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아내와 아들 녀석까지 확진판정을 받았다. 두어 달 전 딸애가 이미 격리시설을 다녀왔으니 온 집안 식구가 코로나를 피하지 못했다. “PCR 검사 한 번도 안 받은 사람은 인간관계에 문제 있는 거래”, 아내가 어디서 읽었단다. ㅎ
첫날은 그럭저럭 지낼만하더니 둘째 날부터 평소 부실하던 허리가 아파오고 어깨, 가슴, 허벅지 온몸이 쑤셔 잠을 설쳤다. 하루 60만이 넘는다는데 이러다 119도 못 타보고 가는 거 아닐까? 다행히 48시간 정도 지나니 통증이 수그러들었다. 후각은 거의 다 잃었지만 그래도 급사는 면한 듯하다. 정신 좀 돌아오기에 핸펀 들여다보니 온통 전쟁 소식, 청와대 얘기 …
역사가 이따금 크게 뒤틀린 방향으로 질주하는 광기를 부린다는 거야 누군들 모르겠나마는 이번 전쟁, 난민, 사상자 보도는 가뜩이나 불편한 몸땡이를 더 힘들게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역사에 무지한 입장에서 원론적인, 이른바 “정의로운 전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순진하다 못해 사태에 대한 편견만 부추길지도 모르겠다.
Jus ad bellum, 전쟁에 나아갈 권리, 솔직히 100%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어떤 진보 매체는 미국과 나토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너무 성급하게 꼬드겨(?)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든 게 이 전쟁의 근본 원인이라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러시아어를 좀 배워둘 걸 그랬나 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보도들이 모두 친미 매체들뿐이라 그런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치 세력 제거를 명분으로 내걸었다는데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단다. 미국 잘못이라 한참 설교하시던 어느 선생님은, 내가 ‘설령 네오나치 움직임이 파악되었더라도 주권 국가를 상대로 마음대로 무력을 사용하는 건 정당화될 수 없다. 딴 맘먹지 않게 평소 좀 잘 대해주었어야지 쥐어 팬다고 뭐가 달라지랴’했더니 말문을 닫았다.
Jus in bello, 올바른 전투 수단과 전쟁 방법은?
민간인 포격과 사망 보도 역시 친미 매체의 조작이 아니라면 이 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전쟁이다. 비대칭 전력(asymmetric war)을 감안하면 러시아인 전반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이 오히려 정당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덩치 국가가 주변국을 괴롭힌 사례는 늘 있어왔고 있을 일이다. 러시아가 과거에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큰 투자를 했고, 은혜를 베풀었는지, 그래서 최근 몇 십 년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설령 그렇다손 치더라도 힘으로 두들겨 팬다? 걸프전에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는 전 세계 젊은 세대들을 암울한 미래로 떠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