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정신[영성]은 미래나 과거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2부의 이 구절은, 현재의 순간이 지니는 가치에 집중하고 인식하는 기술(the art)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 같은 고대 철학이 특히 강렬하게 살 것을 주장했던 바로 그 시간 경험에 해당하는데, 이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경험에 특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사가 등장하는 문학적 맥락을 잊어서는 안 되며, 또 이 대사가 파우스트 2부의 맥락에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괴테의 작품 내에서 의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하의 논의 과정에서 바로 괴테 자신이 우리가 언급한 유형에 속하는 경험에 대한 주목할 만한 증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인용된 구절은 파우스트 2부의 클라이막스들 중 하나를 표시하며, 파우스트가 내세운 “최고의 존재에 대한 요구”의 정점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그의 옆에는 그가 그녀를 위해 마련한 왕좌에 헬레나가 앉아 있다. 그는 첫 막에서 어머니들의 나라를 다녀온 후에 황제를 즐겁게 하기 위해 헬레나를 불러내었으나 그녀와 희망 없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아름다움의 샘이 그 강둑을 흘러 넘쳐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까지 흘러들어 온 건가요? …
그대에게 가장 강력한 힘이 만들어낸 동요(動搖, the stirring)를 바칩니다,
정념[열정]의 본질도;
그대에게, 애정, 사랑, 숭배, 그리고 광기도.
2막 전체를 통해 그리고 그리스 고전의 모든 신화 속에서 파우스트가 찾아다녔던 것은 헬레나다. 그는 켄타우로스인 케이론, 무녀인 만토와 함께 그녀에게 말을 건낸다. 그리고 마침내 3막에서 그녀는 중세풍의 요새로―아마도 펠로폰네소스의 미스트라일텐데―피신하게 되는데, 파우스트가 다시 그곳의 군주로 등장한다.
바로 그때 파우스트와 헬레나 사이의 특별한 만남이 일어난다. 파우스트는 중세의 기사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대인을 형상화한 것이며, 헬레나는 트로이 전쟁의 여주인공 형태로 환생하지만 실제로는 미의 형상 그 자체이며, 결국 자연의 미를 뜻한다. 괴테는 최고의 장인 솜씨로 이 두 형상들과 상징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파우스트와 헬레나의 만남을 두 연인의 만남만큼이나 감동적으로 또 역사적 의미가 담긴 두 시대 사이의 만남으로서, 그리고 의미로 가득한 인간과 운명의 만남으로 창조해 냈다.
시적 형식이 두 연인의 대화와 두 역사 시대의 만남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 매우 능숙하게 사용된다. 3막이 시작될 때부터 헬레나는 고대 비극의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고 그녀의 말은 약음 삼중계의 리듬에 맞춰져 있으며, 반면 포로로 잡힌 트로이 여성의 합창단은 [고대 그리스 합창곡의 절(節)인] 스트로프와 안티스트로프로 그녀에게 화답한다. 그러나 이제 헬레나가 파우스트를 만나고 파수꾼 린세우스가 운율이 있는 2행의 대구(對句)로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그녀는 이 미지의 시 형식에 놀라고 매료된다.
한 마디 말이 귀에 닿자 마자
다른 말이 이전 말을 어루만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