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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자살 개념

Ethica [= E] 3부 정리 4에서 스피노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어떤 것도 외부 원인에 의해서가 아니라면 파괴될 수 없다. ... 따라서 우리가 외부 원인 말고 사물 자체만을 고려할 경우, 그 사물 안에서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 나는 이 주장을 ‘외부 원인에 관한 주장’이라고 부르겠다.이 주장은 E 4부 정리 20의 주석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자신의 [자연]본성과 대립하는 외부 원인들에 의해 압도당하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유익한 것을 보지 못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 즉,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는 일 말이다. 음식을 먹지 않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살을 저지르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본성의 필연성에 따라서가 아니라 외부 원인에 압도당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다...

Philo-counseling 2024.04.28

직장, 특히 학계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 대본

직장동료나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분야의 협력 파트너들이 주는 (서로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나 (법에 호소해야 할만큼 과하지는 않은) 피해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일시적이거나 우연히 조우하는 짜증스런 사람들이라면 세네카의 조언대로 피하면 되겠지만, 위와 같은 경우에서는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거의 주어져 있지 않으므로 나름 충분히 대처 전략을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M. Nussbaum의 조언을 들어보자. [이 분의 조언은, 조별 발표 수업 준비를 함께 해야 하는 다른 조원들과의 인간 관계에서도 참고할 수 있을만하니] [짜증을 선사하는] 사람들과 매일 마주해야 한다면,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은 성격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모욕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말을 아량있게 이해해주는 습관을 들인다..

Philo-counseling 2024.04.21

평행론(parallelismus)

철학 용어로 이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라이프니츠다. 그는 이 개념으로, "영혼에서 일어나는 과정들과 물질 세계 내의 사건들 사이에 완전한 평행상태가 성립하며, 비록 영혼과 그 활동들은 물질과 구별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들이 물질로 이루어진 기관들을 덜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자신의 철학적 중요 테제를 언급한다. 이 테제의 기초에는 당시의 메커니즘적인 자연과학적 탐구방식을 온전하게 인정하되, 그와 동시에 그 방식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려는 동기가 놓여있다. ... 역사적으로 보면 평행론을 이끌었던 문제 제기는, 데카르트의 정신(res cogitans)과 물체(res extensa)에 관한 엄밀한 이원론(im strengen Dualismus)에 기반을 두고..

Philosophical 2024.04.17

용서의 어려움

기독교도 유대교도 모두 자기네가 더 온화한 종교라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는 다 거짓말이다. 기독교 전통에는 처벌에 관한 엄청나게 많은 자원이 존재한다(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다). 유대교 전통이 죄의 댓가를 엄격히 기록하고 힘들게 속죄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두 전통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연속성이 존재한다. 대체로 기독교가 유대교와 같은 방향으로 더 멀리까지 나아간다. … ‘교환적인 용서’의 개념은 기독교 복음서에도 등장한다. “네 형제가 잘못을 저지르거든 꾸짖고, 뉘우치거든 용서해주어라.”(누가복음 17.3-4) … “그러니 여러분은 회개하고 하느님께로 돌아오시오, 그러면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죄를 깨끗이 씻어주실 것이며, 여러분은 주께서 마련하신 위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Philosophical 2024.04.05

DIY, 고구마, 그리고 Sauerteig(levain) ㅡ 또는 빵굽기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작(poiêsis)의 예로, 집을 건설하는 건축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그리고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의사를 들고 있다. 이때 poiêsis의 결과물은 개별적인 물건, 상태, 또는 조건 등이 될 수 있다. 그가 행한 최초의 구분, 즉 외부 목적을 가진 제작과 내부 목적을 가진 행위(praxis)의 구분은 미학과 관련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예컨대 독립적인 예술작품을 만드는 활동은 poiêsis의 예시가 될 것인데 비해, 하프 같은 악기 연주 같은 [역시 예술] 활동은 행위의 사례가 될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어떤 작가의 행위도 내적인 목적을 지닌 praxis로 간주될 수 있다. 비록 그 최종 결과물은―이것은 행위가 목적론적인 완성에 이를 때가 아니라 오히려 중..

Miscellaneous/etc. 2024.03.30

노트 필기

"김교수, 막스 셸러 'Gefühlsdrang'이란 개념 설명해줄 수 있수?" 수화기 너머 낯익은 목소리. 수년 전 이미 정년하신 어떤 선배 교수님이 다짜고짜 던진 질문에 어리둥절했다. "예? 셸러요? Gefühlsdrang이라 ... 글쎄요,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가물가물하네요 ..." 학문에 뜻을 둔 어떤 사람이 당신께 설명해달랬단다. "유학 시절 오르트 교수 수업 때 셸러도 다루었었긴 한데 하도 오래 전 일이라 ... 인터넷에서 찾아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도 기억날만한 게 있나 한번 찾아 보고 연락 드릴께요." 연구실 서가 귀퉁이에 꽂혀 먼지만 맞고 있던 낡은 필기노트 묶음을 꺼내 펼쳐보았다. Wolfgang Orth, "철학적 인간학" 강의 기록이었다. 1990년 7월 6일 강의 내용일테..

Miscellaneous/etc. 2024.02.29

에우다이모니아에 필요한 것?

"에우다이모니아에 philoi(친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말하길, 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과 자족적인 사람들은 그것이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미 좋은 것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 그러나 에우다이몬을 누리는 사람에게 좋은 모두 것을 주면서 필로이를 제외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다. ... 또한 복을 누리는 사람을 고독하게 놔두는 것도 분명 기이한 일이다. 세상에서 좋은 모든 것을 홀로 다 가지기를 선택하려는 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정치적인 동물이고 본성상 함께 사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에우다이모니아를 누리는 사람에게도 참이다. ... 그러므로 에우다이모니아는 필로이를 필요로 한다."(NE 1169b3-10, 1..

Philosophical 2024.01.26

Life & Bildungsgedichte

Louise Bogan (1897–1970) At first, we want life to be romantic; Later, to be bearable; Finally, to be understandable. "나뭇잎 사이로"로 유명했던 싱어송 라이터 조동진(1947~2017) 의 곡 "제비꽃"의 노랫말이 Bogan의 구절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꽃 (원곡: 조동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음 ~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음 ~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

Miscellaneous/etc. 2023.12.28

노화와 노인을 규정하는 시간과 공간 개념

일반적으로 현대 문화의 전형적인 시·공간에 관한 관점은 객관적이며 인구통계학적으로나 사회 정책적인 부문에 무리 없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널리 퍼져 있고 또 자연스럽게 우리 의식을 지배하는 시간관이나 공간관을 조금만 숙고해보면 노화 과정을 그 자체로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됨을 알 수 있다. 우선 현대의 시간 개념은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한”(chronometric) 시간에 그치지 않고 각 연령대의 삶의 의미를 “생산성”(productivity)의 관점으로 평가하는 태도와도 밀접하다. 우리 사회가 측정 가능한 시간을 기초로 구성원들의 삶을 억지로 분할하는, “도구적이고 계산적인 접근”법만을 고착시키려 할 때, 개인이 “시간 안에서 경험으로 충만되고 인간관계적인 방식으로 살아갈 능력은..

Philosophical 2023.12.15