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린다'는 속어의 뜻을 찾아보니 …
“냄비 속의 물이 열을 과도하게 받으면 끓어올라서 내용물이 넘치면서 냄비 뚜껑이 열리는 현상을 사람에게 적용시켜 … 사람이 열을 받으면 머리에서 열이 팍팍 솟구치는 걸 비유해서 만든” 표현이란다. “일반적으로 그냥 '화가 난다'라는 표현보다는 이 '뚜껑 열린다'는 표현이 임팩트가 더 강하다”고.
요새 내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보면 이 “뚜껑 열리는” 경험을 한 나절에도 수차례씩 경험한다. 벌써 두어 달 전부터 컴 사용 도중 날짜가 초기화되어 인터넷 검색 작업이 차단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미 배터리를 두 번이나 교체하고, 부팅 시 바이오스도 다시 세팅해보고, 기판도 갈아보고 했는데 요지부동. 컴은 어느새 다시 ‘리셋’되고 마니 그야말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톰 크루즈가 따로 없다. 유일한 차이는 톰아저씨는 리셋될 때마다 전투력이 진화하지만, 이놈의 컴은 전혀 변화가 없다는 점, ㅎ ….
애꿎은 조교선생만 여러 번 고생하고 나중엔 AS 담당 기사도 (내가 자리 비울 시간을 절묘하게 골라서) 3회 이상 다녀갔지만 전혀 개선이 되질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어 행정실 서무직원한테 애로사항을 설명했더니, “학과에서 그 제품을 지정 구입 의뢰한 것이고 행정실에서는 물품 구입 절차만 밟아 구입해드린 것이니 행정계통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 AS 기간 안에 AS 받으면 되고 그 기간 지나면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메이커 제품 대신 저렴이를 골라 그렇다는 취지의 친절한 설명도 들었다. 공무원이 아무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내려준 조달청 납품 업체 제품들 가운데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사정이 이 모양이니 ….
물건이야 쓰다 보면 고장 날 수도 있다지만 불과 1년(?) 정도밖에 안 된 물건이 이렇게 사람 골탕을 먹이고 있고, 게다가 그 업체의 AS는 이미 능력 미달이 분명한데도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다니 ….
알고 보니 다른 선생들 컴도 여러 번 동일한 문제를 겪었다고. 시상에 ….
이 뿐만 아니라 학과 사무실에서 전에 구입했던 의자도 터무니없는 고가에 비해 그 품질이나 내구성이 형편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야 ….
학장한테 하소연해 보았다.
“… 아시겠지만 학과에서 임의의 모델제품을 주문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학교에서 내려준 조달청 납품업체 카탈로그를 통해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양이고 AS 능력도 안 되고 있으니 컴퓨터를 교체해 주든지 만약 그게 정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본부에 강력하게 클레임을 전달해서 조달청 납품 업체 선정을 재고하든지 해야 하리라 봅니다. … 누군가는 가끔씩 악역(?)을 맡아야 할 것 같습니다.”
학장 왈, “본부 사람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조달청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하기야 클레임 상황을 윗선에 보고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이지만 설령 그 업체 물건이 다음 선정 절차 때 탈락된다 해도, 만약 회사나 상표 이름을 바꿔 다시 납품한다면 그걸 어케 막겠나?
에효~, 積弊가 그리 쉽게 제거될 수 있다면야 …
곳곳에 세월호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형인 듯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