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데카르트의 방법

Kant 2008. 4. 13. 16:45

데카르트의 방법

Regulae ad directionem ingenii, 1628

Discours de la Méthode pour bien conduire sa raison, & chercher la vérité dans les sciences. Plus la Dioptrique, les Météores, et la Géométrie. Qui sont des essais de cette Methode, 1668


확실성 추구의 배경: 진리의 보증처럼 여겨져 온 역사의 권위들 자체가 의심스러워 졌다. 기독교나 고대의 저서들이 그 권위를 상실한 가운데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는 원리적인 방법의 문제를 통해 확실한 지식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첫째 규칙: Studiorum finis esse debet ingenii directio ad solida et vera, de iis omnibus quae occurrunt, proferenda judicia.

천부적인 인식능력(ingenium은 ‘정신’이라기보다 ‘천재’라는 의미. 여기서는 천부적인 인식 능력으로 번역하는 게 낫다)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견고하고 참된 판단을 내리도록 그 인식 능력을 지시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기예들(artes)의 경우에는 한 가지 활동에 전념해야 훌륭한 장인이 될 수 있다. 지혜로서의 학문은 이와 달리 우리 인식 능력을 한 대상에 고정시켜 탐구하도록 제한시킬 필요가 없다. 하나의 진리는 다른 진리의 발견을 돕기 때문이다. 개별 목표를 위해 연구하기보다는 일반 목표를 위해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질없는 영광이나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는 것, 유용함이나 결과를 위한 것도 학문 인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둘째 규칙: Circa illa tantum objecta oportet versari, ad quorum certam et indubitatam cognitionem nostra ingenia videntur sufficere.

우리의 천부적인 인식능력이 확실하고 의심 불가능한 인식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여기는 그러한 대상들만을 다루어야 한다.

셋째 규칙: Circa objecta proposita non quid alii senserint, vel quid ipsi suspicemur, sed quid clare et evidenter possimus intueri vel certo deducere quaerendum est; non aliter enim scientia acquiritur.

주어진 대상들에 관해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이나 우리 자신이 짐작했던 것이 아니라, 명석하고 명증적으로 직관할 수 있거나 확실하게 연역할 수 있는 것만을 연구해야 한다. 지식은 달리는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서설』의 첫째 규칙: de ne recevoir jamais aucune chose pour vraie que je ne la connusse évidemment être telle; c'est-à-dire, d'éviter soigneusement la précipitation et la prévention, et de ne comprendre rien de plus en mes jugements que ce qui se présenteroit si clairement et si distinctement à mon esprit, que je n'eusse aucune occasion de le mettre en doute.

명증적으로 참이라고 인식된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참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 것. 즉 속단과 편견을 신중히 피하고 조금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석판명하게 나의 정신에 나타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리지 말 것.

감각적 지각, 상식뿐 아니라 개연적인 의견들, 아주 확실함을 가장한 추측들, 대단히 그럴듯한 근거들 이런 것들이 완전한 지식이 될 수는 없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가정들과 섞여 있는 주장들은 배제하라. 스콜라 철학에서 사용한 “개연적 삼단논법”(다수의 현자들에 의해 인정되기만 하면 되는 전제들을 사용함)도 거부되어야 한다. 다수 의견은 소용없다. 어려운 문제들의 경우 진리는 다수가 아니라 오히려 소수에 의해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다수 의견은 흔히 연상이나 상징, 희미한 기억, 순간적인 느낌 등에 의거하는 경우도 많다.


넷째 규칙: Necessaria est methodus ad veritatem investigandam.

진리의 탐구를 위해서는 방법이 필요하다.

학문은 여행자가 길에 흘린 귀중품 찾기가 아니다. 운이 좋아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품지 않는 게 낫다. 순서 없는 연구나 모호한 성찰은 지성을 맹목적으로 만든다. 수학은 모든 학문들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이고 또 더 중요한 다른 지식들을 파악하기 위해 인식 능력을 교육하고 준비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이다 (보편 수학mathesis universalis).


다섯째 규칙: Tota methodus consistit in ordine et dispositione eorum, ad quae mentis acies est convertenda, ut aliquam veritatem inveniamus. Atqui hanc exacte servabimus, si propositiones involutas et obscuras ad simpliciores gradatim reducamus, et deinde ex omnium simplicissimarum intuitu ad aliarum omnium cognitionem per eosdem gradus ascendere tentemus.

모든 방법은 우리가 어떤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 정신의 눈을 돌려야 하는 대상들의 순서와 배열로 이뤄진다. 그리고 우리가 복잡하고 모호한 명제들을 더 단순한 명제로 단계적으로 환원하고 난 다음 모든 것들 가운데 가장 단순한 것들의 직관으로부터 같은 단계를 거쳐 다른 모든 것들의 인식으로 오르려 할 때, 우리는 이 규칙을 정확하게 지키게 된다.

여섯째 규칙: Ad res simplicissimas ab involutis distinguendas et ordine persequendas, oportet in unaquaque rerum serie, in qua aliquot veritates unas ex aliis directe deduximus, observare quid sit maxime simplex, et quomodo ab hoc caetera omnia magis, vel minus, vel aequaliter removeantur.

가장 단순한 것들을 복잡한 것으로부터 구별하고 순서에 의해 탐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몇몇 진리들을 하나씩 다른 것들로부터 직접 연역했던 그러한 사물들 각각의 계열 마다 무엇이 가장 단순한 것인지를 관찰해야 한다. 또한 어떻게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이것으로부터 더 멀리 혹은 덜 멀리, 혹은 동등하게 떨어져 있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이 하나의 규칙 안에 인간의 모든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미궁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테세우스의 끈을 붙잡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물들의 인식에 다가가려면 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 규칙을 무시하거나 모르면 건물 위를 계단으로 오르는 대신 한 번에 뛰어 오르려는 사람이나 천체의 움직임을 온전하게 관찰하지도 못하면서 그 결과를 지시해줄 수 있다고 희망하는 점성술사들과 다르지 않다. 또 자연학을 배제한 채 기계(역)학을 공부하고, 아무생각 없이 운동을 일으키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려 하는 다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미네르바가 주피터의 머리에서 나오듯이 경험을 무시하며 진리가 자기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들도 그러하다.

3과 48 사이에 있는 세 개의 비례수를 발견하는 문제를 보자. 일단 처음에 우리는 아무런 직관도 갖고 있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이 두 수 사이의 하나의 비례수, 즉 12를 찾는다면, 우리는 원래의 문제를 좀더 다루기 쉬운 문제로 환원시킬 수 있게 된다. 그래서 3과 12 사이의 비례수와, 12와 48 사이의 비례수를 구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쉽게 3이 6에 대해 갖는 비례는 6이 12에 대해 갖는 비례 관계와 같고, 마찬가지로 12, 24, 48의 비례 관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찾는 수가 6, 12, 24인을 알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주의를 한 번에 하나의 단순한 대상에 집중시킴으로써 자연의 대상뿐 아니라 정신적인 대상에서도 우리의 지각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예컨대 물질은 그 단순한 본성인 형태, 연장, 운동으로, 정신은 의지, 사고, 회의로 나누어 고찰 가능하다. 단순한 것들은 쉽게 우리의 직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방법서설』의 둘째 규칙: de diviser chacune des difficultés que j'examinerois, en autant de parcelles qu'il se pourroit, et qu'il seroit requis pour les mieux résoudre.

검토해야 할 각각의 어려움을 그것을 더 잘 해결할 수 있기 위해 요구되는 만큼 가능한 한 많은 부분들로 나눠라.

[문제의 성질에 따라 그 해결이 요구하는 분석의 정도가 다르다. 동물들의 먹이 사슬을 연구하기 위해 관찰할 대상들을 전자현미경 수준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근대 이후 과학의 분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는 과학자 집단의 문제의식의 분화 과정 또는 그들이 (잠정적으로라도) 만족할만한 문제 해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 시대까지만 해도 과학이 여러 분리 집단들에 의해 나누어 작업해야 할 활동이 아니라, 한 사람이 최소한 과학 전체의 토대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카르트 자신도 그러한 전통에 속해 있긴 했지만, 최소한 자신이 제시한 방법에 의해서는 그와는 다른 결과를 유발하고 촉진한 셈이다.]

『방법서설』의 셋째 규칙: de conduire par ordre mes pensées, en commençant par les objets les plus simples et les plus aisés à connoître, pour monter peu à peu comme par degrés jusques à la connoissance des plus composés, et supposant même de l'ordre entre ceux qui ne se précèdent point naturellement les uns les autres.

나의 생각을 순(질)서에 의해 이끌 것. 가장 단순하고 가장 인식하기 쉬운 대상들로부터 출발하여 마치 계단을 오르듯이 조금씩 올라가 가장 복잡한 것의 인식에 이를 것. 그리고 그 대상들 가운데 하나가 다른 하나에 대하여 본성적으로 전혀 우선적이지도 않은 대상들에서도 순서를 상정할 것.

[단순히 이미 알려진 것을 논증한다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것들을 바탕으로 아직 명석 판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을 증명해 나아가는 것. 문제 해결이 여러 분야의 지식에 의존적일 경우도 해당.]

ex) 무지개라는 복잡한 현상이 주어져 있을 경우: 우리는 분수대 등에서의 경험을 통해 무지개가 하늘뿐 아니라 햇빛에 의해 비춰지는 많은 물방울을 포함하는 우리 주변의 공기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로 우리의 관찰이 시작되어야 할 단순한 대상은 무지개 색깔들 중 하나를 지닌 것처럼 보이는 개체로서의 물방울이다. 물방울과 닮은 모양의 플라스크에 물을 집어넣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조작해 봄으로써 조건이 변함에 따라 어떻게 색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변하는가를 관찰할 수 있다. 빨간 색 반점은 시선과 태양광의 각도가 42도일 때 나타나며, 각도를 증가시키면 사라진다. 각도를 약간 줄이면 색이 사라지는 대신 두 개의 덜 밝은 색들로 나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단순한 모델로부터 복잡한 현상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우리가 하늘의 단순한 대상들의 집합체를 특정한 색을 산출하기에 적합한 각도에서 관찰할 때, 그 색으로 이어진 호가 형성되리라는 것, 그리고 다른 각도들에서는 다른 색깔들의 동심원들 또한 산출될 것이라는 것.


일곱째 규칙: Ad scientiae complementum oportet omnia et singula, quae ad institutum nostrum pertinent, continuo et nullibi interrupto cogitationis motu perlustrare, atque illa sufficienti et ordinata enumeratione complecti.

지식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계획에 속하는 것들을 지속적이고 어디에서도 단절되지 않은 사유의 운동에 의하여 그 전체와 개체에 있어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며, 충분하고도 질서에 따른 열거에 의하여 파악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추론의 전제들에 관한 지식에서뿐만 아니라 추론 과정 자체를 위해서도 (기억을 동반한) 직관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즉 전제들과 결론 사이의 연결을 직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2 +2 = 3 +1을 알기 위해서는 2 +2 = 4와 3 + 1 = 4를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결론, 2 +2 = 3 +1이 그 전제들로부터 필연적으로 귀결한다는 것도 (처음에는 약한 기억력을 상상력의 지속적인 운동에 의해 돕다가, 나중에는 기억의 도움 없이 전체를 동시에 직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중간 중간의 연결 고리들(결론들)을 정확하게 개관하되 빠트리는 부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열거는 완벽한 지식을 위해 필요하지만 모든 문제에 있어서 항상 완벽하거나 서로 구별되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문제 해결에 충분할 정도는 되어야 하고, 또 반드시 순서에 따라야 한다. ex)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포유류의 종류가 모두 몇 종인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포유류를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겠지만, 양서류는 포유류가 아니라는 것을 보이고자 모든 포유류를 관찰할 필요는 없다.

『방법서설』의 넷째 규칙: de faire partout des dénombrements si entiers et des revues si générales, que je fusse assuré de ne rien omettre.

내가 아무것도 빠트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만큼 어디에서나 완벽한 열거와 전반적인 검사를 수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