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etc.

안경을 맞추고..

Kant 2007. 8. 13. 13:24
황사도 걷히고 화사한 봄날,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안경이야 이미 태곳적부터 쓰고 있었지만

이번엔 정말 맞추기 진짜루 싫은 안경이었구먼.


3-4년전부터 저녁 전등불 아래에선 글자들이 가물거리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올 것이 와버린 것이다!

첨엔 피곤해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방금 읽은 줄을 다시 읽게 되길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아하, 이게 고거로구나 하게 되더란 말이지. 


"아직 이런 거 쓰실 나이 아니신 것 같은데요"하는

안경방 아가씨 말이 위로라기보단 얄밉게 들렸다.

옆에 있던 집사람 왈, "이사람, 겉만 이 정도지 속은

완전 할아버지예요 할아버지"

유럽에 머물 때 첨 가본 도시에서 날더러 지도 빨리빨리 못 읽는다고 그렇게

구박구박준 것도 모자랐던 모양이다.


안경 알 다듬는 동안 괜찮아 뵈는 선글라스가 있길래

기웃대었더니, 와이프가 웬일로 하나 새로 장만하랬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골라 준 걸 쓰고 거울 들여다보자마자

흠칫하고 곧 바로 벗어 놓으니 모두를 놀란다.

왜 기겁하고 벗냐고.

왜긴? 거울 속에서 웬 중년의 사기꾼이 노려보고 있는데 어떻게

더 그러구 있냐구요 글씨.  난 그냥 시치미 떼고

안경방 벽에 붙어 있는 배용준(욘사마?) 사진 턱으로 가리키며

"저 정돈 돼야 선글라스 써도 남이 봐줄만 하지" 했다.

"사장님도 아직 괜찮으세요" - 시종일관 위로조다.

순간 재작년인가 겨울연가 인기 있었을 때 욘사마 팬인 집사람한테

"나랑 별차이 없구만" 했다가 아들놈한테 당했던 일이 생각났다.

"아빠가 배용준이면 겨울연가가 아니고 겨울연변이에요"

우리집은 이렇게 말투들이 살기등등하니 가장인 내가 책임을 통감할밖에.


의대 수술 전문 의사들은 시약 들고서 글씨 읽느라 눈쌀 찌푸리면

후배 의사들이 무시하기 시작한다드만.

수술 의사로서 생명이 끝났단 얘기지. 그래서

아는 어떤 분은 아예 시약대 위의 시약병들 순서를 외웠단다.


친구들이여, 눈 관리 잘 하시고 안경 쓰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