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etc.

Krebs 7 (2025.3.7)

Kant 2025. 3. 8. 00:54

 
https://youtu.be/Az-MGC8JPWg?si=rLHsTdppDLPhMWhJ

 
 

"출발지에서 종점까지 빤히 보이는 길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 그런 길이 있다면 질려서 운전하는 맛이 없을 겁니다."

유학시절 독일 아우토반 위에서 내가 간파했던 독일 고속도로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차이가 바로 이거였다! 난 운전할 차가 없어 얻어 타는 게 전부였지만, 언덕과 고개, 산맥으로 가득한 한반도와 달리 드넓은 평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굳이 완만한 곡선으로 뚫은 이유는 십분 짐작되고도 남았다.

 

"[인간은] 앞날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겁니다. ...

만약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면 살맛이 안 날 것입니다. ...

인생은 모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앞날을 훤히 알 수 있는 인생사라면 더 불안하고 마음이 쓰여서 제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직선과 곡선의 상징이 있어요 ..."

 

'인생에도 굴곡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는 스타스님 1.5세대(?)셨던 분의 말씀엔 선뜻 공감이 된다. 이건 평소의 내 생각과 일치하니까. 하지만 유비추리의 정교함이 조금 아쉽다. 

 

우리 인간은 정말 모두 자기 앞길을 모르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짐승들마냥??

오히려 자기 앞길을 "빤히" 예측할 수 있을 때, 그러니까 "훤히 알 수 있는" 종착점을 어거지로 무시하려들지 않고 직시할 경우라야 비로소 우리가 인생을 제대로 살아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게 아닐까? 그것도 아주 응축적인 방식으로 살 수 있는?

 

Krebs 확진 판정 이후 그나마 내가 끌어댈 수 있었던 위안의 근거는, "종점" 도착 시점을 그래도 남들보단 조금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고 그래서 더 규모 있게 시간을 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요령껏 계획을 세운다 해도 그건 계획일 뿐 삶 자체는 아닐 터,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역시나 이래저래 난 동양사상과는 궁합이 잘 안 맞는 거 같다. 이것도 스님이 보시기엔 안타까운 업보(별업?) 때문이겠다만.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