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사회가 신분제 사회 내지 계급 사회라는 사실이야 익히 알았던 일. 작년 왕세자부부에 대한 테러기사를 접하고 머지않아 변화가 일어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http://philkant.tistory.com/entry/옥스포드-50주차) 정말 폭동이 일어났다. 윌리엄 왕자 결혼식을 전후에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과거에도 군중 폭동이 있었다지만, 글쎄.. 이번엔 좀 양상이 다르지 않나 싶다.
내가 보기엔 영국의 사정도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일찍부터 지배층이 평민들의 요구에 타협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해서 참혹한 혁명을 피해갈 수 있었던 나라. 그 덕에 최근까지도 일부 계층이 권력과 부의 상당 부분을 거머쥐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옥포시의 길을 걷다보면 거리에서 fish & chips로 한 끼를 해결하는 영국의 워킹 클래스들을 쉽게 발견한다.(Chips are cheap!) 평생 보들리안 도서관 출입조차 허용되지 않는 옥포시의 “타운”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일텐데 묘하게도 사회가 별 불만 표출 없이 잘 굴러가는 건 축구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우리 같으면 그런 시스템은 벌써 뒤집어졌을텐데..
왜 지역주민들에게 방화하고 그랬냐는 질문에 “그들은 부자들이고 부자들이 원인 제공자”라는 소녀의 서슴없는 대답이 듣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든다.
오늘 아침 읽은 우리나라 신문 기사가 더 그렇게 만든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이건희 회장일 것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는 정부정책을 사회주의로 폄하하고 낙제점으로 평가할 정도로 정치권력을 견제하는 힘까지 가지고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삼성그룹 지분은 0.5%에 불과하고, 가족 지분을 합해도 1%에 불과하다. 신격호 회장의 롯데그룹 지분은 0.05%이고, 가족들의 지분을 합해도 2.2%밖에 안 된다. 경제 권력은 자본으로부터 나오며, 주식회사의 경영권은 지분에서 나온다. 총수들의 지분이 극히 적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경제 권력과 경영권을 자본으로 견제하고 지분으로 도전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야 하고 또 외국에서는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재벌총수들의 경영권이 지분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장하성 칼럼] 경제 권력도 도전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