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공연예술의 세계 7월호 중에서(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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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인공지능 프로그래머)
현대 기술의 발전은 예술가에게 다양한 창작의 도구를 안겨주었다. 컴퓨터 그래픽, 로보틱스, 3D 프린팅, 인공지능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러한 신기술을 창작에 활용하는 예술 장르를 미디어 아트(media art)라 일컫는다. 새로운 기술을 통해 작가는 전통적인 기법으로는 쉽게 표현하기 힘든 모티프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고, 더 나아가 디지털 미디어만이 갖는 고유의 특징을 살려 독창적인 예술을 창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화에서는 미디어 아트 중에서도 관객의 몰입과 참여를 통한 능동적인 예술 형태를 추구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interactive media art) 작품 세 가지를 소개한다. 모두 골란 레빈(Golan Levin)이라는 미국의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며, 현재 카네기멜론 대학 교수로 재직중인 그는 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로보틱스를 활용하여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예술 작품을 활발히 창작 중이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은 하나의 지속적인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관객의 반응을 카메라, 마이크 등의 센서들로부터 관찰하여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그 결과를 영상, 음향 등을 사용한 예술적인 형태로 출력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을 통해 관객은 완성된 예술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참여를 통해 작품을 비로서 완성시키는 최종 창작가의 위치에 설 수 있게 된다.
· 몸짓과 그림자로 만들어지는 작품, “Interstitial Fragment Processor (2007)”
“중간 조각 처리기”로 번역될 수 있는 아래 작품은 관객의 그림자가 만드는 빈 공간을 끊임없이 색칠하고, 소리까지 입힌다. 관객은 저마다 개성 있는 방법으로 그림자를 만들며, 상상속으로만 존재하였을 공간에 이른바 “사물성”(objecthood)을 부여한다. 아래의 동영상은 행동 인지 (activity recognition),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등의 기술들을 활용하는 예술작품을 보여준다.
· 소리에 모양을 부여하는 작품, “Re:MARK (2002)”
다음 작품은 관객이 말하는 소리를 단어 또는 그림으로 그려낸다.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인식된 단어는 글자 그대로를 보여주며, 인식되지 않은 불분명한 소리는 공감각 사례들을 참고하여 어울리는 모양으로 바꾸어 나타낸다.
· 관객을 보며 계속 놀라는 로봇, “Double-Taker (2008)”
영어 단어 “더블 테이크(double take)”란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깨닫는 행위를 뜻하는데, “더블 테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이 2.5미터 가량의 외눈 로봇은 주변의 움직임으로부터 계속해서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봇에는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이 탑재되어 주변 사람(물체)들의 실시간 움직임을 관찰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움직임에 지속적으로 반응한다. 작가는 본 작품을 통해 타 종간의 눈 마주침, 몸짓 언어, 주관성, 자동 감시 등의 테마를 나타내고자 했으며, 궁극적으로 우리 개개인은 모두 놀랄만한 점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우리가 알파고의 문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먼저 이러한 신기술을 활용한 창작 활동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