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하얼빈』을 읽으며 한 나라의 지도자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화급한 문제라면.
A: “나는 정치 문제를 말할 식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 사회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늙은이로서 말하자면 지금 한국의 미래는 번영과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존망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쟁의 공포, 기후변화, 인구 절벽, 양극화에 의한 내부 분열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의 몰락 등은 존망의 위기이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제 욕심에 눈멀어서 벽을 더듬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시급한 문제는 불평등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다. 다중의 비위를 맞추어가면서 다중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12척은 이순신의 자랑이 아니다. 12척은 이순신의 가난이고 불운일 뿐이다. 이순신의 자랑은 12척을 따라나서기가 무서워서 달아나려는 부하들을 설득하고 따르게 해서 데리고 나가는 리더십에 있다. 많은 사람이 가기를 꺼리는 길로 많은 사람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리더가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 다들 박수받고 표 나오는 길로만 가고 있다.”
한·일 관계 풀려면 정치가 신뢰 얻어야
Q: 정치 왜소화, 정치 퇴행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이 나라 정치의 시궁창 같은 밑바닥을 보았다. 후보자와 그 배우자, 그 추종자들의 언동은 가히 절망적이었다. 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힘이 정치 전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Q: 한·일 관계를 푸는 묘책이 있을까.
A: “한국이 세계 속에서 이룩한 위상에 걸맞은 태도로 이 문제를 다루었으면 한다. 국내에서 반일감정을 증폭시키는 정치 행위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 문제를 발전적으로 풀어내려면 우선 국내 여론과 민심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처럼 들어보는 어른다운 말씀이다. 그런데 솔직히 모두 하나 같이 리더만 되려는 나라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심지어 학교에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사람한테까지 "리더십" 교육을 의무로 받으라는 나라에서? ... 소는 누가 키우노?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