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도 걷히고 화사한 봄날,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안경이야 이미 태곳적부터 쓰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맞추기 진짜루 싫은 안경이었구먼. 3-4년전부터 저녁 전등불 아래에선 글자들이 가물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올 것이 와버린 것이다! 첨엔 피곤해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방금 읽은 줄을 다시 읽게 되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아하, 이게 고거로구나 하게 되더란 말이지. "아직 이런 거 쓰실 나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하는 안경방 아가씨 말이 위로라기보단 얄밉게 들렸다. 옆에 있던 집사람 왈, "이사람, 겉만 이 정도지 속은 완전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 유럽에 머물 때 첨 가본 도시에서 날더러 지도 빨리빨리 못 읽는다고 그렇게 구박구박준 것도 모자랐던 모양이다. 안경 알 다듬는 동안 괜찮아 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