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o-counseling 73

노화의 시간관과 서사적 정체성

노화의 과정이 출생 이후의 시간[연령]에 의해서만 측정될 수는 없다. 삶의 변화와 그것에 대한 시간적 해석도 생명을 지닌 것이며, 이 같은 시간의 내적 차원도 인간의 노화에서 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 차이는 Heidegger(1996)가 사실성(Tatsächlichkeit; factuality)과 현사실성(Faktizität; facticity)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의 구별과 관련이 있다. 전자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여러 특성들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역사적 맥락 안에서 몸으로 태어나며, 성별, 체중, 피부색 또는 나이 등과 같은, 특정한 특성들을 필연적으로 가지게 된다. 또 가족, 문화, 교육, 사회 경제적 상황 또는 건강 관리에 대한 접근성 등, 다양한 배경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이러한 특성들..

Philo-counseling 2022.08.03

노년의 의존성과 수동성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한다는 것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특징이다. 인간은 신체를 통해 존재하며 사회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노년기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필연적으로 상호의존적이다. 인간은 본성상 한계가 있고 취약하며 사회적 관계를 필요로 하므로 스스로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고 타인의 도움과 지지와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존성은 심리, 감정, 의료, 경제, 정치, 기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분업이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사회에서 개인은 여러 영역에서 특히 타인에게 의존한다(Fine and Glendinning 2005, 604, 612). 이러한 맥락에서 삶은 긴밀한 상호의존적인 네트워크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에서 타인과 공유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따라서 다른..

Philo-counseling 2022.08.01

노년의 성장 잠재력

노년에 다가갈수록 무엇보다도 신체적 취약성, 부분적으로는 인지적 취약성이 점점 더 분명해진다. 또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성이 강화되어, 한계 상황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삶이 무엇을 산출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도 창의적인 잠재력이 드러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지상의 존재를 넘어선 더 포괄적인 관계(references)에 대한 질문이 점점 더 시급해진다는 가정을 정당화한다. 이것은 많은 노인들의 경험을 결정짓는 두 가지 주제에 관련된다. “나는 내 지식의 일부를 다음 세대에 어느 정도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나는 앞으로 다가올 세월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제4 시기를 장기요양의 관점보다 오히려 (상당히 ..

Philo-counseling 2022.07.18

치매 - 의료화와 방치의 문화를 넘어서

Kitwood는 치매 환자의 “온전한 인간성” (full humanity)을 인정하기 위해 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데 목표를 두었다. … 그는 자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는 있지만 치매 진행 과정 안에서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유지했다. 이 견해의 핵심은 치매가 진행되는 동안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 의해 한 사람(자아)으로서 평가된다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치매에 대한 인습적인 접근은 ‘ … 의학에 기초하고, 결핍-중심적이며, 치료와 관련해서는 허무주의적’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그 결과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을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된다(marginalise). … 일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모든 것이 개별 뇌 세포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착된다"고 여기는 것은 터무니없..

Philo-counseling 2022.07.14

노년의 수수께끼 vs 중년의 수수께끼

내 아버지에 관한 기억. 일흔여덟 번째 생일을 넘기실 무렵 아버지는 늙어 보이셨다. 서 계실 때의 신장이 5.2피트에 불과했고, 초라하고 연약한 체격에 불안정해 보이셨다. 대머리 위로 가느다란 머릿결을 빗겨 넘기셨다. 얼굴 위로는 작은 주름이 가로질러 뻗어 있었다. 남들보다 두드러진 체격을 가진 적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노년에 더 움츠러들었고 해가 갈수록 점점 더 볼록해지셨다. 무더운 8월의 어느 날 오후, Dupont Circle로 가는 길에 아버지와 함께 탔던 붐비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내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버스가 코너를 돌자 승객들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렸다. 바로 그때였다. 한 젊은 남자가 아버지를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미소를 지으면서 아버지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했다. 나는 ..

Philo-counseling 2022.07.07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4(P.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3. Marcus Aurelius and Epictetus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의 본질은 에픽테토스에서 나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쿠스가 글을 쓰는 방법을 통해 명상록이라는 문학 장르 개념을 처음 얻게 된 것은 에픽테토스로부터였을 것이다. “이것들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명상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매일 명상하고, 글로 쓰고 그들 자신을 훈련시키기 위해 그것들을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들이 밤낮으로 당신에게 가까이있게 하라. 그것들을 쓰고 다시 읽어라; 네 자신과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라.” ‘자신과 하는 대화’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있어온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자신을 훈계하는 오디세우스를 묘사하는 호머의 글을 떠올릴 수 있다: “힘내라, 나의 심..

Philo-counseling 2022.06.0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3(P.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2.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시대에 스토아 학파 문제의 가장 큰 권위자는 에픽테토스였다. 에픽테토스는 네로가 노예에서 해방시켜 준 한 사람인 에파프로디토스(Tiberius Claudius Epaphroditus)의 노예였으며, 스토아 학파 무소니우스 루푸스(Musonius Rufus)의 수업을 들었다. 나중에 에픽테토스가 에파프로디토스에 의해 풀려났을 때, 그는 로마에 철학 학교를 열었다. 서기 93-4년, 에픽테토스는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로마와 이탈리아에서 철학자들을 추방한 칙령의 희생양이 되었고, 그는 에피루스의 니코폴리스(Nicopolis)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또 다른 학교를 열었는데, 그곳에서 그의 정규 학생 중 한 명은 미래의 공직자이자 역사가 니코메디아의 아리아노스(Lu..

Philo-counseling 2022.06.0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P.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비관적인 발언들이 이렇게 많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정말 인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들로부터 마르쿠스 자신의 심리에 대해 지나치게 성급한 결론을 도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대 작가들도 많은 현대 작가들처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글을 썼거나 그들이 우연히 느끼고 있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상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예컨대 우리는 이렇게 추측한다. 마르쿠스의 명상록은 그의 일상적인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예컨대 루크레티우스 자신은 불안한 사람이었고, 불안과 싸우기 위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라는 자신의 시를 사용했으며, 아우구스티누스의 경우는 그의 고백록에서 정말로 자신을 고백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 고대 텍스트를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 구절들의 ..

Philo-counseling 2022.05.2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1(P. Hadot, Philosophy as a Way of Life)

1. 영성훈련을 위한 글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이 책의 그리스어 제목의 더 나은 번역은 그 자신에 대한 권고일 것이다―서양에서 취리히 인문주의자 안드레아스 게스너(Andreas Gesner)가 1558-9년에 처음 출판한 이래 독자들을 계속 매료시켜 왔다. 그러나 독자들 모두(많은 역사가들까지 포함해서)가 항상 아우렐리우스가 이 책을 쓰면서 의도했던 바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17세기 영어 편집자이자 번역가인 Meric Casaubon과 Thomas Gataker는 고대의 현실에 대해 여전히 친밀한 감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다루고 있는 작업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명상록은 hypomnemata(라틴어로는 commentaria)라는 장르의 글을 모아 놓는 것인데, 이것은 저자가 개..

Philo-counseling 2022.05.28

P. Hadot,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다”: 괴테와 고대 철학에서 현재의 순간이 지니는 가치

“그때 정신[영성]은 미래나 과거를 바라보지 않는다.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행복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2부의 이 구절은, 현재의 순간이 지니는 가치에 집중하고 인식하는 기술(the art)을 표현하고 있다. 그것은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 같은 고대 철학이 특히 강렬하게 살 것을 주장했던 바로 그 시간 경험에 해당하는데, 이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경험에 특히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사가 등장하는 문학적 맥락을 잊어서는 안 되며, 또 이 대사가 파우스트 2부의 맥락에서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 괴테의 작품 내에서 의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하의 논의 과정에서 바로 괴테 자신이 우리가 언급한 유형에 속하는 경험에 대한 주목할 만한 증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인용된 구절은..

Philo-counseling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