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에 따라 움직이는 수도 공동체다웠다. 5시 20분부터 기도와 묵상, 미사, 작업의 치열한 반복...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덕분에 그저 조용히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뻘쭘한 시간이 되기 쉬운 곳.
다들 잔디 깎고, 농약 치고 있고, 바로 밑의 작업장에서는 tacker로 "탁,탁, .." 하며 작업하는 소리에 나홀로 방콕하자니 갑자기 게으름뱅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니가 무슨 큰 대단한 깨우침을 얻겠다고 혼자 궁상이냐. 돌아가 본업에 충실하자!'
"아니 벌써 나가시게?" 수사님 왈.
"예, 혼자 쉬려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요"
"허, 그런 생각 필요 없는데.. 쉴 때는 잘 쉬기만 하면 되고, 밥 먹을 땐 밥만 잘 먹으면 되고.. 잠 잘 때도 잘 자기만 하면 되는 건데.. 하긴 근데 그게 쉽진 않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부처님 마지막 설법 "팔정도"의 가르침도 같은 내용 아니었던가?
짧은 수도원 체류의 마지막 날, 바로 내가 찾던 깨우침을 얻은 기분이다. 그것도 나보다 신체 나이상으로는 훨 어려보이시는 수사님으로부터.
나보다 나이 어리기는 독일 수사 친구 클레멘스도 마찬가지인데.. 수년 전, 십여년만에 다시 만난 그 친구는 눈빛이 초롱초롱한 게 영적인 포스마저 느껴졌었다. 시간과 더불어 초점을 잃어가는 우리네 눈망울과는 너무 달랐다!
Neurotheologist들이 뭐라 하든 물리학적 또는 생화학적 원인과는 별도로 영성이 지니는 진리 내지 진실성 그 자체를 부정하기란 어려운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