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5

슬픔의 해부학 또는 지형학?

슬퍼할 때 나는 무엇보다 먼저 ‘나의 훌륭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명제를 냉정하게 받아들인 다음 슬퍼하기 시작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다. 그처럼 끔찍한 사건에 대한 실제적인 완전한 인정이 격동이다. 앞에서 묘사하는 그대로 말이다. 즉, 가슴에 못을 박는 것 같은 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현상(appearance)이 거기에 앉아 ‘그러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하고 묻는 것이다. 비록 여전히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건강을 회복한 엄마의 모습이 또한 거기에 앉아 있었다. 만약 죽음의 이미지를 수용하려고 가까이 가면, 만약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면, 바로 그 순간에, 바로 그러한 인지적 행위 자체 속에서 나는 세상의 못을 내 가슴에 박게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음의 격동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격..

카테고리 없음 2024.08.30

철학상담사의 조건

감동시키는 자가 젊은이를 얻는다. … 스스로 감동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감동시킨다. … 감동을 주지 않는 것 … 사실들, 팩트들, 정보들, 인식들, 지식, 어떻게에 대한 질문들, 숫자들의 형태로 제시되는 설명들 … . 젊은이들과 함께 철학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에 대해 그들에게 강의할 필요가 없다. 젊은이들은 그들과 말하고 있는 네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네게서 알고 싶어 한다. 그러니까 철학자나 철학에 대해 말하지 말고 철학자로서 그들에게 말하라. 만약 네가 그것을 원치 않거나 할 수 없다면, 가서 너 같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라, 왜냐하면 거기서 너는 항상 잘 대접받고 … 안전하기 때문이다. … 이제 사람들은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누가 여전히 교사인가? 우리가 철학자라고? 그건..

Philo-counseling 2024.08.26

곤경 없음의 곤경(Not der Notlosigkeit)

"Not der Notlosigkeit" 같은 류의 말장난으로 하이데거만큼 재미를 본 철학자가 또 있을까?그이의 과거 행적이야 탓할 수 있고 또 탓해 마땅하겠으나 - 국내에서 "Heil Degger!"를 외치는 사람들 생각은 다를 수 있긴 하겠다 - , 그가 보여준, 시대 분위기에 대한 인문학적 감수성만큼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철학상담 수업에서 난감하게 여겨지곤 하는 부분은, 나이나 인생 경험에 비해 너무 버거운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실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학생들에게는 대체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하는가이다. 아니, 문제가 없다는 게 어째서 문제란 말인가? 모든 일들이 다 잘 풀리고 주변 상황이 어려움 없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얘기 아닌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전공 과목을 ..

Philo-counseling 2024.08.12

"언제나"(Immer) von Robert Gernhard

"성공"에 대한 중독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인정을 받기 위해 항상 모든 것을 올바르게 만들려 했고, [지금까지는] 낙타처럼 모든 바늘귀를 통과해 빠져나왔는데, 천국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가 미리 엿보았던 직책을 낚아채기 위해서 였다. 줏대를 보여 줄 용기를 결코 찾지 못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성격으로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사람, 똑바로 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사람, 자신의 말을 지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을 사람, 신뢰성을 오래된 문구로 간주하고 정직성을 매우 구식인 이데올로기로 간주하는 사람,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하기 위해, 함께 거기에 있기 위해, 거기에 머물기 위해, 해고되지 않고 관계가 끊기지 않..

Philo-counseling 2024.08.07

아헨바흐가 말하는 "경청"

단순한 듣기는 자연의 선물인 반면에 경청할 수 있음은 소수만이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나 저절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능력으로서 습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라 로슈푸코(La Rochefoucauld)는 대화에서 분별 있고 호감 가는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말해질 것에 대해서보다는 (자신이) 말하려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나는 이제 기껏해야 이러한 경청하기가 이미 누군가가 말했듯이 길고도 깊은 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그러니까 때때로 철학상담에서 한 손님이,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야기하며 보고한 후에 나에게 "그런데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군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 ..

Philo-counseling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