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The Washington Post의 철학상담 관련 기사

Kant 2011. 11. 11. 16:42



‘위대한 사상가들의 지혜에 당신의 고민을 맡기세요.’
미국에서 철학 지식을 활용해 이혼과 실직 등으로 마음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철학 카운슬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이들 철학 카운슬러는 삶의 본질을 탐구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나 존재의 문제를 파고든 하이데거의 현상학 등 심오한 철학을 넘나들면서도 ‘지적인 인생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 36개 주(州)와 세계 20개국에서 300여명의 철학 카운슬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약물에 손쉽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데카르트 전공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철학 카운슬러’ 패트리샤 머피는 “고민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약물은 몸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지만 영혼이 필요로 하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칸트가 산책을 통해 생각의 힘을 얻고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고 믿었듯이 상담 손님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고 위대한 사상가들의 책을 통해 그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한다고 했다. 한 시간 상담비로 80달러(8만6000원)를 받는다.

예를 들어 실직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노자(老子)의 사상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자는 ‘잃는 것’과 ‘얻는 것’은 음양(陰陽)처럼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직업을 ‘잃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잠재적인 재능을 계발하고 더 적합한 커리어를 쌓을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상담에 나선 것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철학이 학문의 영역에만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철학 카운슬러들이 결성한 단체 ‘미국 전문철학자협회’ 루 마리노프 회장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자들이 동네 골목에 있었다”면서 “우리는 철학이 쓸모없는 유물(遺物)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철학 카운슬링’은 대학 교육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시립대는 지난해 ‘철학 카운슬링’을 전공하는 응용철학 전공 석사과정을 개설하고 첫 학생을 모집했다.
(조선일보 2011.08.24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