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에 따라 움직이는 수도 공동체다웠다. 5시 20분부터 기도와 묵상, 미사, 작업의 치열한 반복...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덕분에 그저 조용히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뻘쭘한 시간이 되기 쉬운 곳. 다들 잔디 깎고, 농약 치고 있고, 바로 밑의 작업장에서는 tacker로 "탁,탁, .." 하며 작업하는 소리에 나홀로 방콕하자니 갑자기 게으름뱅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니가 무슨 큰 대단한 깨우침을 얻겠다고 혼자 궁상이냐. 돌아가 본업에 충실하자!' "아니 벌써 나가시게?" 수사님 왈. "예, 혼자 쉬려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요" "허, 그런 생각 필요 없는데.. 쉴 때는 잘 쉬기만 하면 되고, 밥 먹을 땐 밥만 잘 먹으면 되고.. 잠 잘 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