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에 관한 기억. 일흔여덟 번째 생일을 넘기실 무렵 아버지는 늙어 보이셨다. 서 계실 때의 신장이 5.2피트에 불과했고, 초라하고 연약한 체격에 불안정해 보이셨다. 대머리 위로 가느다란 머릿결을 빗겨 넘기셨다. 얼굴 위로는 작은 주름이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남들보다 두드러진 체격을 가진 적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노년에 더 움츠러들었고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볼록해지셨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오후, Dupont Circle로 가는 길에 아버지와 함께 탔던 붐비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내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버스가 코너를 돌자 승객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바로 그때였다. 한 젊은 남자가 아버지를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아버지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했다. 나는 그때 아버지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분명히 기억한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마치 당신이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아버지가 당신이 늙었다는 생각을 믿지 않았다는 것은 노년에 관한 서사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줄거리다. 이것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식은 내가 “노년의 수수께끼”(The Riddle of Old Age)라고 부르는 것으로서, 노년은 다른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주장을 말한다.
노년의 수수께끼: 노년은 다른 사람들만 겪는다.
이 같은 줄거리가 나타나는 또 다른 방식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자신의 노화를 부정하고 노화를 타인에게만 일어나는 과정으로 인식할 때 나타나는 행동 패턴이다. 나는 이것을 “노화의 수수께끼”(The Riddle of Aging)라고 부른다.
노화의 수수께끼: 다른 사람만 늙는다.
[여기서 저자의 생각에 하나만 더 보태고 싶다.
“중년의 수수께끼”(The Riddle of Middle Age): 난 저렇게는 안 늙을 거다.]
어떤 사람이 중년의 스냅숏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확인한다면, 노년의 자신을 사기꾼 또는 자기 인생을 훔쳐가는 사람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치매를 그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 그러나 기억이나 인지 활동 면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적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심리적 연속성과 연결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여전히 자신의 미래 버전이 축소된 것이고, 보폭 안에 들어있는 자신의 그림자라고 믿을 수 있다. 노년기에 삶이 축소된다는 입장은, 노화를 쇠퇴, 질병 또는 손상 축적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노화에 대한 설명 방식의 기초가 된다.
세 가지 핵심 질문: (1) 우리는 어떻게 삶의 단계들을 서로 구별하고 그 각각의 고유한 특징을 인식할 수 있나? (2) 삶의 각 단계를 어떻게 우리의 단계로 인식하고 통합할 수 있나? (3) 우리는 자아에 대한 서로 구별되는 관점에서, 아니면 통일된 개념의 관점에서 젊은이와 노인 사이의 의무를 이해해야 하는가? …
우리가 노년을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만 연결시킬 수 있는 한 가지 이유(첫째 수수께끼)는, 우리에겐 하나의 진정한 자아가 있는데 이 하나의 진정한 자아가 우리의 옛 자아나 어린 시절의 자아가 아니라 성숙한 중년[19세~64세]의 자아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견해를 "성숙한 중년의 견해"라고 부르기로 한다. 성숙한 중년의 견해 : 진정한 자아는 성숙한 중년의 자아다. …
아이들은 하나의 진정한 자아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비해, 중년의 성인은 하나의 진정한 자아를 잃을 것을 두려워한다. … 이 관점을 노령 인구에 적용하면 거기 멈춰! (Hang-In-There!) 모델, 즉 노년의 과업은, 계속 유지하는 것이고, 우리가 할 일은 노인이 젊음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라는 모델이 생긴다. … [이 모델을 반영하는] Lavretsky는 "노령화되는 베이비 붐 세대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라고 언급하면서, 이에 대응하여 이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서 회복력(resilience)을 장려한다. …
이 모델을 아동 연령에 적용하면, 예비 학교 모델(The Prep School Model)이 만들어진다. 즉, 우리의 임무는 아이들을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성인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이다. 데렉의 케이스[데렉이 농아로 태어났으나 역시 농아자인 부모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의사의 인공 와우각 수술 제안을 거부] …
거기 멈춰! 모델과 예비 학교 모델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숙고해 보면, 이 각각의 견해가 상당한 생애 단계 편향(life stage bias)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특히, 각 견해는 중년의 편견을 반영한다(Jecker, 2020a). 중년 편향은 중년에 있는 사람들의 중심 가치에 관한 편향을 나타내며, 이러한 가치를 모든 생애 단계에 적용한다.
중년 편향 : 중년의 가치를 모든 생애 단계에 적용한다.
이 편향은 자주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존중에만 초점을 두고 다른 가치들, 예컨대 어린이 시절에 집중되는 양육적인 돌봄이나 생애 끝자락에 중점이 두어지는 경향이 있는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같은 가치들을 배제하는 특징을 보인다. 학교 모델은 어린 시절을 성인의 자율성에 도달하기 위한, 그저 도구적인 시기로만 간주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능력들과 어린이들의 가치를 그 자체를 위해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태도도 분명 존재한다. 거기 멈춰! 모델의 경우, 비록 만년에 이른 사람들에게서 질병과 장애의 위험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그들이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집중적인 배려의 필요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자기 결정성과 자율성에만 특권을 부여한다. 이때 이 같은 중년의 편향을 분명하게 드러내어 보여주면 그 장악력을 느슨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또한 남들만 늙는다는 노년의 수수께끼를 중년의 편향된 자기 이해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
인간의 법률 안에 들어 있는 생애 단계에 관련한 표현들을 숙고한 Katz는, 고대 그리스의 예를 사용하여, 생애 단계 언어를 사용하는 법률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며, 또 법률이 변화하는 사회적 신념과 가치를 어떻게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Katz 2016). 예를 들어, 플라톤은 운동선수와 스포츠 직업에 기초하여 인간의 삶의 세 단계를 인식한 반면,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을 몸을 구성하는 것으로 여겨진 네 가지 체액(혈액, 가래, 담즙 및 검은 담즙)에 기초하여 네 단계를 언급했다. 생애 단계 언어는 자연[본성]을 반영하기보다는 무수한 사회적 힘의 작용을 반영한다. … 삶의 단계는 정말 인위적이다. 그 단계들은 우리가 찾는 단순한 사실에 관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가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믿음과 변화하는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것들은 모든 인간이 나이 들고, 늙고, 죽고, 썩는 신체를 가지고 산다는 것과 같은 인간 생물학의 요소들을 포함하지만, 생물학이 생명 단계의 범주를 고착화하지는 못한다.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삶의 단계에 관한 가정들에 대해 투명해야 하며, 헛되이 시간의 “밖으로” 벗어나려 하거나 삶의 단계 관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
둘째 수수께끼는 다른 사람들만이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하며, 셋째 수수께끼는 인생의 중년기가 진정한 자기 자신 또는 진정한 자아를 나타낸다는 믿음을 뜻한다. 이 둘째와 셋째 수수께끼를 푸는 한 가지 방법은 자아에 관한 정적인 스냅사진 관점에서 벗어나 보다 역동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아를 정지영상이라기보다는 움직이는 그림에 가깝고, 하나의 장(a chapter)이라기보다는 펼쳐지는 이야기에 가깝다고 본다면, 우리는 노화 과정을 우리 자신의 진행 중인 삶과 더 쉽게 연관시킬 수 있다. 움직이는 그림처럼 펼쳐지는 서사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리고 새로운 장이 끝날 때마다 바뀐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스토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면, 이에 상응하는, 자아에 관한 서사적 관점에 이끌릴 수 있다.
자아에 대한 서사적 관점: 자아는 한 개인의 삶의 전체 전기로 구성되며 각 단계는 필수적인 요소를 제공한다.
Jecker, N.S. “The time of one's life: views of aging and age group justice”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