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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문제들로부터 벗어나는 데 있다기보다는 당신이 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에서 성립한다. 53
철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방법을 개발한다. 이론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론을 개발한다. 101
철학은 추상적인 이론을 가르치는 데에 존립하는 것이 아니며,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삶의 기술에 존립한다. ... 그것은 무의식에 의해 어두워지고 근심에 의해 시달리는 인생의 진실되지 못한 조건으로부터 개인을 일으켜 세워 진실된 상태로 나아가게 한다. 거기서 그는 자기의식을 획득하며, 세계에 대한 정확한 비전과 내면적인 평화 그리고 자유를 얻는다. 105f.
철학상담의 세 가지 기본적인 목적이나 대상은, 문제를 해결하고, 내담자의 자율성을 고취시키며, 내담자로 하여금 미래의 문제들을 피하거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196
실제로 인생에서의 만족감과 행복은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보살핌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일상의 계획과 모험이 주는 흥미로움의 홍수 속에서 생활하는 동안 인생의 의미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 법이다. 그들에게 인생의 의미란 단순히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것 자체이다. 236
그것이 철학적인 이해가 되려면, 그 이해가 가능하게 된 과정이 의식될 필요가 있다. ... 행복이란 문제들로부터의 해방을 요구한다기보다는, 당신이 그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고 하는 앎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242
철학적 탐구는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며 사용하는 가정들과 가치들에 대한 호기심을 포함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들이 행하는, 세계 내에서의 행동들에 내재하는, 그리고 그 타인들에 의해서 경험된 것과 말해진 것 혹은 행해진 것에 대한 반응들에 내재하는 기본적인 의미에 대한 탐구이다. 이는 사실상 세계관 해석이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사전에 검토되지 않은 신념, 가정, 그리고 선입관적인 개념들을 의식적인 지각 상태로 가져오려는 의도이다. 그런데 그러한 것들은 내담자의 일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어, 내담자가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단순한 인습, 전통, 습관보다는 숙고된 선택의 기반 위에 더 잘 세울 수 있게 만든다. 251f.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따르면, 철학은 절대 진리의 성배(聖杯)를 찾으려는 고지식한 몇몇 노학자들이 종사하는,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며 지적인 탐구 작업이다. 진정한 철학적 담론은 반드시 합리적이어야 하고 따라서 대부분 가설적이며 이론적이고, 기이하게 발음되는 라틴어들로 표기된 차가운 논리와 비감정적인 논증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 철학자가 존재론적이거나 인식론적인 또는 형이상학적인 전쟁터에서 - 우주론적인 전쟁터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 풍성한 변증법적 논쟁에 몰두하고 있다면, 느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 수나 있겠는가? 철학자들이 수세기 동안 천편일률적이고 비감정적인 강단 철학의 웅덩이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철학상담을 언급하면, 누가 [정서적인] 편안함을 얻고자 철학자에게 찾아올 생각을 하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
감정에 대한 전통 철학의 상투적인 이해는, 그것을 인격체가 지니는 통제할 수 없고, 동물적이며, 비합리적인 측면으로 간주해 왔다. 그것은 그저 의도적이지 않은 신체의 반응이기도 했고, 학습과 무관하게 타고나는 것이며, 교육과 논증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것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18세기 중반에 이르는 2천여년 동안 감정은 흔히 “정념”(passion)으로 불려왔다. “passion”이라는 말은 라틴어 “pati(to suffer, 겪다)”에서 나왔으며, 이는 그리스어의 “pathos(파토스)”와도 관련된다. 라틴어 어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념은 한 개인이 자발적으로 어떤 변화를 “하거나(doing)” “일으키는(initiating)”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겪는(undergoing or suffering)”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우리는 흔히 감정에 “붙들리다(gripped)”, “사로잡히다(seized)”, “낚아 채이다(torn)” 라고 표현한다. 감정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하는” 무엇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역설적으로, 각 세대들이 자식들에게 언제 죄책감을 느껴야만 하고, 왜 질투를 느끼지 말아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분노를 느끼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 등을 지시하는, 감정에 관한 사회 규범이 가르쳐지고 있다. ... 르네 데카르트, 데이비드 흄, 임마누엘 칸트 등과 같은 철학자들은 감정을 어떤 대상의 현존을 관찰할 때 생겨나는 그 대상에 대한 느낌으로 묘사했는데, 대상 안에는 지각자에게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고 보았다. ... 그러나 다른 철학자들은, 대상의 현존에 대한 관찰로부터 우리에게 느낌이 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대상에서 무엇을 생각하는가로부터 그것이 발생한다고 본다. 이 이론이 옳다면, 그래서 평가와 생각이 실제로 감정의 중심을 이룬다면, 감정이 단순히 어떤 대상에 의해서 야기된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게 들린다. 우리가 문제삼고 있는 “대상” 개념을 사물이 아닌 사람에게 적용할 경우, 이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예컨대 내가 어떤 사람에게 존경심을 느낄 때, 내가 그 사람의 현존을 관찰함으로써 존경심이 “야기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반면에, 내가 그 사람에게서 느끼는 존경심의 정도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높게 또는 낮게 평가하며, 또 내가 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나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옳은 말처럼 들린다.
위의 입장은 존 로크가 감정을 - 그는 그것을 정념으로 불렀다. - 감각과 반성에서 유래하는 우리 마음의 관념들로 설명한 것과 같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예를 들어 즐거움(joy)이란 “어떤 좋은 것을 현재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고려할 때 생기는 마음의 기쁨”이고, 슬픔(sorrow)이란 “더 오래 즐길 수도 있을 어떤 좋은 것의 상실에 대한 생각에서 나오는 마음의 불편함”이다. 또 공포(fear)란 “미래에 내게 닥쳐올 수 있을 어떤 악에 대한 생각에서 나오는 마음의 불편함”이고, 실망(despair)이란 “어떤 좋은 것을 손에 넣지 못한다는 생각”이며, 질투(envy)란 “차지해서는 안 될 사람이 먼저 차지해버린 좋은 것을 고려할 때 생기는 마음의 불편함”이다. 현대의 많은 철학자들은 정념 내지 감정의 기원에 관한 로크의 이론을 프로이트의 것보다 선호한다.
20세기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감정이 “지각에 의해 움직인다”고 썼다; 그것은 “세계를 지각하는 어떤 방식”이고, “기능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리고 그것은 “신념의 현상”이다. 그는 또 공포와 같은 감정으로부터의 자유는 오직 “정념을 야기하는 상황을 반성을 통해 정화시키거나 그 상황이 전적으로 사라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81-284
감정이 사실상 사람들이나 삶의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신념들에서 연유한 것이라면, 철학적인 갈등, 즉 잘못된 사유에 의해 생겨난 슬픔, 불안, 혼란 등의 느낌을 실제로 정신 장애로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예컨대 “인생의 의미” 문제와 관련해서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불안, 슬픔, 당혹 등 여러 가지 강력하고 심각한 정서 반응이 생겨날 수 있지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286
우리의 감정이 신념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러한 주장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다루어야만 하는 깊은 무의식의 세계가 존재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어떠한 이슈에 대한 내담자의 감정을 검토해 보면, 그 감정이 실제로 내담자가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는 이슈에 대한 어떤 신념에 기초한다는 사실을 자주 발견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신념을 의식하고 분명하게 표현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철학자는 매우 유능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내가 “무의식적”이라는 단어에 쌍따옴표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믿는 사람이 그 자신의 믿음, 즉 신념을 신념으로서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무의식적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태도인지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인간이 반성되지 않은 신념 - 예컨대 인종주의가 정당화되지 않은 신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경우처럼 - 에 따라서도 살아갈 수 있고 행동할 수도 있지만, 그 경우의 신념이 반드시 무의식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일단 우리가 그러한 신념들을 의식할 수 있게 도움을 받는다면, - 그것이 무의식적인 것으로 불리든 반성되지 않은 것으로 불리든 - 그 신념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평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서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수정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철학상담사는 심리치료사가 무의식적인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사실상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고전적 정신분석이 지지하는 접근법보다 내담자의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며 다루고 있는 것이다. 287
루 매리노프는 그의 책 『프로작이 아니라 플라톤(Plato Not Prozac)』에서 자신이 “오래된 정신의학 농담”이라 부른, 정신과 의사를 소재로 한 유머를 소개한다 - 예약 시간보다 일찍 오는 환자는 불안증, 예약 시간보다 늦게 오는 환자는 적개감 증후군, 예약시간에 맞춰오는 환자는 강박증으로 각각 진단된다. 300
매리의 사례에서 중요한 점을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일 자체가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머리라든가 정신 질환을 함축하는 기술적인 용어들로 서술된 진단 꼬리표를 다는 일 또한 인생사의 정상적인 경험들을 실제로는 어떤 무시무시한 불행의 증상인 것처럼 믿게 만든다는 것이다. 매리는 처음에는 무정하고 까다로운 가족들이 그녀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 대해 믿게 만든 것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고 우울해했다. 그녀가 필요로 한 것은 그녀의 내면이 어떤 비정상 상태라는 진단이나 그 상태에 대한 신경-화학적 원인으로 가정된 것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야기한 외부적인 요인을 처리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나의 판단도 일종의 진단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심리치료의 진단이 따르는 의료적이 모델과는 사뭇 다르다. 304
브루스 햄스트러 박사는 자신의 저서 『치료사들은 어떻게 진단하는가』에서 『DSM-IV』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진단 기준들을 정형화할 때 발생하는 맹점을 이렇게 요약한다. 그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수의 인위적인 경계선을 만들어 내고, 의료 모델에 관점을 한정시킨다. 과도하게 단순화시키고, 병리학에만 초점을 맞춘다. 환자의 사고 능력, 대처 기술, 인격 패턴 등과 같은 요소들이 가지는 상대적인 장단점을 주목하지 않는다. 환자들에게 꼬리표를 달아주고, 치료사나 환자 모두 성급한 결론에 이르게 하여 그들이 지각하는 내용을 그 범주에 일치하도록 구성하게 만든다. 환자는 해로운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단을 사용할 수 있다. 진단은 문화에 종속된 것일 수 있으며, 의학적 진단 모델은 강한 이해관계를 지닌 전문가 조합에 의해 개발된 것이고, 객관성은 타협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진단 범주는 행정적, 재정적, 법적 목적을 위해 쉽게 오용된다. 환자가 현존하는 진단 범주에 들어맞지 않으면, 적당한 어떤 범주 속으로 끼워 넣어질 확률이 높다.
만일 우리가 진단이라는 말로 상담사가 내담자의 철학적인 어려움이 어디에 놓여 있는가를 파악함으로써 그 내담자가 지닌 문제의 본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면, 이러한 비의학적이고 비 범주적인 의미의 진단은 유용한 용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인 진단 - 또는 심리치료의 일환으로서 “어떠어떠한 장애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는 일” - 에 내재하는 많은 문제들을 고려할 때, 그러한 진단은 결코 철학상담의 일부가 되지 말아야 한다. 304f.
인생이란 상상된 미래를 향해 성장하는 일에 관한 문제이다. 430
의미를 삶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생산하고 창출할 수 있으며 삶에 부여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라. ... 만일 인생의 복합적인 구조 전체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없다면, 의미가 더 단순한 순간적인 에피소드들로부터 발생한다고 생각하라. 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