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84

치유자의 소명과 그 고통이 뜻하는 것

만약 당신이 응급한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면, 내면적으로뿐만 아니라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소진과 번아웃은 매우 강력한 스승이 될 수 있다. 소진과 번아웃은 여전히 우리가 그것에 놀라곤 하지만, 분명 신체적이자 심리적인 과정이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이 점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고통받는 신체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그 고통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몸에도 흡수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적 반응 역시 우리 몸을 통해 흐르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신체상으로도 드러나게 된다. 고통과 온전히 함께하는 것은 신체적인 과정이다.따라서 우리 몸과 마음을 어떻게 훈련하여 감정적 반응에 대처할 수 있을지를 배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단지 “참아라”라는 ..

Philo-counseling 2024.11.16

번아웃 돌파의 개시

고갈과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모든 일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경험들이 더 큰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으며 더 큰 능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우리가 말하는 "돌파"에 대한 희망이 있다. 이 단어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한 번의 돌파만으로 모든 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더 큰 관점으로의 돌파이며,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으로서의 돌파이다. 더 큰 그림 속에서 더 넓은 범위의 경험, 더 넓은 범위의 고통에 직면할 수 있게 되는 돌파이며, 이를 통해 좌절이나 실망에 빠지지 않게 되는 것이다. 희망은, 고통이 너무 커서 더 이상 기존의 방..

Philo-counseling 2024.10.25

번아웃 돌파를 위한 내면적 작업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는 자신의 상처를 인식하는 시점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치유의 소명에서 첫 세 국면—소명, 형성, 숙달—에서는 타인의 취약성과 세상의 상처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의 세 국면—고갈, 돌파, 재충전—에서는 자신의 상처가 필연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신의 상처와 타인의 고통 사이에서 반복되며 울려 퍼지는 것을 나는 도덕적 고통이라고 부른다. 이 고통은 분명히 고갈의 원인이 되지만, 역설적으로 돌파와 재충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고통을 인식하고 다루는 것이 치유의 소명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발걸음 중 하나가 될 것이다.따라서 치유의 소명의 여섯 국면 각각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도전은 상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1. 소명—세..

Philo-counseling 2024.10.25

번아웃(burnout)

...종종 간호사들과 대화하거나 ICU에서 일하는 레지던트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 나는 방 안에 해결책에 대한 강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단순한 갈망이 아니라 기대감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그곳이나 여기서 제공할 수 없는 것, 즉 해결책이다. 사실, 도덕적 고뇌와 번아웃, 그리고 고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해결책이 없는 영역에서 편안함을 찾는 것을 의미하며, 고칠 수 없는 곳에서 편안해지는 것을 의미한다.해결책이 없으니,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 존재함(presence)이다. 그 함께함 속에서, 그리고 그 앞에서 상호 탐구가 일어나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큰 고통 앞에서도 경이로움과 에너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고통 앞에서 함께함은 치유를 제공한다...

Philo-counseling 2024.10.15

살아 있으되 죽은 자를 위한 부정적 정신분석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서 중요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립 리프(1987)는 현대 사회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심리학화의 출발점을 자신이 '치료적 전환'이라고 부른 것에서 찾아낸다. 그는 이것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도입과 거기서 파생되어 세계를 정복한 모든 형태의 심리치료와 연관시켰다. 심리학화 현상은 이제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심리치료의 장치들은 그것에 내재하는 긍정적 역동성에 의해 안내되는데, 이는 어느 정도는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특성이기도 했다. 심리 산업(psy-industry)은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전문 지식의 한 사례로 자리 잡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자신, 타인,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집단과의 관계를 ..

Philo-counseling 2024.09.18

철학상담사의 조건

감동시키는 자가 젊은이를 얻는다. … 스스로 감동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킨다. … 감동을 주지 않는 것 … 사실들, 팩트들, 정보들, 인식들, 지식, 어떻게에 대한 질문들, 숫자들의 형태로 제시되는 설명들 … . 젊은이들과 함께 철학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에 대해 그들에게 강의할 필요가 없다. 젊은이들은 그들과 말하고 있는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네게서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철학자나 철학에 대해 말하지 말고 철학자로서 그들에게 말하라. 만약 네가 그것을 원치 않거나 할 수 없다면, 가서 너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라, 왜냐하면 거기서 너는 항상 잘 대접받고 … 안전하기 때문이다. … 이제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누가 여전히 교사인가? 우리가 철학자라고? 그건..

Philo-counseling 2024.08.26

곤경 없음의 곤경(Not der Notlosigkeit)

"Not der Notlosigkeit" 같은 류의 말장난으로 하이데거만큼 재미를 본 철학자가 또 있을까?그이의 과거 행적이야 탓할 수 있고 또 탓해 마땅하겠으나 - 국내에서 "Heil Degger!"를 외치는 사람들 생각은 다를 수 있긴 하겠다 - , 그가 보여준, 시대 분위기에 대한 인문학적 감수성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철학상담 수업에서 난감하게 여겨지곤 하는 부분은, 나이나 인생 경험에 비해 너무 버거운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학생들에게는 대체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이다. 아니, 문제가 없다는 게 어째서 문제란 말인가? 모든 일들이 다 잘 풀리고 주변 상황이 어려움 없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얘기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전공 과목을 ..

Philo-counseling 2024.08.12

"언제나"(Immer) von Robert Gernhard

"성공"에 대한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인정을 받기 위해 항상 모든 것을 올바르게 만들려 했고, [지금까지는] 낙타처럼 모든 바늘귀를 통과해 빠져나왔는데, 천국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미리 엿보았던 직책을 낚아채기 위해서 였다. 줏대를 보여 줄 용기를 결코 찾지 못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성격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사람, 똑바로 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사람, 자신의 말을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을 사람, 신뢰성을 오래된 문구로 간주하고 정직성을 매우 구식인 이데올로기로 간주하는 사람,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기 위해, 함께 거기에 있기 위해, 거기에 머물기 위해, 해고되지 않고 관계가 끊기지 않..

Philo-counseling 2024.08.07

아헨바흐가 말하는 "경청"

단순한 듣기는 자연의 선물인 반면에 경청할 수 있음은 소수만이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서 습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는 대화에서 분별 있고 호감 가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말해질 것에 대해서보다는 (자신이) 말하려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나는 이제 기껏해야 이러한 경청하기가 이미 누군가가 말했듯이 길고도 깊은 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그러니까 때때로 철학상담에서 한 손님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하며 보고한 후에 나에게 "그런데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 ..

Philo-counseling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