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 2004/10/27 (23:31) |
Wilhelm Schmid: 철학이 삶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Kann die Philosophie eine Hilfe für das Leben sein? (1)
철학이 삶과 관계가 있는가? (...) "철학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 이 물음이 묻고 있는 것은 철학자들에게뿐만이 아니라 많은 지식인들이게도 의심스럽게 보이는 것이다. (...)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도움"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과 무관하고자 하는 지식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한 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또 그것에 대한 외면은 왜 일어나고 있는가? 그 수요는 일상적 삶에 깊숙이 관여하던 전통, 인습, 종교의 상실이 가져온 결과로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실천적인 삶과 관련한 지식은 근대에 들어와 더 이상 개인으로부터 개인으로, 세대에서 세대에로 전수되지 않게 되었다. (...) 그래서 개인은 자신의 한정된 삶의 지평 안에 다시 홀로 남아 있게 되었다. 전승되어 오던 공동의 인생지식의 원천들은 이제 그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도움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 그리고 과학과 기술이 쉴새없이 제기하는 새로운 요구(이것에 대한 대답은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인데)에 직면하여 [개인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허약함에 의해 심각해졌다. (...)
삶의 문제 해결에 있어 관료적인bürokratisch 측면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영역으로서 진부하기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그때그때의 삶의 상황에 따라 직면하게 되는 긴박한 문제들에 관한 것이다. 예컨대 재정, 세금, 법률 등에 관한 문제들이다. 또 설계적gestalterisch 측면은, 특정한 사실들에 대한 이해로부터 조언을 구하게 되는 것으로서, 직업 안내라든가 건강관리, 섭생, 소비자 보호, 여행계획 등에 관한 것이다. 치료적인therapeutisch 측면 역시 개별 전문가들로부터 신체상의 또는 정신상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도움을 얻는 것을 말한다. (...) 한편 치료적인 문제들과 중첩되면서, 설계적인 측면에도 관여하고, 관료적인 문제들까지 넓게 포괄하면서 본래적인 삶의 문제에 관계하는 실존적인existenziell 측면은 어떠한 것을 말하는가?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관한 것이리라: 개인의 삶이든 사회적 삶이든, 이러한 삶이 올바른 것인가? 나에게 삶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 우정, 애정, 은둔적인 삶 아니면 공적인 삶? 어떻게 나의 인생을 살 것인가? 욕망, 두려움, 고통, 질병, 슬픔은 무슨 의미를 갖는가? 나는 죽음과 어떤 관계에 있나? 이 인생이 지향점으로 삶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내게 아름다운 것이고, 내가 긍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내가 나의 삶에서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가치들은 무엇인가? 내게 행복은 무엇이고,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행복”, “의미” 따위는 대체 무엇인가?
대답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물음들을 다루어 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 그러한 물음들을 보유하고 숙고하는 공간 중 하나를 신학이 제공하며, 넓은 의미에서 치료 - 즉 철학도 제공한다. (...) 이러한 공간이 포괄적인 성찰 및 자아성찰에 개방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공간에서는 모든 활동들로부터 벗어나 사색함의 수동성이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철학이 역사적으로 고대 이래 계속 반복해서 지향점이 없는 시대일수록 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에 대해 분명한 이유를 제공한다. 철학이 제공하는 삶에 대한 도움은 치료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삶의 문제들을 가진 사람은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적어도 좁은 의미에서는, 즉 병리적인 이상이나 기능상의 이상을 배경으로 전제하는, 그 어휘의 근-현대적인 의미에서는 그러하다. 만약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면, 그것은 기껏해야 보살핌과 배려를 뜻하던 고대 그리스의 개념 therapeia과 같은 넓은 의미에서 일 것이다. (...) “영혼의 치유”(psyches iatreia)를 위한 배려가, 무조건 심리치료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일거리라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