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104

칸트의 『덕론』은 타율의 윤리인가? - “덕의무” 개념에 관한 발전사적 연구를 중심으로 -

1. 『덕론』 이해의 어려움 󰡔도덕형이상학―덕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이하 󰡔덕론󰡕)는 칸트 윤리학의 마지막 저서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칸트는 전적으로 아프리오리하게 규정된 “순수 의지의 원리들과 이념들”을 탐구하는 도덕의 형이상학만이 “본래의 도덕철학”이라고 규정하고 그 필요성과 집필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바로 이 같은 이유만으로 보면 이 작품은 서양 윤리학의 한 축을 이루는 의무론적 윤리 이론의 정점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저서를 처음 접하는 칸트 연구자들은 통상 몇 가지 이유에서 혼란스러운 경험을 하게 된다. 첫째, 󰡔덕론󰡕은 󰡔정초󰡕나 󰡔실천이성비판󰡕 등을 통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칸트 윤리학 고유의 특징에 잘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Philosophical 2017.02.08

호소의 철학―칸트와 호모 히스토리쿠스

일반적으로 역사가는 역사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놓고 고민하지 않는다. 적어도 철학도가 보기에는 그렇다. 역사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헤로도토스가 그러했듯이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간의 활동들 가운데 기억에 남아 사라지지 않고 후세에 전해지기를 원하는 경험 사례들을 선택하여 기록으로 남기면 그만이다. 물론 그 기록의 대상들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록하는 자의 의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일 터이다. 헤로도토스는 그것을 “위대하고 놀라운 활동들”과 “불화의 원인” 즉 전쟁의 원인에서 찾았고, 후대의 역사가들 역시 오랫동안 그의 선례를 따랐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변하는 현상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질서나 원리적인 것을 찾는 데 관심을 가졌던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인간의 지적 활동의 산물인 역사에 대해 긍정..

Philosophical 2015.09.12

김석수교수의 “철학과 철학실천”을 듣고

개별 차원에서 철학실천을 선구한 사례들을 제외한다면,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철학상담이 이 땅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는 아직 채 십 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철학상담은 학계와 우리 사회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던지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철학상담 인구의 증가나 활동 영역의 다양성 확대 등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와 평행해서 내적인 실질적 논의의 심화 과정 역시 속도를 더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김석수교수(이하 “논자”)의 발표문은 철학상담이 그 동안 통과해 온 여정에 대한 자기 성찰적 진단이라는 의미에서 매우 시기 적절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자기 비판적 성찰은 성숙한 사고만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자는 철학상담(철학실천)의 내..

Philosophical 2015.05.28

샤를리 엡도와 표현(비판)의 자유 or 불필요한 독설

만약에 인식 행위가 전적으로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면, 즉 ‘총체적 오류’와 같은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내 자신의 인식도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자의 인식도 진위(眞僞)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안 된다. 총체적 오류란, 오류를 저지르는 자 스스로에 의해 도대체 더 이상 오류로서 파악될 수 없는, 말하자면 밀폐된hermetisch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 오류는 또한 항상 내 자신의 오류일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리를 인식했다고 여기는 나의 신념은 결국 다만 “많은 통찰을 획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꾸는 것”(인간 탐구, 34쪽), 즉 인식에 관한 환상 그 자체일 수 있다. 확신하려는 모든 시도는 따라서 실제로는 공허한 기도일 뿐일 것이고, 확실한 언명이란 전적으..

Philosophical 2015.01.11

물자체 (Ding an sich)

그림 출처: http://kd.htw-berlin.de/studienprojekte/editorial-und-corporate-design/logoentwicklung/ 1. 칸트는 공간, 시간, 지성 개념, 지성의 원칙 등은 오직 현상에 대해서만 타당성을 가지는 것들이라 한다. 1.1 그것들은 감각 대상들에 대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이다. 1.2 그것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상의 촉발로 인해 감관에 주어지는 감각 자료(내용)가 있어야 한다. 1.21 그리고 그 감각 자료의 근거, 즉 현상의 근거(이유, 원리)가 있어야 한다. 1.3 칸트는 감각 현상의 기초에 놓여 있어야 할, 즉 주관의 감관에 감각 표상을 야기할 대상을 “물자체”로 부른다. 1.4 일상적인 경험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물자체란 ..

Philosophical 2014.12.05

갈릴레이의 방법

그[갈릴레이]의 방법에서 본질적인 부분은 이러하다: 우리는 “물체가 그 내적 본성의 척도에 따라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척도에 따라 낙하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힘의 작용은 다중적일 수 있는데, 낙하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는 중력뿐 아니라 공기나 미끄럼틀, 바람 등의 마찰력 또는 주변 물체의 인력 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힘들의 집합체를 나누고 그 각각의 요소를 따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metodo resolutivo). 이제 연구 대상은, 그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대해 갖는 관계이다. 예컨대 낙하시간(t)이 낙하 거리(s)에 대해 갖는 관계이다. s와 t의 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은, 더 이상 연구자가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테제를 도출해..

Philosophical 2014.09.21

철학적 문제로서의 심신문제(mind body problem)

영혼 (또는 정신, 마음)과 신체 (또는 물체)의 구분은 철학적인 반성 활동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문제가 철학의 중심문제가 된 것은 데카르트에 와서라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 양자가 서로 구분되고 대립할 뿐 아니라 실재 세계의 전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았다. 그 이전 시대 (예컨대 고대)에도 영혼과 신체의 이분법은 존재했지만 배타적인 이분법은 아니었다. 애당초 양자의 구분이 문제가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신체, 즉 물체 가운데 생명이 있는 물체와 생명이 없는 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인간이 신체적인 죽음 이후에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것인지 하는 문제, 또는 연속성 내지 자기 동일성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도 그 계기를 마련했을 것처럼 보인..

Philosophical 2014.09.12

독일 통일 직후의 사상적 갈등과 구 동독(DDR) 철학

논문개요: 독일 통일 이후 독일인, 특히 구 동독 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삶의 영역과 관련하여 일어난 변화와 문제들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2차 대전의 종전 이후부터 재통일 이전까지의 동독 지역의 철학적 유산에 대한 적절한 평가 작업이 전제가 된다는 것이 본 논문의 출발점이다. 이 논문의 전반부는 먼저 기존의 자료를 바탕으로 구 동독 철학의 전개 과정을 정리하고, 재통일 이후 진행된 구 동독의 공식 철학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철학적 의의에 관한 논의를 요약하고 평가한다. 논문의 후반부는 1989년 동독의 실질적인 붕괴 이후 같은 지역에서 가치관이나 세계관의 차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몇몇 구체적인 문제 사례들로서, 철학 관련 제도의 구조 조정 및 과거 청산 작업을 둘러싼 논쟁, 유사 종교 단체들의 문제, ..

Philosophical 2014.02.28

판단력비판(Kritik der Urteilskraft, 1790) 강독

1. 판단력비판은 어떤 작품인가? (영향사) - F. 쉴러(1791.3.3. 친구 쾨르너에게 보낸 서한): “내가 요즘 무엇을 읽고 있는지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 자네는 모를 걸세. 바로 칸트일세. 칸트의 판단력 비판을 구입해 읽고 있는데 그 명쾌하고 풍요로운 내용이 나를 매혹시켜 점점 더 그의 철학 속으로 나를 빠져들게 하고 있다네. 이성비판과 같은 철학적 체계들은 별로 친숙치도 않고 또 너무 어려워 시간을 빼앗아 가지만, 나 자신이 이미 미학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 보았고 또 많은 경험도 있기에 판단력 비판은 훨씬 쉽게 읽고 있지. 간단히 말하면 KU는 내가 오르지 못할 산이 아니라는 거지.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좀 더 세심하게 연구해 보고자 하네.” (1792.1.1. 같은 이에게): “나는 요즘..

Philosophical 201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