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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자기 서사가 가지는 의미

너스바움은 인간의 삶에서 강력한 '감정'의 체험이나 미리 대비하기가 불가능한 '운'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와 역할을 대변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대표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는 노년에 이른 사람들이 자주 사로잡히게 되는 회고의 감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것이 어째서 노인의 자아 정체성에서 중요한 요소인가를 설명한다. 우리는 어차피 과거를 바꿀 수 없으므로 기억을 되살리고 음미하려는 시도를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그녀는 그러한 일에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을 사용하는 일이 바람직한가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또 가령 그것이 불합리한 일이 아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그녀는 고전 전문가로서 고대 작가들..

Philo-counseling 2024.05.24

"A part of me dies with you"

잔인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영화.폭력, 어둠,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향한 증오, 그리고 empathy가 잘 어우러진 영화. 주역들의 무거운 연기, 톡톡 튀는 말장난 대신 이따금씩 원주민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철학적 내용의 대사, 특히 Bale의 비명 대신 천둥 소리를 삽입한 감독의 센스가 부러웠던 영화.   https://youtu.be/SHrvcH_hS9Q?si=YyQhRh7gDGLG3Yf5  https://youtu.be/II90HF1jVgg?si=rrY3xO7PQ3-heYpP

<파이드로스>편에 대한 너스바움의 해석

이 사람[= 소크라테스]은 사랑하면서도 사랑에 빠지지 않은 사람처럼 한 젊은이에게 말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그가 사랑하는 자는 당연히 바로 그 젊은이다. 우리가 소크라테스에게 연인의 페르소나를 부여해 본다면, 그는 자신이 행할 연설의 올바른 수신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내가 대화하고자 하는 그 젊은이는 어디 있는가? 난 그 젊은 친구가 내 말을 듣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고 서둘러 떠나버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자에게 자신을 허락하는 일이 없도록.”(243 e)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연설을 받아들이는 자가 변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말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젊은이가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 물음에 파이드로스가 대답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내 생각..

Philosophical 2024.05.10

스피노자의 자살 개념

Ethica [= E] 3부 정리 4에서 스피노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어떤 것도 외부 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파괴될 수 없다. ... 따라서 우리가 외부 원인 말고 사물 자체만을 고려할 경우, 그 사물 안에서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나는 이 주장을 ‘외부 원인에 관한 주장’이라고 부르겠다.이 주장은 E 4부 정리 20의 주석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자신의 [자연]본성과 대립하는 외부 원인들에 의해 압도당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 즉,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는 일 말이다. 음식을 먹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을 저지르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따라서가 아니라 외부 원인에 압도당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Philo-counseling 2024.04.28

직장, 특히 학계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 대본

직장동료나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의 협력 파트너들이 주는 (서로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나 (법에 호소해야 할만큼 과하지는 않은) 피해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일시적이거나 우연히 조우하는 짜증스런 사람들이라면 세네카의 조언대로 피하면 되겠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서는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거의 주어져 있지 않으므로 나름 충분히 대처 전략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M. Nussbaum의 조언을 들어보자.  [이 분의 조언은, 조별 발표 수업 준비를 함께 해야 하는 다른 조원들과의 인간 관계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만하니]  [짜증을 선사하는] 사람들과 매일 마주해야 한다면,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은 성격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욕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말을 아량있게 이해해주는 습관을 들..

Philo-counseling 2024.04.21

평행론(parallelismus)

철학 용어로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다. 그는 이 개념으로, "영혼에서 일어나는 과정들과 물질 세계 내의 사건들 사이에 완전한 평행상태가 성립하며, 비록 영혼과 그 활동들은 물질과 구별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물질로 이루어진 기관들을 덜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자신의 철학적 중요 테제를 언급한다. 이 테제의 기초에는 당시의 메커니즘적인 자연과학적 탐구방식을 온전하게 인정하되, 그와 동시에 그 방식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동기가 놓여있다. ... 역사적으로 보면 평행론을 이끌었던 문제 제기는, 데카르트의 정신(res cogitans)과 물체(res extensa)에 관한 엄밀한 이원론(im strengen Dualismus)에 기반을 두고..

Philosophical 2024.04.17

용서의 어려움

기독교도 유대교도 모두 자기네가 더 온화한 종교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다 거짓말이다. 기독교 전통에는 처벌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자원이 존재한다(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유대교 전통이 죄의 댓가를 엄격히 기록하고 힘들게 속죄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두 전통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연속성이 존재한다. 대체로 기독교가 유대교와 같은 방향으로 더 멀리까지 나아간다. … ‘교환적인 용서’의 개념은 기독교 복음서에도 등장한다. “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르거든 꾸짖고, 뉘우치거든 용서해주어라.”(누가복음 17.3-4) … “그러니 여러분은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오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죄를 깨끗이 씻어주실 것이며, 여러분은 주께서 마련하신 위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Philosophical 202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