픽한 작품볼리비아 출신 작가라고 하니, 유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카를로스"가 생각난다. 우리의 북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디서든 잘 살고 있기를 ...기괴한 형태의 나무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작품이라 한다. 근데 작품명이...작가가 칸트의 Kritik der Urteilskraft를 조금 공부했었더라면, "무제" 같은 상투적인 이름 대신 "Technik der Natur"라고 명명하지 않았을까? 이 이름도 상투적?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너구리

Miscellaneous/Image 2025.05.12

Krebs 3 (2024.12.9~10 & 2025.5.10)

2024.12.9피터 씨,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은 어떠하신가요? 당신의 한국어 번역서는 이미 아시다시피 기대에 비해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서의 철학상담에 대한 관심도 10여년 전만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닐 거 같지만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군요. 진중한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나도 이제 정년까지 한 학기만 남겨놓았는데, 최근에 암진단을 받고 보니 당신이 2016년에 항암치료 받았던 게 기억이 나서 안부 확인 겸 메일을 보냅니다. 지금은 완치된 상태인가요? 그 당시 “a foggy brain”이라는 표현을 쓰셨었는데, 이제 나 자신이 그런 치료를 앞두고 있다 보니 새삼 ..

Miscellaneous/etc. 2025.05.10

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Paucis opus est literis ad mentem bonam." (Little learning is needed to form a sound mind.) — Seneca, Ep., 106.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학식(박학함)은 칠칠치 못한 하인이 공연한 흥분 상태이듯, 우리를 섬겨야 할 정신이 과도하게 열에 들떠 있는 상태다. 마음을 집중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당신 자신 안에서 죽음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논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가 다가오면 당신에게 가장 적절하게 소용될 진실한 것들이다. 이 논거를 빌려 농부도, 또 어떤 민족들은 그 전체가, 철학자만큼이나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다. 만약 내가 키케로의 『투스쿨룸 대화』를 다 읽지 못했다면 나..

Philosophical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