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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 '역경의 철학' 혹은... '인생은 불공평하다'

Kant 2023. 7. 17. 16:45

어째서 신은 하필 가장 선한 자를 질병이나 슬픔이나 온갖 불행한 일들로 괴롭하는 것이라 생각하나? 군에서도 가장 위험한 임무는 제일 용감한 자들에게 돌아간다네. 지휘관은 정예의 병사들에게 적군을 야습하게 하고, 정찰 임무를 맡기며, 수비부대를 몰아내는 과제를 준다네. 임무를 부여받고 떠나는 어느 누구도 "지휘관이 나한테 못된 짓을 하는 거야"하고 불만을 토로하지 않네. 오히려 "장군이 나를 인정하나보다"라고 말하지.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들이라면 울어버릴만한 명령을, 용맹한 병사는, "신이 우릴 인간 본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좋은 대상으로 판단한 것이 틀림없어"하고 말할 것이네. ...

 

무엇이든 과도하면 해악이 되지만, 특히나 행복[운]이 지나치게 되면 가장 위험한 법이네. 과하게 주어지는 행복은 머리를 흥분시키고, 우리 마음에 헛된 망상을 불러일으켜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짙은 안개로 뭉개버리기 때문이지. 끝도 없고 절제도 없는 행복으로 폭발해버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속적인 불행을 덕의 도움으로 견디고 인내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냐고? 과식으로 배가 터지는 것[토사곽란]보다는 차라리 굶는 편이 더 낫겠지.    

신들이 선한 사람들을 다룰 때는, 교사가 제자를 가르칠 때와 동일한 원칙에 따른다네. 선생은 장래가 기대되고 신뢰할만한 제자들을 더욱 혹독하게 조련하지. 자넨 라케다이몬[스파르타] 사람들이 자식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채찍질한 것이 미워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는가? ...

 

신들이 고귀한 정신을 지닌 자를 엄격하게 시험한다고 해서 그게 어째서 놀랄 일이겠는가? 유덕함이란 결코 쉽게 증명될 수 없는 것이라네. 운명이 우리에게 매질을 가한다? 우리는 참아야 하네, 왜냐고? 그것은 잔인한 행위가 아니라 전투이고, 사람은 자주 싸우면 싸울수록 더 용감해지기 때문이지. 우리 신체에서도 가장 자주 사용하고 단련하는 부분이 가장 튼튼한 것과 마찬가지지. ...

 

선원은 거친 바다를 참고 견딤으로써 탁월한 선원이 되고, 농부의 손에는 일을 할수록 굳은 살이 박히며, 병사의 팔은 창을 휘두른 만큼 강해지지 않는가. ...

 

부는 선이 아니라네. 그러니까 포주(主) 엘리우스조차 그것을 가지는 것이지. 사람들이 신전에서 돈을 숭배한다 해도 사창가에서도 볼 수 있게끔 말일세. ... "그렇지만 착한 사람은 불구가 되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감금당하는데, 악한 자는 성한 몸으로 걱정 없이 즐기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겠나? 용감한 자들은 상처를 싸매고 무기를 든 채로 밤새워 진영에서 보초를 서는데, 변태에다가 전문적인 호색한들은 안락한 도시 한복판에서 쾌락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은 공평한가? 제일 정결한 처녀들은 제사를 위해 한밤중에 일어나야 하는데, 비슷한 시간 더러운 창녀들은 깊은 꿀잠을 자고 있다면? ...

 

용감한 데메트리오스의 기품 있는 말이 생각나는군.

"불사의 신들이시어, 당신들에 대한 나의 단 하나 불만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의도를 미리 알려주시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미리 알려주셨더라면 저는 당신들의 부름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일찍 따랐을 것입니다. ..."

 

데모크리토스는 자신의 재산을 던져버렸다네. 부가 선한 마음에 짐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지. 선한 인간들도 이따금 이렇게 자신에게 일어나기를 바라는 상태를, 신이 허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뭐가 그리 놀라운 일이겠는가? 선한 사람들은 아들들을 잃는다고? 왜 아니겠는가? 그들은 때로는 아들을 죽이기까지 하는데.  ...

 

왜 그들은 힘든 일을 견디느냐고? 다른 사람들에게 견디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네. 그들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태어났다네. 그러니까 신이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하게. 

 

"선한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는 자들이여, 너희는 어째서 내게 불평하는가? 나는 다른 자들에게는 거짓으로 좋은 것들을 두르게 했고, 그들의 공허한 마음을, 이를테면 긴 거짓 꿈으로 조롱한 것이다. 나는 그들을 금과 은과 상아로 치장했지만, 그 속에 선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너희가 행복하다고 여기는 자들의 겉이 아니라 속을 본다면, 그들은 불쌍하고, 더럽고, 추하고, 그들이 사는 집의 벽처럼 겉으로만 번지르르하다. 그들의 행복은 견고하거나 성하지도 않을뿐더러, 얄팍한 겉치레에 불과하다. 그들이 버티고 마음대로 자신을 뽐낼 수 있는 동안에는 눈부신 빛으로 남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 그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가면을 벗겨내면, 그들이 빌려온 광채가 얼마나 많은 추악함을 숨기고 있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

나는 너희에게 언제나 확실하게 지속될 좋은 것들을 주었다. 너희들이 그것들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반성하고 자세히 살펴볼수록, 그것들이 더 좋아지고, 더 커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너희는 겉으로 빛나지 않는다. ... 나는 모든 선을 안에다 넣어놓았다. 행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곧 너희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