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23

칸트 “윤리학적 수양법”(die ethische Asketik)의 철학상담적 함의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의 고통이 가장 큰 것처럼 생각해서 “만일 내가 그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이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을 텐데’”라고 말하지만, 칸트는 오히려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고통이야말로 가장 마음으로 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가 염두에 둔 것은 “도덕적 사안”에 관한 고통이며, 이때 우리는 “자신이 행한 모든 위반 사안들을 마음에 간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덕적 사안에 대한 비판이 “나쁜 결과”와 무관한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칸트는 도덕적인 문제와 결부되지 않은 종류의 고통을 마음에 끌어들여 “그것에 자신을 전적으로 내맡기는” 태도를 단순한 “행위의 결여”로 규정하고 강..

Philosophical 2021.12.27

<제1부(Teil) 미적 판단력의 비판 / 제2편(Abschnitt) 미적 판단력의 분석 / 제2장(Buch) 숭고의 분석론>

§ 25 숭고의 개념 설명 1. “어떤 것이 크다”고 할 때 ‘크다’는 개념 자체는 지성 개념도 아니고 감성적 직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성 개념도 아니다. 1.1 그 경우 ‘크다’는 판단력이 “주관적 합목적성”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 1.2 칸트는 여기서 ‘형식적 합목적성’ 또는 ‘형식의 합목적성’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어떤 것의 ‘무엇임’과 그 ‘무엇의 크기’에 대한 관계를 판정할 때 주관적 합목적성의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Ex) “저 아이의 얼굴은 크다”고 할 때, 이는 ‘사람(아이)의 얼굴로서 크다’를 뜻할 것인데, 사람 얼굴임과 크기의 관계에 대한 객관적 규정에 따라서 그렇게 판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판단자 주관의 인식 능력들에 대한 어떤 합목적적인 관계[..

Philosophical 2020.11.30

<제1부(Teil) 미적 판단력의 비판 / 제2편(Abschnitt) 미적 판단력의 분석 / 제2장(Buch) 숭고의 분석론>

§ 23 미의 판정 능력에서 숭고의 판정 능력에로의 이행 1. 숭고에 대한 판단도 반성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미의 판단과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1.1 판단 주관의 만족에 관여하고 감관 판단이나 논리•인식•실천 판단처럼 감각이나 개념에 의존하지 않는다. 1.2 미적 판단이 비규정적인 목적 개념, 즉 목적 없는 합목적성에 의해, 다시 말해 대상에서 그 합목적성을 지각함에 의해 판정하는 것처럼, 숭고의 판단도 이성의 개념, 즉 이념들에 관계한다. 하지만 숭고의 대상이 이념의 직접적인 감성적 현시를 의미하지는 않으며, 단지 이념의 현시 불가능성이, 즉 그 숭고한 대상의 감성적 표상조차도 이념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감성적으로 현시되는 것이다. (B 77=V 245) 1.3 숭고의 판정에서도 인식 능력들..

Philosophical 2020.11.22

<취미판단의 제3계기: 관계> 판단력비판,§17 미의 이상(Ideal)

1. 이 절에서도 칸트는 미의 판정 근거가 개념적으로 규정될 수 있는가의 물음을 다룬다. 1.1 칸트의 일관된 입장은 무엇이 아름다운가를 개념에 의하여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 규칙(기준)은 없다는 것이다. 1.11 취미판단에서의 경험적인 일치 사례들은 있으며, 바로 그러한 사례들이 경험적인 기준(아주 박약한) 역할을 할 수는 있다. 1.2 어떤 취미판단의 대상에 대해서 아름답다는 판정이 일관되게 내려진다면, 그러한 대상은 범례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1.21 그러나 이러저러한 대상을 판정할 때에는 아름답다고 판정해야 한다는 것은 가르치거나 배워서 습득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남의 판단에 대한 모방에 불과) 2. 취미의 전형은 누구나 스스로 자신 속에서 만들어야 하는 이념이다. 2.1 원래 이념..

Philosophical 2019.04.10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강독 저서 소개 칸트의 제 2 비판서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덜 읽히고 있는 저서. 그 원인은 아마도 가 더 분량이 적고, 꼭 전문 칸트 철학 지식이 없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특히 1, 2 부). 그러나 와 은 많은 내용에서 서로 중복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에서만 다뤄지는 문제들이 있다. 주석서는 Lewis White Beck의 것이 거의 유일함. 벡은 이 작품이 다른 칸트의 저서들보다 간결한 문체로 쉽고 명확하게 써졌다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심이 가는 부분임. 그는 또 이 작품은 단 기간에 집필되었기 때문에 에서와 같은 소위 “patch-work”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함. 의 성립 순수한 실천철학의 원리를 확립하려는 칸트의 의도는, 1760년대부터 도덕의 형이상학을 집필하겠..

Philosophical 2013.12.07

판사님과 SNS

 “몇몇 판사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정치적[?]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 “계몽을 위해서는 자유만이 필요하다. 이때의 자유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 가운데에서도 가장 해가 없는 자유인데,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곳에서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라!’(räsonniert nicht!)는 소리를 듣는다. 장교는 ‘따지지 말고 훈련이나 하라!’고 말하고, 세무공무원은 ‘따지지 말고 세금이나 납부하라!’고 한다. 또 성직자는 ‘따지지 말고 그저 믿기만 하라!’고 소리친다. … 도처에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제한..

Philosophical 2011.12.03

숭고미는 아직도 유효한가? - 칸트의 숭고미와 Dolomites

"숭고란 [어떤 것이 그] 범위나 정도에 의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크기이다. 인간은 자신의 정신 능력으로 그러한 범위나 정도를 가늠해 보려는 유혹을 받는다. 이때 그 거대함이 주는 공포는 (예를 들어 우리의 지척에서 울리는 천둥소리나 높고 험한 산맥 같은 것들) 인간이 그 크기의 범위와 정도를 스스로 평가하여 자기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만, 위협적인 것이기도 하다. 만일 우리가 그 순간에 안전한 장소에 있다면, 그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정신 능력을 한 곳에 모으게 되는데, 이때 그렇게 함에도 불구하고 그 현상의 크기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불안감과 경이감(이 후자는 고통을 지속적으로 극복하는 데에서 나오는 쾌적한 감정이다)이 발생한다." 칸트에 따르면, 상상력이 처음에 ..

Philosophical 2010.07.25

서양근세철학특강handout1

서양근세철학특강handout1 1. 칸트철학(『순수이성비판』) 이해를 위한 예비적 물음들 1.1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는 작업의 문제성 1.11 철학자들의 사상(들)의 실체(實體) 혹은 정체(正體)? - 이런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 1.12 존재한다면 어떻게 알 수 있는가? 1.2 한 철학자의 철학은 그 철학자의 저작활동과 동일시될 수 있는가? 1.21 하이데거의 철학과 나치 하에서의 그의 행각이 무관하다고 할 수 있나? 박종홍의 철학과 유신체제 하의 그의 활동은 별개의 사안인가? 1.22 서양철학에서 theoria와 praxis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하나? 1.3 철학 작품에 담겨있는 사상은 당사자를 포함해서 제2자, 제3자, 언어와 시대, 민족이 다른 사람에게 분명하게 파악되..

Graduate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