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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bs 8 (2025.4.27)

Kant 2025. 4. 27. 05:09

세상에서 가장 흔한 조언을 꼽으라면 단연 건강에 관한 것이리라. 

 

"질병에 걸리는 것은 갑자기 산이 무너져 내리듯이 오지만, 병이 낫는 것은 가는 실을 뽑는 것처럼 조금씩 나아간다."

 

몇몇 블로거의 글이 출처 언급 없이 인용하고 있는데 나름 인생 경험을 반영한 말 같다.

 

"건강은 유일무이의 보배이며, 이것을 얻기 위해 인간은 생명 자체까지 내던진다."

 

이건 몽테뉴가 한 말이라는데 에세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내 독서 시력이 나빠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난, "모든 인간은 행복하기를 추구한다. 예외란 없다. 그들이 어떤 다른 방법을 쓰든 [심지어 자신의 목을 매달려는 자도] 모두 이 목표를 향한다"라는 파스칼의 문장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기이하다면 기이하다고 할 수 있는 사실은 그렇게나 많은 건강 관련 명언 가운데 왜 건강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조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건강은 재산이고, 행복과 자유의 조건이며 의무다'라는 식의 선언 정도?

 

우리의 맹목적인(?) 건강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를, 나는 최근 좀 괜찮다고 소문난 지역 스포츠 센터의 인기 강습 수강 등록하기가 대낮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어느 강습반은 대기자만 무려 800 명이 넘어서 아예 신규 회원은 대기자 접수조차하지 않는 상황이란다.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부부 팀웍 작전(!)으로 와이프의 온라인 수강 등록에 성공하기는 했으니 밥값은 한 셈이다.

 

노화와 질병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껌딱지마냥 들러붙어 버린 처지에서 바라보니, 새삼 건강 유지나 회복에 대한 투자 그리고 그 규모는 당사자가 자신의 건강한 몸뚱이로 절실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상태에서 그에 얼추 비례하여 이루어져야 비로소 정당화될 수 있고 납득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도 물질적으로 여유로운 노인들이 빠지기 쉬운 presentism(현재지상주의)의 유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에 조금씩 귀를 열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리고 이런 생각이 꼭 공리주의적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