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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미인 천국

Kant 2007. 8. 13. 13:35
엊그제 Daum뉴스 난에 보니 대만의 한 신문이 한국 여성 연예인들의 성형수술 붐을 신랄하게 풍자한 내용이 소개되었더구나. 아닌게 아니라 언제부턴가 여중고생들의 성형수술 유행이 지들 사이에서도 얘깃거리가 되나보더라. 개학하고 나면 서로 얼굴 확인하기 바쁘다지 아마. 기왕 수술 받을 바엔 10대에 받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게 잘 나온다던가 보던데. 딸 자식 가진 부모는 출가시키기 전에 혼수준비는 물론 이젠 성형수술비까지 벌어놔야 할 판이다.


전에 “태조왕건” 보다 보니 oo역 맡은 “A”아무개도 턱뼈 가는 수술을 받았는지 절에 들어가 삭발한 모습이 - 머리카락 위에 고무 가발 씌운데다 턱은 좁아졌지 ... 완전 외계인이 따로 없더만. 그리구 “인어 아가씨”의 xx 역 맡았던 “B”아무개도 똑같은 수술 때문인지 복스럽던 원래 얼굴은 어디 가버리고 뾰족턱만 보이더라고. 다른 출연자 웃을 때 씰룩거리는 표정 역시 수술부작용이란 설도 나돌았고.


아무튼 한쪽에선 기를 쓰고 얼굴에 칼 들이대고 다른 쪽에선 그 결과 놓고 촌평과 소문들이 난무하니 외국인들도 신기해 할만하다 싶다. 그렇다고 뭐 지들은 그런 거 안 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지. 이곳 영국 TV도 이따금씩 유방 확대수술이나 매부리코 교정수술 같은 걸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 방송사가 수술 모든 과정을 공개할 사람을 미리 모집해서 수술비를 대어주는 것 같다 - 수술 전의 긴장과 수술 직후의 고통, 그리고 수술 수주 뒤의 만족해하는 당사자들을 보면서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쬐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

절개 부위로 실리콘 밀어넣고 실로 봉합하는 의사 손을 보니 마치 독일식 순대(Wurst) 만드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던데 ... 갑자기 남자들(?)이 불쌍하고 어리석다는 생각이 ...


성형수술에 관한 찬반 논쟁은 이미 구시대의 기록이 되어 버린지 오래일 거고 나 역시 성형수술을 긍정적으로 보는 편인데, 재밌는 사실은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 중에도 이미 그런 생각을 했던 인물이 있었다는 거다.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영국 경험론의 시조 “프랜시스 베이컨”. 이 자는 영국 왕립 아카데미의 이론적인 기반을 마련했던 사람이기도 한데, 이미 그 당시에 인간이 학문과 기술로 하나님의 피조물들을 완성시키는 것이 허용될 뿐 아니라 의무이다 라고까지 주장했다. 하나님은 이 세계를 훌륭하게 창조하긴 했지만, 피조물 하나하나의 완벽한 마무리는 인간의 손에 위임했다는 것.


아닌게 아니라 아무리 미끈하게 생긴 사람도 한두군데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비명에 간 “다이애나” 태자비를 13년 동안 가까이서 촬영했던 한 여성 사진기자 말이 다이애너의 완벽한 외모에도 단 한 군데 전문 사진사도 어떻게 해주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그녀의 큰 코였단다. 아무리 카메라 앵글에 이리저리 변화를 주어봐도 큰 코를 처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단다. 탤런트 "C" 아무개가 - 이 아줌마는 왜 늙지를 않나 몰러 - 무슨 광고인지는 잊었지만, “패션의 완성은 손끝에 있는 거 아시죠?”했던 거 기억나는데 같은 맥락 같다.

베이컨의 의견을 적용시켜 보면, 성형수술뿐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들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조작해서 그것들의 본래 형질을 좀더 바람직한 것으로 바꾸는 것도 인간으로서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수술 받은 사람들이 수술 전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신감 넘쳐하는 꼴을 보면, 적금들어 수술비 마련하는 사람들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적금들 돈 없는 사람들은 어쩌냐고? 수술 않고도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긴 있지. (이건 맨입으로 가르쳐줄 수 없지만 수술 받을 필요 전혀 없는 우리 모든 yy친구들한테만 특별히 예외다.)

그건 바로 그 열등감을 남들 앞에 공개해 버리는 거다.

그럴 용기도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냥 열등감 갖고 살다 죽는 수밖에.


“대부 III”에서 왠지 쭉쟁이 같아 보이던 “알 파치노”가 “여인의 향기”에서는 왜 갑자기 그리 멋있어졌나 했더니 역시 사각턱 수술한 뒤의 얼굴이었드구먼.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유명 연예인들의 성형수술 결과들을 놓고 뽑은 ‘베스트 원’이었대나 어쨌대나.


그건 그렇고 이 글 올리다 보니 갑자기 내 턱까지 근질거리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