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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와 노예, 그리고 장문의 각주

전에 블로그 초기화면으로 쓰던 렘브란트의 “the Philosopher in Meditation”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 아리스토텔레스 때문이었다. 그저 렘브란트 특유의 은은한 색조와 명암이 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옥포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을 읽다 보니 갑자기 이 그림이 다시 떠올랐고, 전엔 안 보였던 게 보였다. 바로 오른 쪽 밑 어둠 속 희미한 그림자처럼 쭈그리고 앉아 벽난로인 듯한 곳에 불씨를 고르고 있는 존재! 그래, 그림 중앙의 철학자는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간과했던 존재는 그가 philosophieren 내지 theorein할 수 있게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상의 노동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었던 자, 그렇다 그의 노예였던 것이다! ..

Philosophical 2011.12.26

판사님과 SNS

 “몇몇 판사가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정치적[?]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계몽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렸다. 아주 자연스럽게 … “계몽을 위해서는 자유만이 필요하다. 이때의 자유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 가운데에서도 가장 해가 없는 자유인데,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곳에서 ‘이성적으로 따지지 말라!’(räsonniert nicht!)는 소리를 듣는다. 장교는 ‘따지지 말고 훈련이나 하라!’고 말하고, 세무공무원은 ‘따지지 말고 세금이나 납부하라!’고 한다. 또 성직자는 ‘따지지 말고 그저 믿기만 하라!’고 소리친다. … 도처에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제한..

Philosophical 2011.12.03

The Washington Post의 철학상담 관련 기사

http://www.washingtonpost.com/lifestyle/style/2011/08/18/gIQA7yxNXJ_story.html ‘위대한 사상가들의 지혜에 당신의 고민을 맡기세요.’ 미국에서 철학 지식을 활용해 이혼과 실직 등으로 마음의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철학 카운슬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보도했다. 이들 철학 카운슬러는 삶의 본질을 탐구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나 존재의 문제를 파고든 하이데거의 현상학 등 심오한 철학을 넘나들면서도 ‘지적인 인생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국 36개 주(州)와 세계 20개국에서 300여명의 철학 카운슬러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

Philo-counseling 2011.11.11

Daylight Robbery - 그리스 사태

"In Greece, even the dead often receive monthly pension payments" 작년 봄, 아테네 지하철 역에서 티켓을 건네던 직원은 내게 이렇게 신신 당부했다. "불행히도 요즘엔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지하철 안에선 가방 절대 조심해야 해요! 이렇게 가슴 쪽으로 끌어 안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털립니다. 아시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지하철에 타자 마자 순식간에 시커먼 덩치들이 우릴 에워쌓다. 불과 몇 정거장도 안 지나 도착한 목적지에서 하차해 보니 ... 결국 핸폰 하나가 없어졌다! 그나마 지갑은 온전했으니 다행이라 해야할지, ㅎ.. 한때 찬란한 학문과 예술을 꽃피웠던 민족이 어쩌다가 세계의 골칫거리 신세가 되었을까? FAZ 기사를 보니 권력은 권력대로,..

Miscellaneous/etc. 2011.11.04

Memento mori ! (펌)

아래 말들의 출처가 정말 잡스 본인이라면, 이 사람은 단순한 기계쟁이는 아니었던 것 같네요. 어설픈 인문학도도 당근 아니었고... 기업 장사치와는 가장 먼 인물이고... 15번이 특히... 출처: http://blog.naver.com/worldrealtor/120141986610 제목: Steve Jobs 가 남기고간 명언들 아담과 이브의 사과는 인류를 바꾼 사과이고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바꾼 사과이고 스티븐 잡스의 사과는 문화를 바꾼 사과라고말한다. 어떤이는 다 빈치. 에디슨 그리고 잡스를 인류 3대 천재라고도한다 지요. 사생아로 태어나서 파란만장하고 격열한 56년의 인생을 살다간 잡스가 남긴 말들을 모아 짚어본다 . 비록삼성과 소송등으로 시끄럽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잡스의 명복을 빌며 극락왕생하길 ..

Miscellaneous/etc. 2011.10.14

전문가의 시대에 넘쳐나는 전문성의 횡포 또는 무개념

최근 저녁 티비 앞에서 여기저기 채널을 검색하다가 ebs의 묘한 프로 두 가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교육방송을 자주 보는 편이니 굳이 ebs 애시청자(?)라면 애시청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들은 좀 아니다 싶은 게, 보는 내내 맘이 편칠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끝까지 보고 말았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시리즈물일 터, 앞으로도 후속편을 더 보게 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달라졌어요”라는 두 프로였는데, 한 프로에는 “…”에 “남편”, 다른 하나는 “선생님”이 들어가는 프로였다. 이들 프로를 처음 봤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건 한 상업방송사에서 내보내고 있는 비슷한 제목의 프로였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우아달)인가 하는. 평소 정상이라 보기 어려운 ..

Philo-counseling 2011.09.18

영국 - 계급사회의 종말로 가나?

영국사회가 신분제 사회 내지 계급 사회라는 사실이야 익히 알았던 일. 작년 왕세자부부에 대한 테러기사를 접하고 머지않아 변화가 일어날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는데,(http://philkant.tistory.com/entry/옥스포드-50주차) 정말 폭동이 일어났다. 윌리엄 왕자 결혼식을 전후에 일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과거에도 군중 폭동이 있었다지만, 글쎄.. 이번엔 좀 양상이 다르지 않나 싶다. 내가 보기엔 영국의 사정도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만하다. 일찍부터 지배층이 평민들의 요구에 타협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양보해서 참혹한 혁명을 피해갈 수 있었던 나라. 그 덕에 최근까지도 일부 계층이 권력과 부의 상당 부분을 거머쥐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Duke of Westminster Ge..

Miscellaneous/etc. 2011.08.12

지리산

꼭 26년만에 다시 가 본 지리산. 변한 것도 있고 그대로인 것도 있고.. 법계사 법계사 → 천왕봉 천왕봉 → 장터목 천왕봉 → 장터목 장터목. 더 크고 잘 지어진 대피소. 도착하자 마자 환경친화적 화장실 냄새가 인상적으로 반겨준 곳. 장터목 → 세석에서 바라본 천왕봉 세석 대피소 세석에 사는 나방 세석의 달밤(Robert 작품) 세석 → 거림 세석 → 거림 거림 계곡 등산로 끝의 거림 마을 천왕봉의 view of surrounding

Miscellaneous/Image 2011.07.08

Ora et labora 기도하고 일하라!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기도하고 일하라"는 모토에 따라 움직이는 수도 공동체다웠다. 5시 20분부터 기도와 묵상, 미사, 작업의 치열한 반복... 바쁘게 돌아가는 일과 덕분에 그저 조용히 머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뻘쭘한 시간이 되기 쉬운 곳. 다들 잔디 깎고, 농약 치고 있고, 바로 밑의 작업장에서는 tacker로 "탁,탁, .." 하며 작업하는 소리에 나홀로 방콕하자니 갑자기 게으름뱅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니가 무슨 큰 대단한 깨우침을 얻겠다고 혼자 궁상이냐. 돌아가 본업에 충실하자!' "아니 벌써 나가시게?" 수사님 왈. "예, 혼자 쉬려니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요" "허, 그런 생각 필요 없는데.. 쉴 때는 잘 쉬기만 하면 되고, 밥 먹을 땐 밥만 잘 먹으면 되고.. 잠 잘 때도 ..

Miscellaneous/etc. 201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