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상담과 심리치료에서 철학의 역할- 한국어판 서문

Kant 2016. 7. 31. 11:41






한국어판 서문

 

2001년에 철학상담의 이론과 실제(시그마 프레스, 2010)라는 나의 저서가 출판된 이래, 이른바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일에서 아주 점진적이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상적으로 약물에 의한 치료가 행해지던 영역에서 뚜렷한 진보가 일어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진전 중 하나는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든 정신적 괴로움을 의학적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에 따라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지못해나마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정신적인 고통을 겨냥한 약물 조제 유행은 북아메리카에서, 특히 우울증에 대한 치료에서 제약회사들에 의해 여전히 장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상업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대화치료가 의약품 처방전에 의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해주면서도 끔찍한 부작용의 부담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을 점점 더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치료'를 세심하게 검토해 보면 그 대화치료의 내용들은전부가 아닐지는 몰라도대부분 실제로는 심리학적으로 들리는 이름 아래 수행된 철학적 논의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는 2001년에 내놓은 나의 책에서 이른바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돕기 위한 철학의 실천을 '철학상담'이라고 불렀다. 그 책에서는 전 세계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접근법, 방법, 원리 들에 대해, 그리고 물론 철학적 입장들에 대해 논하였다. 내가 고안해내고 여러 사례 연구들을 통해 예시한 4단계 방법에 대한 설명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책이 출판된 이후 국제적으로나 나 자신의 이해와 실천에서 변화와 개선이 일어났다. 이하의 내용은 나의 첫 저서가 출판된 이후에 일어난 몇몇 발전과 진전에 관련해 이 책에서 논의한 내용 중 일부를 제시한 것이다.


 

- 뇌와 마음, 그리고 정신질환과 신체질환 사이의 차이점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

- 이른바 정신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에 관한 잘못된 가정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 치료의 의학적 모델에 결부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한 검토

- 정신의학, 심리치료, 사회복지학, 상담과 같은 다양한 정신보건관리 분야들이 철학을 어떻게 전용하여 왔는지에 대한 개관

- 정신의학, 심리치료, 사회복지학, 상담이 철학과 완전히 다르다는 잘못된 주장에 대한 평가

- 철학이 어떻게 예방작용을 하며, 또 이 같은 사실이 어떻게 교육을 철학상담분야의 필수 요소로 만들어 주는지에 대한 설명

- 내가 대학에서 '상담사를 위한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가르치고 있는 상급생들을 위한 교과 과정의 내용과 일반적인 구조의 예시

- 이른바 정신질환의 예후에서 폄하되는 그리고 종종 전문가들이 거부하는 회복 요소에 대한 논의

-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철학을 사용하여 돕는 일이 '철학적 정신건강 관리(Philosophical Mental Healthcare, PHM)'라는 일반적인 자격을 획득할 때 주어질 수 있는 이로움에 관한 제언


그런데 영어 원문의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까닭은 무엇일까? 몇 가지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고 본다. 첫째, 이른바 정신질환에 결부되어 있는 오명은 북아메리카나 기타 영어권 국가들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심하다. 이 책의 한국어판이 정신적인 괴로움과 고통을 둘러싼 신화와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둘째, 다수의 다른 국가들처럼 한국에도 이른바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정신의학이 제공하는 의료적 모델의 접근법 말고는 대안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셋째, 이 책은 실존주의적인 이슈, 실용적인 분석, 그리고 철학적인 이론들을 일상의 이슈와 문제들에 적용하는 것을 강조하는 20세기 후반부에 전개된 서양철학에 거의 전적으로 기초를 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헌신해 준 그리고 이 책을 세심하고도 꼼꼼하게 번역해 준 김수배 교수와 이한균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대한민국학술원(NAS)은 나의 첫 저서에 대한 김 교수의 번역서를 2011년 우수학술도서로 선정하였다. 여러분이 손에 들고 있을 이 최신 버전의 책이 한국의 정신건강 관리 분야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더 큰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피터 B. 라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