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etc. 91

노트 필기

"김교수, 막스 셸러 'Gefühlsdrang'이란 개념 설명해줄 수 있수?"수화기 너머 낯익은 목소리. 수년 전 이미 정년하신 어떤 선배 교수님이 다짜고짜 던진 질문에 어리둥절했다."예? 셸러요? Gefühlsdrang이라 ... 글쎄요,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가물가물하네요 ..."학문에 뜻을 둔 어떤 사람이 당신께 설명해달랬단다. "유학 시절 오르트 교수 수업 때 셸러도 다루었었긴 한데 하도 오래 전 일이라 ... 인터넷에서 찾아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도 기억날만한 게 있나 한번 찾아 보고 연락 드릴께요." 연구실 서가 귀퉁이에 꽂혀 먼지만 맞고 있던 낡은 필기노트 묶음을 꺼내 펼쳐보았다. Wolfgang Orth, "철학적 인간학" 강의 기록이었다. 1990년 7월 6일 강의 내용일테니..

Miscellaneous/etc. 2024.02.29

Life & Bildungsgedichte

Louise Bogan (1897–1970) At first, we want life to be romantic; Later, to be bearable; Finally, to be understandable. "나뭇잎 사이로"로 유명했던 싱어송 라이터 조동진(1947~2017) 의 곡 "제비꽃"의 노랫말이 Bogan의 구절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꽃 (원곡: 조동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

Miscellaneous/etc. 2023.12.28

寫經

"이렇게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도리천에 계시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셨다." 경전을 옮겨 적다가 문득 내 글씨체가 누군가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유품 정리하다 발견한 전화번호 수첩에 그 답이... 경전의 세부 내용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 또 오늘의 일반적인 가치관과 무척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지만, 하나는 알겠다. "착하게 살아라!" 그러고 보니 79년 여름 해인사 백련암에서 뵈었던 性徹 스님도 바로 이 말씀을 했었다! "부처님 가르침은 딴 거 없다. 착하게 살라는 거다." 다 마치고 보니 이 나이 먹도록 오롯이 누군가를 위해 해본 일은 처음 같다. 숙제를 내주셨던 스님께 감사할 일이다.ㅎ 대가족에 시집 오셔서 어지러운 세상 탓에 실질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하셔야 했던..

Miscellaneous/etc. 2023.10.13

남미에 간 이유를...

"교수님, 저 책 내게 되었어요. ... 직접 드려야 도리이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택배로 보내드리려고요. ..." 간만에 날라온 카톡 문자 그리고, 택배 꾸러미. 나이탓인가, 살짝 긴장감(걱정!)을 주면서 한 호흡에 읽게 될만큼 글의 전개가 흥미롭다. 물론 자극적이지는 않다. 어쨌든 언제 이런 경험을 다 했나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기억 속 이미지와 사뭇 다른 주인공을 마주하는 듯했다. 당찬 건 좋은데 앞으로 또 비슷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급적 든든한 사람(!)과 함께 하기를. 공감되는 구절들... 어쩌면 지금 20대 젊은이들은 라떼 세대의 그 시절보다 더 성숙한 것 같기도 하다. "노인네들은 철이 없고, 젊은 애들은 싸가지 없네..." 어쩌구하고 수업중 내뱉었던 말을 되삼킬 수도 없고 ..

Miscellaneous/etc. 2023.10.11

免 사고 선진국은 언제쯤

간만에 졸업한 지 몇 년 된 친구들이 학교에 와서 반가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변한 것들이 꽤 많이 보이네요. 무슨 건물인지 신축 중인 건물도 있고, 도서관도 멋있어졌고, 기숙사도 짓고 있고, 중정원도 말끔해졌고..." "그렇지. 우린 늘 다이나믹하자녀. 학생 수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새 건물이 꼭 필요한 건지 몰것네. 초등학교 건물들 처럼 나중에 애물단지 되지나 않을지" 말하고 보니 충대에 온 뒤로 20여년 동안 캠퍼스 내에서 공사가 없었던 기간이 없었던 거 같다. 소음[이나 냄새]에 관대한 우리 한민족. 교내 방송 소음이 언제부턴가 사라진 게 신기하다! 사물놀이패 소리도. 취업난과도 관련이 있을듯. "전동 킥보드가 엄청나던데요. 남학생 여학생이 함께 타고 막 달리던데 헬맷도 없이" "작년에도 학장..

Miscellaneous/etc. 2022.11.19

반려견과 주인에 관한 논리적 오류

아침 출근길, 지하 주차장에서 배설물을 만났는데, 학교 주차장 옆에서 또 만났다. 반려견이 주인을 닮는다는 속설은 논리적 오류다. 술에 떡이 된 상태였다면 또 모를까 주인이 설마 저런짓하고 다니진 않았을터. 시간상으로만 봐도 주인이 반려견을 닮을 확률이 훨씬 더 크다. 물론 이 같은 가설이 반려견들에겐 모욕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Miscellaneous/etc. 2022.09.18

"지난 대선, 시궁창을 봤다…젊음이 나서야 한다"

Q: 『하얼빈』을 읽으며 한 나라의 지도자를 생각하게 된다. 지금 화급한 문제라면. A: “나는 정치 문제를 말할 식견이 없는 사람이지만, 이 사회에서 70년 넘게 살아온 늙은이로서 말하자면 지금 한국의 미래는 번영과 발전의 문제가 아니라 존망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쟁의 공포, 기후변화, 인구 절벽, 양극화에 의한 내부 분열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의 몰락 등은 존망의 위기이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다들 제 욕심에 눈멀어서 벽을 더듬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시급한 문제는 불평등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다. 다중의 비위를 맞추어가면서 다중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12척은 이순신의 자랑이 아니다. 12척은 이순신의 가..

Miscellaneous/etc. 202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