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57

인문학 진흥법 논의를 바라보며

실무 담당자의 이틀에 걸친 설득 전화에 마지못해 응한 작업이었지만 이 정도 내용의 발표도 수용 못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행사라면 그에 대한 책임은 응했던 내 판단 착오에 있었던 것 같다. 언제나 나잇값을 하려나? 인문학 진흥법 제안에 대한 소견 위기의 발단 혹은 성격 여전히 “인문학의 고사위기” 운운하는 일은 이제 충분히 식상한 감이 없지 않다. 인문학 종사자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던 시기가 인류 역사에 있었는지를 도통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혹시 소크라테스가 활동했던 고대 아테네 시대? 그러나 플라톤의 『국가』편은 철학자들이 얼마나 사회에 무용한 인간 부류인지를 너무도 단도직입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지 않은가? 아데이만토스는 소크라테스에게 말한다. “철학의 열렬한 애호자들이 그 학문을 젊은 시..

Miscellaneous/etc. 2015.02.17

샤를리 엡도와 표현(비판)의 자유 or 불필요한 독설

만약에 인식 행위가 전적으로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면, 즉 ‘총체적 오류’와 같은 것이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면, 내 자신의 인식도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자의 인식도 진위(眞僞)에 관한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안 된다. 총체적 오류란, 오류를 저지르는 자 스스로에 의해 도대체 더 이상 오류로서 파악될 수 없는, 말하자면 밀폐된hermetisch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총체적 오류는 또한 항상 내 자신의 오류일 수 있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리를 인식했다고 여기는 나의 신념은 결국 다만 “많은 통찰을 획득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꿈꾸는 것”(인간 탐구, 34쪽), 즉 인식에 관한 환상 그 자체일 수 있다. 확신하려는 모든 시도는 따라서 실제로는 공허한 기도일 뿐일 것이고, 확실한 언명이란 전적으..

Philosophical 2015.01.11

물자체 (Ding an sich)

그림 출처: http://kd.htw-berlin.de/studienprojekte/editorial-und-corporate-design/logoentwicklung/ 1. 칸트는 공간, 시간, 지성 개념, 지성의 원칙 등은 오직 현상에 대해서만 타당성을 가지는 것들이라 한다. 1.1 그것들은 감각 대상들에 대한 인식을 가능케 하는 요소들이다. 1.2 그것들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대상의 촉발로 인해 감관에 주어지는 감각 자료(내용)가 있어야 한다. 1.21 그리고 그 감각 자료의 근거, 즉 현상의 근거(이유, 원리)가 있어야 한다. 1.3 칸트는 감각 현상의 기초에 놓여 있어야 할, 즉 주관의 감관에 감각 표상을 야기할 대상을 “물자체”로 부른다. 1.4 일상적인 경험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물자체란 ..

Philosophical 2014.12.05

갈릴레이의 방법

그[갈릴레이]의 방법에서 본질적인 부분은 이러하다: 우리는 “물체가 그 내적 본성의 척도에 따라 낙하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척도에 따라 낙하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힘의 작용은 다중적일 수 있는데, 낙하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에는 중력뿐 아니라 공기나 미끄럼틀, 바람 등의 마찰력 또는 주변 물체의 인력 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힘들의 집합체를 나누고 그 각각의 요소를 따로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metodo resolutivo). 이제 연구 대상은, 그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대해 갖는 관계이다. 예컨대 낙하시간(t)이 낙하 거리(s)에 대해 갖는 관계이다. s와 t의 관계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은, 더 이상 연구자가 그것으로부터 자신의 테제를 도출해..

Philosophical 2014.09.21

철학적 문제로서의 심신문제(mind body problem)

영혼 (또는 정신, 마음)과 신체 (또는 물체)의 구분은 철학적인 반성 활동보다도 오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문제가 철학의 중심문제가 된 것은 데카르트에 와서라고 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 양자가 서로 구분되고 대립할 뿐 아니라 실재 세계의 전체를 이루는 것으로 보았다. 그 이전 시대 (예컨대 고대)에도 영혼과 신체의 이분법은 존재했지만 배타적인 이분법은 아니었다. 애당초 양자의 구분이 문제가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신체, 즉 물체 가운데 생명이 있는 물체와 생명이 없는 물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인간이 신체적인 죽음 이후에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하게 될 것인지 하는 문제, 또는 연속성 내지 자기 동일성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도 그 계기를 마련했을 것처럼 보인..

Philosophical 2014.09.12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컴퓨터

'뚜껑 열린다'는 속어의 뜻을 찾아보니 … “냄비 속의 물이 열을 과도하게 받으면 끓어올라서 내용물이 넘치면서 냄비 뚜껑이 열리는 현상을 사람에게 적용시켜 … 사람이 열을 받으면 머리에서 열이 팍팍 솟구치는 걸 비유해서 만든” 표현이란다. “일반적으로 그냥 '화가 난다'라는 표현보다는 이 '뚜껑 열린다'는 표현이 임팩트가 더 강하다”고. 요새 내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보면 이 “뚜껑 열리는” 경험을 한 나절에도 수차례씩 경험한다. 벌써 두어 달 전부터 컴 사용 도중 날짜가 초기화되어 인터넷 검색 작업이 차단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미 배터리를 두 번이나 교체하고, 부팅 시 바이오스도 다시 세팅해보고, 기판도 갈아보고 했는데 요지부동. 컴은 어느새 다시 ‘리셋’되고 마니 그야말로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톰 ..

Miscellaneous/etc. 201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