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sophical 104

로크와 칸트의 소유 이론 – 자연의 법으로부터 자유의 법으로

【논문개요】이 논문은 칸트 소유권 이론의 이념사적 배경을 다룬다. 주지하다시피, 어떻게 외적인 나의 것과 너의 것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근대철학 고유의 물음은 아니다. 이것은 시민 사회 내지 정치 사회에 대한, 그리고 특히 합법적인 국제 관계에 대한 철학적 정초 작업과 원리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온 물음이기 때문이다.로크와 칸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 철학사에서 소유권 이론에 근본적으로 새로운 차원의 접근을 마련해준 주요 사상가들이라 할 수 있다. 로크의 노동설이 모든 자립적인 개인들의 외부 사물에 대한 권한을 제도적으로 확립해 준 경험주의적 기도(企圖)였다고 한다면, 칸트의 이성법적인 정당화 작업은 그것을 모든 독단적―신앙적이든 정치적이든―전제들로부터 해방시켰다.여기서는 로크 노동설의 주요 특징..

Philosophical 2013.12.19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강독 저서 소개 칸트의 제 2 비판서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덜 읽히고 있는 저서. 그 원인은 아마도 가 더 분량이 적고, 꼭 전문 칸트 철학 지식이 없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특히 1, 2 부). 그러나 와 은 많은 내용에서 서로 중복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에서만 다뤄지는 문제들이 있다. 주석서는 Lewis White Beck의 것이 거의 유일함. 벡은 이 작품이 다른 칸트의 저서들보다 간결한 문체로 쉽고 명확하게 써졌다고 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심이 가는 부분임. 그는 또 이 작품은 단 기간에 집필되었기 때문에 에서와 같은 소위 “patch-work”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함. 의 성립 순수한 실천철학의 원리를 확립하려는 칸트의 의도는, 1760년대부터 도덕의 형이상학을 집필하겠..

Philosophical 2013.12.07

인문학과 법의 정신

책을 내며 사람은 살아가면서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법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우리 자신의 공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타인이나 사물들과의 관계를 명료하게 규정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도 기실은 인간이 타인과 법적 조건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뜻한다. 현대의 저명한 법사상가 드워킨(R. Dworkin)은, 법은 인간이 현실에서 살아가기 위한 “칼과 방패”이고, 인간은 “법의 제국의 신하이며 법의 방법과 이념의 신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은 어떠한가? 우리가 매일 대하는 언론의 보도기사나 인터넷 댓글들은 일반인들이 법에 대해 참담할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Philosophical 2013.05.09

Panopticon, CCTV, Privacy 그리고 국민참여경선제

언제부터인가 윤리 수업의 발표가 예전 같지 않아 뭐가 문제인가 했더니 … 충대에서 첫 강의하던 90년대와 달리 요즘엔 주제 발표 수업이 많아졌다는 게 그 원인이라고 나름 결론 내리게 되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신선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 수강 학생들 말 들어보니 이제는 다른 수업에서도 발표식 토론 수업이 일반화 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중복되는 주제도 많아졌고 … 암튼 일종의 매너리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철학 수업에 발표 토론이야 당연한 거니 권장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긍정적이기만 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발표 내용이 거의 인터넷에서 취한 자료에 의존한다는 것. IT시대, 빅데이터 시대에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는 거야 불가피한 선택이겠다...

Philosophical 2012.06.21

행복 - 오래된 아포리아에서 두뇌과학의 영역으로? 슈테판 클라인의 『행복의 공식』(김영옥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2006)을 읽고

『행복의 공식』(Die Glücksformel oder Wie die guten Gefühle entstehen, Reinbek bei Hamburg: Rowohlt Verlag, 82002)의 저자 슈테판 클라인(Stefan Klein)은 철학, 물리학, 두뇌과학, 사회학 등을 공부하고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독일 뮌헨 출신의 학술저널리스트이다. 『행복의 공식』은 그의 또 다른 작품 『우연의 법칙』과 더불어 그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전문 지식을 대중들에게 다가가게 만든 탁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이 책은 단순히 대중의 눈높이를 좇아서 통속성만을 추구하는 여느 책들, 예컨대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이른바 “자기계발서”..

Philosophical 2012.01.26

아리스토텔레스와 노예, 그리고 장문의 각주

전에 블로그 초기화면으로 쓰던 렘브란트의 “the Philosopher in Meditation”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이었다. 그저 렘브란트 특유의 은은한 색조와 명암이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옥포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읽다 보니 갑자기 이 그림이 다시 떠올랐고, 전엔 안 보였던 게 보였다. 바로 오른 쪽 밑 어둠 속 희미한 그림자처럼 쭈그리고 앉아 벽난로인 듯한 곳에 불씨를 고르고 있는 존재! 그래, 그림 중앙의 철학자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존재는 그가 philosophieren 내지 theorein할 수 있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상의 노동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었던 자, 그렇다 그의 노예였던 것이다! ..

Philosophical 2011.12.26

판사님과 SNS

 “몇몇 판사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정치적[?]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 “계몽을 위해서는 자유만이 필요하다. 이때의 자유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 가운데에서도 가장 해가 없는 자유인데,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곳에서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라!’(räsonniert nicht!)는 소리를 듣는다. 장교는 ‘따지지 말고 훈련이나 하라!’고 말하고, 세무공무원은 ‘따지지 말고 세금이나 납부하라!’고 한다. 또 성직자는 ‘따지지 말고 그저 믿기만 하라!’고 소리친다. … 도처에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제한..

Philosophical 2011.12.03

당신 삶의 가치 - 존 브룸 (옥스포드대 철학 전공)

"What is your life worth?", in: Daedalus, 137 (2008), pp. 49–-56 중에서 당신의 삶(생명)은 당신에게 어떤 가치를 가지는가? 이 질문으로 내가 의미하는 것은, 만일 당신이 죽는다면 무엇을 잃게 되는가 하는 것이고, 이것은 다시 뒤집어 말하면 당신이 계속해서 살 경우에는 무엇을 얻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이 “모든 것”(everything)이라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생명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셈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에피쿠로스는 정반대로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라고 대답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죽음이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믿음에 익숙해지도록 하라. 왜냐하면 모든 좋고 나쁨은 감각에 있는데, 죽으면 감각..

Philosophical 2010.10.18

The Dogma Delusion: 과학과 종교의 갈등은 왜곡?

THE Article ("The dogma delusion" by Matthew Reisz) 번역요약 http://www.timeshighereducation.co.uk/story.asp?sectioncode=26&storycode=413553 과학과 종교 간의 '전쟁'이라는 개념은 미디어-친화적이긴 하지만 신, 신앙, 의심 등에 관한 다양하고 미묘한 관점들을 묘사하기에는 매우 부정확한 모델이다. "Arik"은 미국 한 대학의 물리학자이다. 그는 ... 종교를 "지적 테러리즘"이나 이제 자신이 그것의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바이러스"쯤으로 간주한다. 또 자신의 아이들이 "신에 대한 믿음이 정신적 허약함의 한 형태라는 사실을 철저하게 이해한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에게 종교는 마지못해서라도 존경해줘야..

Philosophical 2010.10.10

정의(正義)가 전부인 사회

지난 여름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가 최장기 베스트 셀러를 기록했다더니 MB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핵심가치로 ‘공정 사회’를 제시했다 한다. 샌델의 책은 아직 읽어 볼 기회는 없었지만 목차만 보아서도 베스트셀러가 될만큼 쉬운 책 같지는 않은데 참 희한한 일이다. 워낙 커다란 기업형 출판사가 출판한 책이라 특별한 매출 전략이라도 동원됐었나? 암튼 요즘 같은 세태에 철학 관련 책이 그것도 왕초보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닌 책이 많이 팔렸다는 사실은 (책이 팔려 나가는 거하고, 그 책들이 읽히는가 또 읽힌 책이 이해되는가하고는 별개의 문제지만) 좋은 일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공정사회"란 "사정이..

Philosophical 201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