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84

Peter B. Raabe, "세상을 구했으나 자신은 구할 수 없었던 남자"

만일 철학상담이 없다면, 철학자들이 실천하는 어떤 것이라는 고대철학자들의 철학 개념은 이제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철학자들이 철학을 가르쳐 온 것은 맞지만, 자신들의 분야에서 과거부터 실천해왔던 것들 [상당 부분]을 수세기 전부터 생물학자, 천문학자, 의사 등과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 체계적으로 주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이 잘못된 관대함의 가장 최근 사례, 아마도 씁쓸한 사례는 철학자들이 철학실천을 심리치료사들에게 넘겨버린 것이리라. 하지만 대체 심리치료가 철학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렇단 말인가? 나는 어째서 만일 철학상담이 없다면, 철학자들이 실천하는 어떤 것이라는 고대의 철학 개념이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대학, 심지어 몇몇 고등학교에서도 실천되고 있는 것은..

Philo-counseling 2017.03.02

상담과 심리치료에서 철학의 역할- 한국어판 서문

한국어판 서문 2001년에 『철학상담의 이론과 실제』(시그마 프레스, 2010)라는 나의 저서가 출판된 이래, 이른바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일에서 아주 점진적이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통상적으로 약물에 의한 치료가 행해지던 영역에서 뚜렷한 진보가 일어나게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진전 중 하나는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 제공자들이 모든 정신적 괴로움을 의학적 모델이라고 불리는 것에 따라 치료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마지못해나마 인정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정신적인 고통을 겨냥한 약물 조제 유행은 북아메리카에서, 특히 우울증에 대한 치료에서 제약회사들에 의해 여전히 장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중들은 상업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대화치료”가 의약..

Philo-counseling 2016.07.31

김선희 지음, "철학상담.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대화"를 읽고

개별 차원에서 철학실천을 선구한 사례들을 제외한다면,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철학상담이 이 땅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지는 아직 채 십 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철학상담은 학계와 우리 사회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던지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철학상담 인구의 증가나 활동 영역의 다양성 확대 등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와 평행해서 내적인 실질적 논의의 심화 과정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가 『철학상담. 나의 가치를 찾아가는 대화』 (아카넷, 2015)이다. 저자 김선희교수는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의 전신인 철학상담연구회의 창립 멤버로서 또 학회의 연구이사로서, 그리고 철학상담전문가로서 철학상담이 국내에 소개되고 자리를 잡는 과정에 밑거름..

Philo-counseling 2016.07.06

상담과 심리치료에서 철학의 역할

Peter B. Raabe, Philosophy's Role in Counseling and Psychotherapy, 252ff. 요약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철학 상담에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가 존재한다. 1. 상담사는 내담자가 원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성취 가능하며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성취하도록 도와야 한다. 2. 내담자는 대부분 정서적 곤경 상황이나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다. 3. 내담자가 항상 그 고통의 원인을 분명하게 진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담사는 먼저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문제를 분명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articulate) 일은 하나의 뒤얽힌 실타래를 풀어 나아가는..

Philo-counseling 2014.04.19

DSM-5판의 문제점들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DSM) 5판의 출판에 즈음한 지 (2013. 5. 18) 기사 소개 http://www.economist.com/news/science-and-technology/21578024-american-psychiatric-associations-latest-diagnostic-manual-remains-flawed?fsrc=nlw|hig|5-16-2013|5722602|131677817|AP 미국 정신의학회(The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APA)가 정신 질환 분류를 위해 펴낸 진단 매뉴얼 최신판에 여전히 결함이 많다는 기사 정신 질환에 관한 기술(記..

Philo-counseling 2013.05.17

젠더와 철학상담: 피터 라베를 중심으로

상담 영역에서도 성별(gender)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점점 더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현대의 상담 종사자들 가운데 성별이 상담 과정이나 결과에 “실제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성별을 반영하는 철학상담의 필요성에 주목한 피터 라베의 글 「여성처럼 말하기/남성처럼 경청하기」를 중심으로 철학상담 분야의 내담자-상담사 관계에서 성별이 내포하는 문제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논의의 순서와 그 대체적인 내용은 라베의 글에 따르되 필요한 경우 다른 저자들의 논거나 예시를 보충하고자 한다. 이 글의 의도는 철학상담이 성별 편견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의 물음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상담 과정에서 성별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부각시킴으로써 철학상담 회기에서..

Philo-counseling 2013.03.24

힐링 마케팅 시대, 상담을 다시 생각하다

요즘처럼 출판계나 대중매체에서 이른바 “힐링”이나 정서적 치유, “멘토링” 같은 주제가 대세를 구가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언제부터인가 마치 우리 주변에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celebrity들로 넘쳐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TV 앞에 있다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들이 눈물을 쏟으며 아픔을 호소하고, 심지어 자살 소식도 너무 자주 접하게 된다. 어디 그들뿐인가? 주변의 평범한 아이나 부모, 학생이나 선생, 남편이나 아내 들의 남모를 아픔, 고민, 무능력이 거의 아무런 여과 없이 전파를 타기도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으레 상담전문가 내지 유능한 멘토들이 등장하여 전문 상담이론에 입각한 진단을 제시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즉문즉답”과 같은 신비롭고 명쾌한 쾌도난마식 조언이 베풀어지기도 한..

Philo-counseling 2013.02.12

우울증 치료제는 플라시보 효과보다 나을 게 없나?(Treating Depression: Is there a placebo effect?)

라베(Peter B. Raabe) 선생 홈피에 들렀다가 퍼온 동영상.우울증의 원인은 세로토닌과 같은 뇌화학물질의 이상이 아닐 수도 있다니.. 이윤 추구하는 제약회사야 그렇다 쳐도 전문가들은 양심을 지켜야 할텐데..    (CBS News) Do antidepressants work? Since the introduction of Prozac in the 1980s, prescriptions for antidepressants have soared 400 percent, with 17 million Americans currently taking some form of the drug. But how much good is the medication itself doing? “The difference b..

Philo-counseling 201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