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믹한 세계 속에서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주장을 3인칭으로 표현하는 습관을 미덕으로 간주하는 습성이 존재한다. 어떠한 주장이든지 그 주장이 참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 주장이 자기 자신만의, 그러니까 주장자의 주관적인 견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를 지닌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문의 세계, 특히 자연과학에서는 객관성의 확보야 말로 알파요 오메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약간의 주의력만 있는 독자라면 지금 이 글을 PC 자판으로 두드리고 있는 나 역시 익명의 주체 뒤에 “나”라는 주어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들의 말버릇이 보이는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는 그 익명의 주체를 언제나 복수, 즉 “국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