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4

"폭싹 ... "와 "sub specie aeternitatis"

작년 여름 서귀포 보름 살기 중에 담은 한 컷 속 제주 방언을 모처럼 드라마 제목으로 만났다. 별 생각 없이 주변의 추천으로 보았다가 정말 민망할 정도로 많이 울었다. 드라마의 전개가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면서 동일한 상황을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이 상당히 주효했다고 본다. 그때마다 주인공들과 보는 이들은 동일한 사태를 상당히 다른 이해의 깊이와 지평의 변화로 마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작가는, 등장 인물들이 시간의 흐름이 지나고 과거를 다시 회상할 때면 으레 당시엔 이해가 불가능했던 일들과 그것들의 의미를 비로소 새롭게 이해할 수 있게끔 스토리를 전개한다.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이해의 깊이나 폭이 더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들처럼 fake로 살지 않고 나름 치열하게 산다면 ..

Miscellaneous/etc. 2025.05.24

오월의 올림픽 & 오금 공원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는 Iceberg Rose올공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 중 내가 최고로 픽한 작품볼리비아 출신 작가라고 하니, 유학시절 함께 공부했던 "카를로스"가 생각난다. 우리의 북소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디서든 잘 살고 있기를 ...기괴한 형태의 나무를 거의 그대로 옮겨 놓고 작품이라 한다. 근데 작품명이...작가가 칸트의 Kritik der Urteilskraft를 조금 공부했었더라면, "무제" 같은 상투적인 이름 대신 "Technik der Natur"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이 이름도 상투적? 서울 한복판에서 만난 너구리

Miscellaneous/Image 2025.05.12

Krebs 3 (2024.12.9~10 & 2025.5.10)

2024.12.9피터 씨, 오랜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은 어떠하신가요? 당신의 한국어 번역서는 이미 아시다시피 기대에 비해 반응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안타까워요. 우리나라에서의 철학상담에 대한 관심도 10여년 전만 못하다고 느껴집니다.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닐 거 같지만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군요. 진중한 자세로 배우려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게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나도 이제 정년까지 한 학기만 남겨놓았는데, 최근에 암진단을 받고 보니 당신이 2016년에 항암치료 받았던 게 기억이 나서 안부 확인 겸 메일을 보냅니다. 지금은 완치된 상태인가요? 그 당시 “a foggy brain”이라는 표현을 쓰셨었는데, 이제 나 자신이 그런 치료를 앞두고 있다 보니 새삼 ..

Miscellaneous/etc. 2025.05.10

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Paucis opus est literis ad mentem bonam." (Little learning is needed to form a sound mind.) — Seneca, Ep., 106.건강한 정신은 대단한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학식(박학함)은 칠칠치 못한 하인이 공연한 흥분 상태이듯, 우리를 섬겨야 할 정신이 과도하게 열에 들떠 있는 상태다. 마음을 집중해보라. 그러면 당신은 당신 자신 안에서 죽음을 대하는 자연스러운 논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필요할 때가 다가오면 당신에게 가장 적절하게 소용될 진실한 것들이다. 이 논거를 빌려 농부도, 또 어떤 민족들은 그 전체가, 철학자만큼이나 담담하게 죽음을 맞는다. 만약 내가 키케로의 『투스쿨룸 대화』를 다 읽지 못했다면 나..

Philosophical 202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