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서귀포 보름 살기 중에 담은 한 컷 속 제주 방언을 모처럼 드라마 제목으로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주변의 추천으로 보았다가 정말 민망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
드라마의 전개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면서 동일한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본다. 그때마다 주인공들과 보는 이들은 동일한 사태를 상당히 다른 이해의 깊이와 지평의 변화로 마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이 지나고 과거를 다시 회상할 때면 으레 당시엔 이해가 불가능했던 일들과 그것들의 의미를 비로소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끔 스토리를 전개한다.
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이해의 깊이나 폭이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처럼 fake로 살지 않고 나름 치열하게 산다면 스피노자가 말한 '영원성의 관점'에 쪼매라도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를 보면서 혹시 작가가 노년의 삶의 의미를 narrative에서 찾았던 철학자들의 통찰을 공부했던 걸까, 궁금해졌다.
여러 명장면, 멋진 대사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心琴을 울린 장면들은 대개 개인의 성장통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예컨대,
https://youtube.com/shorts/ZqPoQQYpCHU?si=CuyWvC9PIe_RBiUO
"이모, 나는 언제 다 커요?"
"나도 아직 들 컸져"
"몸이 늙을 거면 마음도 같이 늙지, 왜 속은 내내 똑 같아?"
"어차피 사람은 다 고아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