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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M-5판의 문제점들

Kant 2013. 5. 17. 18:12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DSM) 5판의 출판에 즈음한 <이코노미스트>지 (2013. 5. 18) 기사 소개

 

http://www.economist.com/news/science-and-technology/21578024-american-psychiatric-associations-latest-diagnostic-manual-remains-flawed?fsrc=nlw|hig|5-16-2013|5722602|131677817|AP

 

 

 

 

 

미국 정신의학회(The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APA)가 정신 질환 분류를 위해 펴낸 진단 매뉴얼 최신판에 여전히 결함이 많다는 기사

 

정신 질환에 관한 기술(記述)의 글로벌한 기준이 된 DSM이 언제까지 베스트셀러를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환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반영하는 일일테이니까.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정신질환 진단의 기준 자체가 여전히 모호하고 빈약한 이해의 기초 위에서 학문 이외 요소들의 역학 관계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 아닐까.  

 

이 기사는, 이 달 22일 발매될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5이라는 책이 그 제목만 보면 베스트셀러가 될 것 같지 않고 구매 가격도 199달러나 되지만 1994년의 DSM-4가 백만 부 이상 팔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그만큼은 팔리리라 예상한다.

 

APA가 출판하는 DSM 시리즈가 정신 질환에 관한 기술(記述)의 글로벌한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실제로 DSM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의료안내서보다는 성경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한다. 이 편람에 기초한 진단은, 어떤 정신 장애가 보험으로 커버되는 질병인지, 사람들이 학교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또 그들이 장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지녔는지, 또 경력상의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인지, 심지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등까지도 결정한다고 하니, 의사, 환자, 제약회사, 보험업자 등 너나 할 것 없이 "정신의학 성경"의 최신판을 기다리는 게 당연한 일.

 

DSM의 목표를 위해, 즉 정신 장애를 확인하는 엄격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진단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자 15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이 오히려 DSM 괴물로 만들었다고 평한다. 오진, 과잉 진단, 정상 행동의 의료화, 다수의 불필요한 약물 처방 등을 위한 수단이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사 중에서

 

상세 정보

 

1952년에 출판된 DSM 초판은 언제나 논란의 초점이 되어왔다. 이 초판 그리고 1968년에 나온 재판도 정신병이 환자의 경험과 환경에 대한 신경증적인 반응이라는 전제에 의존했다. [이 전제에서 예견될 수 있었듯이]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아주 큰 차이가 나는 진단을 받는 일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경험과 환경에 대한 상이한 해석들은 문화적인 차이가 진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의미했다. 1971Robert Kendell은 동일한 환자들을 대면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들이 영국의 동료들보다 정신분열증 진단을 내리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이러한 사실을 증명했다.

 

1980년에 출판된 DSM 3판은 새로운 접근법을 소개했는데 이 접근법은 1994년의 4판에서도 수용되었다. DSM 3판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정신 질환의 생리학적 원인에 대한 이해가 빈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제 그 대신 특별한 관찰 증상들이 진단 기준이 되었다. 의학적으로 증후군(syndromes)이라 알려진, 개별 환자들에게서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들의 군(, clusters)에게 분류표가 붙여지게 되었다. 생리학적인 이해가 증가함에 따라 그러한 신드롬들의 생물학적인 징표들이 발견되리라는 희망도 피력되었다.

 

이것은 원칙상 합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상 실천에서는 상이한 질환들을 구분짓는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 진단하는 데 사용된 증상들은 진정한 증상들에서처럼 자주 서로 말끔하게 한 무리를 형성하지는 못했으며, 그것들의 존재에 대한 통계적 증거 역시 때때로 빈약했다. 그 신드롬들이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생물학적인 징표들이 나타난 대부분의 경우들에서는 오히려 경계가 더욱 흐려졌다.

 

경계를 가장 심각하게 오염시킨 경우는 뇌 스캐닝과 유전학에서 발생했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 심지어 DSM 접근법에 대해 회의적인 의사들조차 자폐증, 중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은 서로 다르다는 입장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적 유전체학 컨소시엄( Psychiatric Genomics Consortium)이라는 단체가 올해 출판한 한 연구에 따르면, 수만 명의 환자들에게서 유전적 변이와 정신과질환 사이의 연관관계를 추적해 본 결과 DSM 기준에 의거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자폐증, 조울증, 중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의 유전자 네 곳에서 그러한 변이가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 10년간 발표된 일련의 연구 논문들에 의하면 불안증, 중증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진단 받은 사람들의 두뇌 편도체 일부에서 서로 유사한 비정상적 활성화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결과들이 암시하는 것은, 환자들을 진단 저장소들에 분산 배치하고자 하는 DSM의 접근법이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DSM-5의 태스크 포스에 참여했던 듀크 대학의 Dan Blazer우리는 기본적으로 인위적인 선을 그리고 있지만 신체와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간 영혼의 신체적인 localization 시도를 회의적으로 본 칸트는 굳이 영혼의 장소를 지정하자면 그것은 우리 신체의 일부(예컨대 두뇌)가 아니라 몸 전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뇌 스캐닝 기술의 발달이 갖는 의미는 과대포장되기 싶다!]

 

새로운 편람은 그 매뉴얼에 객관적인 기준들을 포함시키기를 열망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어떤 장애들을 서로 경계 짓고자 하는 무의미하고 엄격한 경계선들을 지우고자 한다. 예컨대 그것은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 등 이전에 서로 분리되었던 네 개의 진단들을 심각성이 다른 하나의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 범주성 장애)로 묶어 놓았다. 이것은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아이디어가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상 실천을 반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생물학적 징표가 진단 기준으로 사용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사실은 불행한 진실이다. DSM-4의 발전을 주도했던 Allen Frances인간의 두뇌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사물이며, 자신의 비밀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Frances 박사는 DSM-5가 인지 가능하고 명명 가능한 정신적 조건(장애)들의 수적 증가를 막지 못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그것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신과 질환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거리의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비록 항상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정상이라 여길만한 행동들이다. 예컨대 아이들은 이제 분열적 기분조절 장애”(disruptive mood dysregulation) - 통상 분노발작 장애(temper tantrums)로 알려진 로 진단 받을 수 있게 되었다. DSM 과거 판은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분류되지 말 것을 요구했었다. DSM-5는 이 애도 우울증”(bereavement exclusion) 항목을 지웠다. 이 책은 폭식증(binge-eating disorder)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것은 3개월 이상 계속해서 적어도 일 주일에 한 번 음식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행동으로 정의되었다. 이러한 진단은 자신이 정신 질환을 앓으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을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포함시킨다. DSM-5의 편찬자들은 토론을 통해 인터넷 게임 중독을 공식적인 장애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관련 조건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연구를 추천했다.

 

슬픔, 탐닉. 건전하지 못한 습관들. 이들 모두는 정신 착란으로 분류될 수 있고 또 그렇게 취급되고 있다. DSM이 기술하고 있는 일련의 증상들은 자주 서로 공통적으로 해당된다. 미국 어린이 열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DSM 기준에 의해 ADHD로 진단 받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진단 받은 어린이들 중 3분의 2정도가 현재 약물을 처방 받는다.

 

DSM에 대한, 또는 정신의학 전문분야에서 행사되는 권력에 대한 중요한 비판은 바로 이러한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이다. 이 권력은 그러나 쇠퇴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비평

 

DSM의 범주들은 오랫동안 연구에 사용되어 왔다. 이제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 다른 의료 분야들, 예컨대 암의 경우, 질병의 생물학적 원인체에 대한 더 나은 이해에 의해 변하고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기구(America’s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는 정신의학계도 이러한 변화를 겪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NIMH는 유전학, 영상 및 인지 과학 등을 사용하여 새로운 진단 기준을 창출하고자 한다. NIMH의 소장인 Thomas Insel은 특히 연구자들이 DSM-5의 엄격한 규칙들에 제한받지 말 것을 간청했다. DSM 범주들의 준수가 오히려 과학자들이 질병의 배후에 있는 원인들을 이해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 기준 상으로 구분되는 질환들에 대한 생물학적인 징표들의 경계가 오히려 더 모호해지고 있다는 앞의 지적과 모순되는 주장으로 보인다.]

 

아직도 정신 질환에 대한 객관적인 실험 수단은 멀리 떨어져 있다. APADSM-5가 새로운 발견들에 상응하여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환자들의 치료는 불완전한 매뉴얼에 의해 안내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정신의학과 Jeffrey Lieberman“DSM은 순전히 현시점의 우리의 지식 상태의 산물이며, 우리의 지식은 완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지식이야 당연히 불완전하고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정작 이 기사가 놓치고 있는 더 큰 문제는, 일시적으로 정서적 불안이나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진단 행위 자체가 오히려 그 상태를 고착시키거나 당사자들에게 더 큰 고통과 좌절을 낳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물론 바로 이것이 여러 문제 제기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DSM이 꿋꿋하게 버텨오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