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노년의 성장 잠재력

Kant 2022. 7. 18. 18:24

노년에 다가갈수록 무엇보다도 신체적 취약성, 부분적으로는 인지적 취약성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또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성이 강화되어,  한계 상황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삶이 무엇을 산출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잠재력이 드러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지상의 존재를 넘어선 더 포괄적인 관계(references)에 대한 질문이 점점 더 시급해진다는 가정을 정당화한다. 이것은 많은 노인들의 경험을 결정짓는 두 가지 주제에 관련된다. “나는 내 지식의 일부를 다음 세대에 어느 정도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제4 시기를 장기요양의 관점보다 오히려 (상당히 증가된) 취약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는 개인의 질병만이 개인의 삶과 주관적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오히려 취약성은 다양한 생리적 및 여러 인지적 매개변수의 능력과 수행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반영하며, 이는 우리가 제4 시기에 일종의 변화(변태metamorphosis, 형태변환Gestaltwandel)를 대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나는 장기요양의 개념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 개념은 의학적으로도 그렇고 일반 개념적으로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려운 추상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매우 다양한 형태의 취약성이 있는데, 이것들은 의존성이라는, 일반화시키고 단순화시키는 개념 하에 종속된다.

우리가 수행한 연구에서 우리는 환자에게 그들이 의식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환자의 기능과 기량의 보존에 기여하기 위해 가능한 한 외래 환자의 완화 치료에 물리 치료, 활동치료 및 언어치료적 요소를 통합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었다. ①환자의 독립성, 자율성, 지향성을 증진하는 것, 그리고 ②환자에게 그들의 삶의 질과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행해질 수 있는 모든 것이 행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영성적 또는 종교적 지도 요소도 이 포괄적인 개입 개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명백한 노쇠, 진행된 치매, 임박한 죽음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에 따르면, 노년에 겪는 굴욕(humiliation)의 중심 원인은 나이가 아니라 외부로 나타날 수 있는 취약성이다. …

사람들은 노년이 되면서 점진적으로 이동성 상실을 겪게 되고 신체적 또는 인지적 활동의 감소로 인해 영향을 받지만, 정서적인 영역이나 동기 부여의 영역, 성격 영역, 기타 다양한 지식 분야에서는 강점과 발달 단계를 보일 수도 있다. 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정서적, 영성적, 사회적 의사 소통의 자질을 실현하는 데 있어 자신들의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철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칼 야스퍼스는 “인생에서 모든 것은 아직 머나먼 가능성이며, 삶은 여전히 미래에 놓여있고, 새로운 현실에서 새로운 행동은 과거를 새롭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통은 우리 자신을 위한 배움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배움이기도 하다”라는 표현은 할리카르나소스의 디오니시우스(기원전 54년 ~ 기원후 7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라틴어 resilire[반동하다]에서 유래)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운명의 타격을 견딜 수 있으며, 외상적 경험에도 불구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말한다.

종종 있는 일처럼 노화가 신체적 과정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년에 이른 개인의 인지적, 정서-동기적, 사회-의사소통적 특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 명백히 필요하다.

“나의 것은 내 시간을 가져가 버린 세월이 아니다.

나의 것은 내가 앞으로 겪을 수 있을 세월이 아니다.

순간이야말로 나의 것이니, 난 그것을 보살피리라.

그러니 세월과 영원을 창조하는 자, 그게 바로 나의 것이다.” (Gryphius 2005)

독일 작가 안드레아스 그리피우스(Andreas Gryphius, 1616–1664)는 시간에 대한 이러한 성찰을 통해 노년에 개인적으로 충만한 좋은 삶을 사는 데 매우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 그것은 자신 안에서 자기 삶(자기 책임)과 주변 세계(공동 책임)를 조형하는, 그리고 사회 및 문화 발전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힘을 인지하면서 열린 태도를 취하는 일에 관한 것이다. 이것이 “순간이야말로 나의 것이다”라는 말이 지닌 의미다.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삶이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것은―만약 이것이 인간에게 가능하다면―다른 사람들(공동책임)과 사회(지속 가능성의 책임)를 위한 봉사에 자신의 자원을 할당한다. …

명랑하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는 것과 동일시될 수 없다(To be cheerful is not to be equated with being in a good mood). 오히려 이 표현은 자신의 덧없음과 유한함을 바라볼 때조차도 나타나는 평정, 만족, 낙관 사이의 결합을 뜻한다.

창의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노년의 창의성은 네 가지 특성을 나타낸다. (a)높은 수준의 주관적 경험, (b)통일성과 조화의 의미에서 닫힌 [완결된] 형식, (c)매우 다른 아이디어들과 관점들의 통합, (d)노화 과정에 대한 특별한 강조. …

노년의 심리학적 기본 지향성: 첫째, 자기 성찰을 통한 내향성, 즉 인간이 자신과 나누는 깊은 대화다. 둘째는 개방성으로서, 자신과 주변 세계에 관한 자신의 관점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인상, 경험 및 통찰력에 대한 수용성을 의미한다. 셋째는 궁극적으로 자신을 세대의 연속 안에서 바라보고, 이 세대 사이의 승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신념의 의미에서 생성성(generativity)이다.

여기서 “창조적”이란 자아가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자기실현), 자신을 더욱 차별화할 수 있음(실제적인 생성)을 의미한다. 실제적인 생성과 자아실현은 생애의 전 범위에 걸쳐 새로운 자극과 과제의 영향을 받아 진화할 수 있는 자아의 잠재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은 자아실현의 과정과 실제적 생성 과정의 중요한 기초가 되며, 이러한 과정은 다시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의 유한성에 직면해서도 안정되고 희망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

신체적 과정으로부터 정신적 에너지가 철수되는 반면, 정신적 과정을 더 크게 강조하게 되는 것은, 삶의 나중 단계에서 겪게 되는 중요한 변화이다. 자아에서 정신적 · 영적 에너지가 철수되고, 이에 반해 창조, 우주 및 영성적 과정 등에 대한 관심이나, 자신의 존재를 세대들의 연속 속으로 통합하는 것 등에 대해 더 큰 관심이 생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Andreas Kruse, “Aging and Personal Growth. Developmental Potentials in Old Age”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