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Whistleblowing (내부자 고발) - 미덕인가, 배신인가?

Kant 2009. 7. 3. 17:30

Whistleblowing(내부자고발 / 양심선언)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Whistleblowing은 ‘호루라기를 분다’ 또는 ‘경적(기적)을 울린다’는 의미의 영어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그것은 ❶자동차나 열차가 ‘주의하라’라든가 ‘물러서라’는 의미에서 alarm을 울리는 것에 비유되거나 ❷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잘못된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벌주기 위해 경기를 중단시키고 원점으로 돌린다는 의미에 비유될 수 있다. 또한 ❸이 두 가지가 결합된 의미에서, 예를 들면 경찰관이 시민들이나 동료 경관을 돕고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누군가의 잘못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그 행위를 중단시킨다는 의미에도 비견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비유 모두 내부자 고발의 의미를 정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첫째 비유에서 경적은 단순한 경고 차원에 그치는 것이며, 둘째 비유에서 심판은 단순히 중립적인 경기 운영자인데 비해 내부고발자는 오히려 팀 동료에게 파울을 선언하는 선수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셋째 비유에서도 경관은 심판의 경우에서처럼 잘못하고 있는 집단의 소속원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Whistleblowing이 왜 문제가 되는가?

 

우선, 정당화가 필요한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경관이 밀수조직에 관한 정보를 언론사에 넘길 경우, 또는 밀수조직원이 자신이 몸 담은 조직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유출시키는 경우, 그러한 행위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Whistleblowing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행위들은 굳이 정당화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반면 Whistleblowing에서의 조직은 일단 범죄 행위를 의도하지는 않는 집단으로 간주된다.

 

내부고발자는 자신이 어떤 일에 대해 신임을 받았기 때문에(entrusted) 그 일을 맡게 된 사람이다. 따라서 우연히 다른 부서로 놀러갔다가 알게 된 비리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 만일 그 회사의 규모가 워낙 작아서 부서 간에 모든 정보를 신뢰로 공유한다면 모를까 - 문제시 되는 내부고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요컨대 Whistleblowing이 정당화를 필요로 한다고 보는 중요 이유들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신뢰와 loyalty에 관한 문제라는 점이다.

 

한편 자신에게 주어질 불이익이나 해악(연봉 삭감, 보너스 반납, 초과 근무 등)을 피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조직의 정보를 유출시키는 것도 엄밀히 말해서 Whistleblowing이라 간주하기 어렵다. 자기 이익이나 자기 보호가 아니라 공익이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진지성(실존적 결단?) 없이 이뤄지는 고발 행위(routine)도 Whistleblowing에서 제외된다. 우연히 물에 떠다니는 옷을 건지려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것을 구조 행위라 간주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De George는 도덕적으로 허용 가능한 Whistleblowing의 조건으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❶어느 회사나 조직체의 생산물이나 정책이 대중에게 심각한(considerable & serious)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물론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만드는 망치가 단순히 사용자의 손가락을 손상시킬 수 있다거나, 어느 자동차 회사가 좀 더 안전한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Whistleblowing을 할 수는 없다. ❷당사자가 심각한 해악 가능성을 파악했다면 먼저 직속상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회사의 의지가 해악 산출에 있지 않다는 것이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상관도 미리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고, 또 그 상관이 더 큰 그림(!)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❸상관이나 동료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래도 여전히 내부적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조치 수단을 강구해 보아야 한다. 최고 경영진에게 알리는 일도 여기 포함시킬 수 있겠다. 조직의 internal remedy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을 무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도덕적 의무로까지 간주할 수 있는 Whistleblowing의 조건들로서 De George가 제시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물론 위의 세 조건들이 모두 충족된다는 전제가 따른다.

❶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document화된 자료를 갖고 있는 경우. 이러한 자료만으로도 통제 기관이나 정부 기관에게 조사할 의무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❷고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노출될 수 있는 모험이나 위험을 감수할만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어야 한다.

 

Whistleblowing에 대한 정의나 그 윤리적 문제에 관한 견해 차이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이 ‘Bad News’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부자 고발은 불쾌하고 힘든 경험들, 경력 상의 오점들, 고발자 자신에 대한 편견 극복의 어려움은 물론, 동료 사이의 (심지어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불신감, 배신감으로 인해 치유되기 매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Whistleblowing은 막으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불필요한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조직 내에 논란 해결에 개방적인 채널들을 늘리고, 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도 그러한 방편이 될 수 있다. Whistleblowing을 바라보는 사회의 관점 변화도 요구된다. 마치 썩어가는 조직에서 그 나마 새 살을 돋게 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처럼 간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밤에 화마(火魔)가 덮친 집 대문을 두드리는 자는 분명 성가신 존재일 것이다. “unwelcome, but better than sleeping till the fire reaches the bed”.

 

 

참고 문헌

 

Richard T. De George, "Whistle Blowing", in: Applied Ethics: Critical Concepts in Philosophy. Edited by Ruth Chadwick and Doris Schroeder, vol. 5, Londonand, NewYork 2002, 133-143.

 

Sally Seymour, "The Case of the Wilful Whistle-Blower", in: Applied Ethics, 144-149.

 

Michael Davis, "Whistleblowing", in : The Oxford Handbook of Practical Ethics. Edited by Hugh LaFollette, Oxford 2003, 539-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