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4

같은 곡, 다른 느낌

오르간과 피아노, 무식하면 용감하니까 감히 두 악기에 대한 내 느낌을 비교해 말하자면,일단 오르간은 음악예술을 연주하기 위한 악기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priority 면에서는 그렇게 생각된다. 1990년이던가, 첫 아이 태교 음악 들려준다고 아내와 함께 트리어 바실리카 교회 오르간 연주회 갔다가 연주 내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수 년 전, 어떤 지인의 성당 결혼식에 가서도 거의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 듣는 내내 교회의 권위를 포장하기 위해 고안된 기계 같다는 느낌에 허우적대었고, 동시에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진심 감사해 할 수 있었다. 오르간에 장점이 있다면 아마도 연주자가 양손에 양발까지 동원해가며 전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리라. 피아노는 18세기 메디치 가문의 악기 ..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류 or 너스바움의 오류?(hexis vs tyche/energeia)

너스바움의 해석에 따르면,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치들 사이의 갈등 상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자신의 소견을 피력했다. 어떤 가치에 관련한 탁월함, 예컨대 비범한 용기, 정치적 사안에 대한 헌신적인 참여, 친구들에 대한 사랑 등과 같은 덕목들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결함을 지닌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자주 그와 같은 품성적 요건들로 말미암아 삶 자체를 지속하는 일과 갈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주장의 근거는 대체로 이러하다. 훌륭한 품성을 지닌 행위자는 가치들 사이의 갈등 상황에서 비록 자신이 악한 행위를 선택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그 상황을 진정으로 가치가 있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 상황으로 간주한다. 탁월한 [유덕한] 사람은 우정이..

Philosophical 2024.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