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 2004/6/25 (17:12) |
우리 학교에서 근무한 이래 전공 성적에 관한 이의 제기를 처음 접했습니다.
작년 일년간 공백 뒤의 수업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의외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학교의 전공 성적 산출 방식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제로 바뀐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 결과를 보니 참담한 심정이 들어 이 글을 올립니다.
어쩌다 대학교의 성적이 이렇게도 권위가 없고, 또 학생들의 절대적 관심사가 되었는지 서글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여러 교수님들이 50% 대의 A 학점을 주고 계시다는 사실에 (심지어 어떤 교수님은 무려 90% 대 육박!)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Nullam vocem exprimere possum! 그러니 제게 성적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들의 상황을 이해할만합니다. 나름대로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고 믿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ㅠㅠ;
적어도 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성적에 관한 소문과 무관하게 자신이 듣고자 하는 강의를 듣는 것이 정상이고, 또 그래야 나중에도 후회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면, 너무 시대착오적인 망발일까요? 교수는 폐강 위기에 학생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학생들은 취업 핑계로 절대평가와 높은 학점을 요구하고, ...
대학이 A 학점을 양산하여 그 결과로 얻는 게 무엇일까요? 교수와 학생이 자기네들만의 잔치에서 얻는 것은 기껏해야 자기만족 아니 자기기만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대학외부로부터의 손가락질?
요즘은 어렵기가 마찬가지겠지만, 서울대 졸업생이 낮은 학점 때문에 취업 불이익 당했다는 소문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한 학기 동안 수학한 결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또 무언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담당 선생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하겠지요. 그렇지만 자신이 이미 평가해 놓은 점수 기준에 비추어(출석도 충실히 했고, 레포트도 제출했고, 시험답안도 웬만큼 썼고 등등...) 선생의 점수가 부족하다는 것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봅니다. 한 학기 동안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는 교수의 수업을 끝까지 들었어야 할 이유가 없지요. 전공필수과목(저는 이것도 아예 폐지되거나 여러 교수들이 순번으로 맡아야 한다고 보는데)이라면 또 사정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의 제기한 것 자체에 대해 유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와 학생이 만들어 가는 대학 풍토가 너무 깝깝하다는 생각이 들어 푸념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