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역사가는 역사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적어도 철학도가 보기에는 그렇다. 역사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헤로도토스가 그러했듯이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들 가운데 기억에 남아 사라지지 않고 후세에 전해지기를 원하는 경험 사례들을 선택하여 기록으로 남기면 그만이다. 물론 그 기록의 대상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록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일 터이다. 헤로도토스는 그것을 “위대하고 놀라운 활동들”과 “불화의 원인” 즉 전쟁의 원인에서 찾았고, 후대의 역사가들 역시 오랫동안 그의 선례를 따랐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변하는 현상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질서나 원리적인 것을 찾는 데 관심을 가졌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인 역사에 대해 긍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