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4일간의 교황 베네딕토16세 방문을 앞둔 영국은 요즘 한창 가톨릭교회와 교황에 대한 성토로 시끄럽다.
그동안 보고되었던 가톨릭 사제의 미성년 신도들에 대한 성폭행 사례들, 그리고 그 스캔들에 대한 교황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 의혹,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주교 복권 결정의 부당성, 심지어 천9백만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교황 방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영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항의까지(2007년 British Social Attitudes Survey의 조사에 의하면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거주자들의 2.81%만이 가톨릭이란다). 거의 매일 이어지는 특집 프로와 보도들을 보면 과연 교황이 방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교황의 일정에서 눈길이 가는 행사는 19일로 예정된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1801–1890)의 시복식(Beatificatio)이다. 뉴먼은 성공회 신부에서 가톨릭으로 개종, 추기경까지 지낸 인물로 이른바 "옥스포드 운동"(Oxford Movement)의 주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운동의 주창자들은 "영국 성공회가 국가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국 국교회로 자리잡는 것에 반대하고, 교회의 전통, 예전, 성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교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초대교회와 교부들의 신학과 예배의식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성공회를 가톨릭교회 즉, 보편교회로 이해하고자 했다고.
그러니까 교황의 뉴먼에 대한 시복식 행사는 나름 영국 성공회와의 오래된, 불편한 과거(!)를 정리하려는 가톨릭교회 측의 일종의 화해 제스처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곳 언론은 이 점도 교황청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먼은 영국인 특유의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사고와 행동을 실천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보수적인(퇴폐적인?) 이미지의 현재 교황과는 극과 극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교황의 무지와 잘못된 도덕관이 전세계 가톨릭 국가의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는데, 예컨대 "콘돔은 결코 에이즈를 물리칠 수 없다"는 교황의 메시지(메시지 자체는 별로 틀린 말 같지는 않다마는..) 때문에 필리핀의 에이즈 감염자 수가 최근 수년간 급증했다고. 가톨릭 국가의 신자들 중 상당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대책없는 고출산을 자제하라고 가르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교황 탓이란다. 교황의 방문에 대한 이곳 미디어의 반응만 본다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자처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베네딕토 16세의 전임자가 요한 바오로 2세였을 때 경험이 떠오른다. 대화를 나눠 본 독일 대학생들 상당수는 대학생(지성인!)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는데(가톨릭이 강한 남부 지방 출신 학생들이라면 조금 다르게 반응했을 듯하긴 하다), 나중에 그들의 부정적인 태도 배후에 교황이 폴란드 출신이라는 사실이 놓여있다는 걸 감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교황의 방문에 관한 작금의 영국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교황이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그들 자신들의 사정에 적잖이 기인하지나 않는지 모를 일이다.
그동안 보고되었던 가톨릭 사제의 미성년 신도들에 대한 성폭행 사례들, 그리고 그 스캔들에 대한 교황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 의혹, 홀로코스트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주교 복권 결정의 부당성, 심지어 천9백만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교황 방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영국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항의까지(2007년 British Social Attitudes Survey의 조사에 의하면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거주자들의 2.81%만이 가톨릭이란다). 거의 매일 이어지는 특집 프로와 보도들을 보면 과연 교황이 방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교황의 방문 일정, 비용, 시복식 행사, 논란거리 등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는 가디언지)
교황의 일정에서 눈길이 가는 행사는 19일로 예정된 존 헨리 뉴먼(John Henry Newman,1801–1890)의 시복식(Beatificatio)이다. 뉴먼은 성공회 신부에서 가톨릭으로 개종, 추기경까지 지낸 인물로 이른바 "옥스포드 운동"(Oxford Movement)의 주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운동의 주창자들은 "영국 성공회가 국가권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국 국교회로 자리잡는 것에 반대하고, 교회의 전통, 예전, 성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교회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초대교회와 교부들의 신학과 예배의식 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성공회를 가톨릭교회 즉, 보편교회로 이해하고자 했다고.
그러니까 교황의 뉴먼에 대한 시복식 행사는 나름 영국 성공회와의 오래된, 불편한 과거(!)를 정리하려는 가톨릭교회 측의 일종의 화해 제스처일 수 있겠다. 그러나 이곳 언론은 이 점도 교황청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뉴먼은 영국인 특유의 자유주의적이고 개방적인 사고와 행동을 실천한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보수적인(퇴폐적인?) 이미지의 현재 교황과는 극과 극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교황의 무지와 잘못된 도덕관이 전세계 가톨릭 국가의 수많은 국민들의 생명을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는데, 예컨대 "콘돔은 결코 에이즈를 물리칠 수 없다"는 교황의 메시지(메시지 자체는 별로 틀린 말 같지는 않다마는..) 때문에 필리핀의 에이즈 감염자 수가 최근 수년간 급증했다고. 가톨릭 국가의 신자들 중 상당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대책없는 고출산을 자제하라고 가르치기는 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교황 탓이란다. 교황의 방문에 대한 이곳 미디어의 반응만 본다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자처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베네딕토 16세의 전임자가 요한 바오로 2세였을 때 경험이 떠오른다. 대화를 나눠 본 독일 대학생들 상당수는 대학생(지성인!)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었는데(가톨릭이 강한 남부 지방 출신 학생들이라면 조금 다르게 반응했을 듯하긴 하다), 나중에 그들의 부정적인 태도 배후에 교황이 폴란드 출신이라는 사실이 놓여있다는 걸 감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다. 어쩌면 교황의 방문에 관한 작금의 영국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교황이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그들 자신들의 사정에 적잖이 기인하지나 않는지 모를 일이다.
(교황청의 성추문 관련 기록을 수사기관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게이 인권운동가 등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