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드뎌 마쳤어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괜찮다. 안심이 된다.
"어땠냐?"
"솔직히 첨엔 무서웠는데 일단 펴지니까 주변이 고요한 게 엄청 편해지더라구요. 일만, 이만, 삼만까진 큰 소리로 외쳤는데 ... 사만부턴 점점... 그때 막 '투두두둑' 하며 펴지는 소리가 나면서 ... 휴~~ 5초가 어떻게 그리 긴지..."
"그래, 수고했다."
나도 못 해본 걸 했다 해서 그런가 안쓰럽다.
'군대는 복불복이다'.
근 30년 전에 자주 들었던 말인데 아직도 변한 게 없나보다. 주말마다 외박하며 근무하는 지 친구들도 있는데 이따금 위험수당 받는다고 뽐내는 낙으로 지내는 녀석 모양새가 그렇다.
"돈 주고도 못하는 특별한 경험한다 생각하고, ... 엄청 춥고 밤낮 바꾸어 생활하는 전방 친구들 생각해라."
애비가 고작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격려겸 위로의 말이다.
군필이냐 미필이냐도 중요하지만, 군이 갖고 있는 갖가지 보직이나 임무가 자원이 아니고 차출에 의해 배분되는 경우에도 그 복무 특성상의 어려움이나 위험도에 따라 복무 기간 차등 시스템을 제대로 그리고 더 확대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아직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병역비리 문제도 많이 개선 되리라 본다.
그렇지 않고 30년 전과 별 다름 없이 그저 "특별한 경험"이 주는 자부심(!)에 - "썩는 곳"이라 표현했던 안타까운 통수권자도 있었긴 하다마는 - 귀한 청춘을 투자하라고 설득하기에는 군 바깥의 세상이 그리고 세대가 너무 많이 변하지 않았는가?
빈 탄창만 꽂은 소총 하나 달랑 들고 근무하는 병사와, (요즘은 어떤지 모르지만) 실탄 장전에 수류탄 소지한 상태로 밤낮 바꿔가며, 또 지금처럼 폭설 잦은 때는 오전 취침까지 반납해 가며 젊음을 바치고 있는 근무자들을 아무런 차등 없이 대우하는 사회가 정의롭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justbig/17201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