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still을 보기 전까진 솔직히 확신하지 못했다. 호크니가 그림으로 철학하는 화가임을 ..
Nulli secundus !
“화가의 작품은 손이 그리지만 성공은 머리가 만든다.” 내가 여러번 했던 말인데 아마 그때마다 나의 직업적 편견이 보태어져, “인문학적 (또는 철학적) 머리”라고 했던 것 같다.
게이퍼드는 호크니의 위 문구를 “죽음을 상상하거나 생각하는 일의 불가능성” 또 삶에 대한 사랑과 연관시켰다. 이는, 감히 나의 18번 코멘트를 덧붙이자면, “반쪽짜리 해석”이다. 저 문구는 죽음의 상상 불가능성보다는 호크니 자신이 언급하듯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다”, 즉 삶과 죽음의 분리 불가능성에 대한 깨달음을 전달하려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 별개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그 일부입니다. 이 상황은 때가 되면 끝날 겁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담뱃갑에 ‘죽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경고를 넣기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건축물들이 있었습니다. 그 건축물들은 교회라고 불렸죠. 종교는 심각하게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죽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은 이유일 겁니다.”
“어느 오래된 웨슬리 감리교 교회가 스템포드 브릿지에 있었는데 지금은 피부 관리 숍이 되었습니다. 건물 용도의 이 같은 변화는 일어난 변화 자체를 압축적으로 정리해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건물은 영혼에 대한 걱정에서 오로지 표면에 대한 걱정으로 옮겨갔죠.”
그가 말하는 “삶을 사랑하는 일”은 곧 죽음을 그야말로 죽기를 무릅쓰고 연기하려 애쓰거나 무시하려는 이른바 ‘Presentism’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오히려 그것은 죽음을 평안하게 수용하는 일과 불가분적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위 스틸의 문구도 서양 미술사의 전통적 주제, Memento mori에서 빌려온 것일 테니 말이다.
https://youtu.be/QVVKXIdWKPg?si=lnXUFt4X6SM7A6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