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3

아리스토텔레스와 노예, 그리고 장문의 각주

전에 블로그 초기화면으로 쓰던 렘브란트의 “the Philosopher in Meditation”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이었다. 그저 렘브란트 특유의 은은한 색조와 명암이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옥포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읽다 보니 갑자기 이 그림이 다시 떠올랐고, 전엔 안 보였던 게 보였다. 바로 오른 쪽 밑 어둠 속 희미한 그림자처럼 쭈그리고 앉아 벽난로인 듯한 곳에 불씨를 고르고 있는 존재! 그래, 그림 중앙의 철학자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존재는 그가 philosophieren 내지 theorein할 수 있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상의 노동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었던 자, 그렇다 그의 노예였던 것이다! ..

Philosophical 2011.12.26

옥스포드 50주차

제국주의의 유산과 신분제 사회 영국이란 나라에서 묘한 부분을 열거하자면 수도 없을 것 같다. 자동차 핸들 위치나 차 운행 방향이 반대라는 거야 잘 알려진 일이지만 (가전 기구 플러그 모양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라 은근히 불편하다), 사회 구조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분제 사회의 특징이 다분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근대식 의회 민주주의를 처음 정착시켰던 영국이 신분제 사회? 왕실의 권위를 이어오고 있는 전통이야 그렇다 치고, 학교교육에서 사립과 공립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차별에 이른다. 영향력 있는 사회 정치 지도자들 가운데 명문 사립학교와 옥스브리지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마치 과거 유럽의 상류층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사교와 비즈니스를 이..

옥포일기 2010.12.13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1.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설은 덕윤리Virtue Ethics에 속한다. 1.1 덕윤리이니만큼 “나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라는 물음, 즉 “의무”, “책임”, “권리” 등에 관한 물음보다는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나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 즉 “내가 어떤 삶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하는 물음을 중시한다. 1.11 이런 의미에서 그의 윤리설은 도덕적 의무 등에 관한 한 이론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간주되곤 한다. 2. 그의 윤리학은 또 행복주의의 윤리설로서 목적론적 윤리이기도 함. (그러나 근대의 공리주의와 같은 결과론적 윤리와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단순히 어떤 선한 결과만을 강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1 모든 윤리적 행위의 목표는 행복이며, 우리가 덕에 따르는, ..

Philosophical 200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