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etc.

서울사람은 억울하다

Kant 2007. 7. 6. 16:30
등록일 2004/7/15 (19:53)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 와중에 느닷없는 불똥이 서울 사람한테 튀는 걸 보니 기분이 착잡하다. 대체 "영악하고 몰염치한 인간들"이라는 서울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쯤이나 바뀔 수 있을까? 서울 토박이의 한 사람으로서 긴 한숨만 나올 뿐.
“서울 사람”이 꼭 서울 토박이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위로나 할 수밖에...

원래 "어디어디 사람은 어떻구저떻구..." 하는 투의 태도를 정말 싫어하지만 아직도 그런 식으로 여러 사람 맘을 다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굳이 한번 짚고 넘어가야 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어디 서울에 서울 사람이 사는가? 최소한 3 세대를 기준으로 본다면, 현재 서울 거주자 중 모르긴 해도 진짜(!) 서울 사람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0분의 3을 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강남이나 분당 등 이른바 서울과 수도권의 부유층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이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본다.
주변의 친지들이나 친구들의 경우만 보더라도 절대 다수가 서울을 떠나(쫓겨나?) 산다. 광명, 부평, 부천, 안양 등... 한마디로 외지인들한테 자신들의 본거지를 빼앗긴 채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생활력이 부족한 것이다. 다시 말해 다른 지역 출신 사람들 같이 억척스럽게 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 사람의 성격을 “남산 딸깍발이”에 비추어 말했던 이희승님의 수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는지.... 그만큼 주변머리 없고 무능하고 현실 변화에 적응 잘 못하는 체질이 서울인의 체질이다. 자존심 하나만 믿고 남한테 아쉬운 소리 절대로 못하고, 수중에 아흔 아홉 냥을 가지고서도 한 냥이 모자라 쌀 한 되를 못 사고 제 새끼들까지 쫄쫄 굶기는 게 서울 사람이란다.

언젠가 타 지역 도서 대출을 도와 준 도서관 직원 한 분에게 음료수 캔 서비스한 걸 동료 선생님들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가 질투 반 농담 반의 핀잔을 받은 일이 있다. 당연한 일처리에 대해 홀로 감사 표시(?)하면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게 내게 쏟아진 비난의 이유였다. 그런데, 그런 식의 감사 표시가 서울 사람들의 전형적인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잘 부탁한다는 기름칠(!)은 죽어도 하기 싫어하지만, 자그마한 대접이라도 그냥 넘어가면 불편해 하는 심정 말이다. 나중 기회를 위한 전략이라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서울 사람은 그렇게 미리 앞서서 급행료를 지불할 만큼 용의주도하지 못하다. 물론 이런 얘기는 다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모든 서울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60년대의 맑디맑았던 한강 물이나, 녹음이 우거졌던 나지막한 동네 야산들, 정겹고 정갈했던 골목들, 개천들 ... 이런 것들이 미처 갈피도 잡기 전에 밀려들어 온 외지인들에 의해 사정없이 망가지고 결딴나 버리는 과정을 겪은 나 같은 서울 사람들에게 고향에 대한 과거의 기억은 애틋함보단 분노에 가깝다면 착오일까?

자의였든 타의였든 너도 나도 서울로 서울로 올라와 재주껏 그 자양분을 섭취하고 서울을 괴물로 만든 자칭 “서울인들”(아쉬울 때만!)이 아직도 서울 사람의 탐욕 운운하는 걸 보면 이젠 외지인이 되어버린 진짜 서울 토박이들도 악도리까지는 아닐지라도 악바리로는 변신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